채명신 장군 가족 문정인 인사드립니다.
제 남편 채명신 장군은 11월 25일 오후 3시 12분, 생일을 이틀 남겨놓고 88세의 일기로 제 곁을 떠났습니다. 평소 남편은 동작동 제2묘역에 누워있는 병사들을 창문을 통해 가리키며 당신도 월남에서 생사를 같이 한 그 병사들과 함께 묻히고 싶다 하셨습니다.
조국을 위해 젊음을 바친 병사들을 위대하다 하셨고, 오늘의 당신이 있는 것도, 오늘의 조국이 있는 것도 다 그 병사들의 희생 위에 터잡은 것이라며 먼저 산화한 병사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하셨습니다. 병사들과 똑같이 화장하고 병사들과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묘비를 세워달라 부탁하셨습니다. 어려운 부탁이었지만 대통령께서 친히 저희 부부의 소원을 들어주셨고, 그래서 남편은 동작동 현충원 제2묘역 앞자리에 그 병사들과 함께 누워 계십니다.
육군장이라는 과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11월 28일의 영결식에 이어 안장식에 이르기까지, 만 나흘 동안 육군참모총장님을 비롯한 많은 장병들께서 애쓰시며 정성껏 도와주셨고, 수를 알지 못 할 만큼 많은 국민들께서 먼 길 찾아 조문과 위로를 해 주셨습니다. 이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 이 인터넷 공간을 찾았습니다. 일일히 찾아뵙고 정중히 예의를 갖추어 감사말씀을 드려야 하겠지만, 제 처지가 그렇지 못해 결례를 무릅쓰고 이런 방법으로 대신하게 됨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과분한 축복을 받은 저는 하루에 두 차례씩 남편이 누워있는 귀한 곳을 찾아갑니다. 찾을 때마다 많은 시민들이 남편의 묘를 찾아오셔서 예를 표하고 계셨습니다. 이것이 제 남편이 누리는 축복일 것입니다. 이런 축복을 허락해 주신 대통령님과 이를 위해 애써 주신 여러 분들께 저는 이 세상 하직할 때까지 감사한 마음 간직하고 살 것입니다.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시지는 못하셨어도 곳곳에서 고인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계실 모든 국민들께 고인을 대신하여 깊은 감사와 뜨거운 사랑의 뜻을 드립니다.
2013년 12월 5일
채명신 장군 가족 문정인 올림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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