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지'는 단일어로 사용할 때 통상적으로 동사 '쓰다'와 '부리다'와 잘 어울리는 단어다. 특히 다른 단어와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데도 적극적이다.
2012년 12월28일, 왠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2013년 새해 우리 정치에서 없어져야 할 단어가 있다면 '어거지'를 꼽고 싶어서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했다지만, 우리 정치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어거지 싸움이 판을 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갉아 내리거나 낙마를 시키는데 혈안들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나라를 위해 중요하게 쓰여 져야 할 인재들이 정치판에서 유탄을 맞고 중도 낙마를 하는 것은 예사였다. 물론 어느 정권이건 인재 중용에 앞서 국민적 지탄을 받을만한 문제가 있는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
그러나 나와 이념이 달라서, 나에게 밉보였기 때문에, 내가 싫어 하니까. 선거에서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이 싫어하니까 등 얼토당토 않는 꼬투리로 어거지를 부리는 것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식이 계속되면 어떤 누가 대통령이 되건 탕평책을 쓸 수 없다. 국가적으로도 손해요, 정치권에도 덕이 될 것이 없다. 그런데 왜 정치권은 어거지의 끈을 놓지 못하고 그토록 집착하는가. 그 이유는 정치권이 더 잘 알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가 윤창중씨를 수석대변인에 임명하자 민주통합당이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주장은 간단하다. 그가 극렬 보수 논객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보수를 지향한 정당이 대선에서 승리했으면 당연히 보수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상식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핑계로 사퇴를 종용하는 것 자체가 어거지다. 보수 논객을 통 털어 보면 윤씨보다 더 극렬한 인사들은 부지기수다. 그는 보수와 박근혜 당선인을 비판하다 보수 논객들에게 강도 높은 비판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좌파 논객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인수위원회 위원장도 아니다. 그렇다고 박근혜 정권에서 총리가 될 사람도 아닌 듯 싶다. 그저 인수위의 입 역할을 할 뿐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지켜보면 된다. 그렇지 않고 초반부터 기세를 잡기위해 윤창중을 낙마 시켜 박근혜 당선인에게 인사부실이라는 낙인을 찍기 위한 것이라면 어거지다.
민주통합당의 윤창중에 들이댔던 인사 비판은 예상대로 인수위 주요인선 발표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잘못이란다. 이번에는 "선대위에서 인수위로 자리만 이동한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27일 국회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고뇌가 엿보이긴 했지만,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선대위와 별 차이가 없는 인수위 인사 발표"라고 밝혔다.
비난의 속내를 자세히 보니, 역시나 였다. 한 때 자신들과 뜻을 함께 했던 인사들이 대거 발탁된 것에 대한 역겨움의 표시인 것 같다. 또 어거지다.
같은 당 정성호 대변인은 "나름대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인사"라며 "김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 모두 박 당선인이 국민에게 약속한 국민대통합시대, 100% 국민행복시대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서 힘써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2030세대의 고민과 불안,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48%의 국민을 고려해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특별위원회를 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브리핑에서 어느 것이 어거지 인지는 이미 판가름 났다. 아닌 것은 당연히 아니라고 해야 하고 맞는 것 또한 맞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있을 때 사퇴 요구에 앞서 스스로가 물러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어거지로 또 끼워 맞추기식으로 구태를 답습한다면 민주통합당은 안철수씨가 주문했던 정치쇄신에서 또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이고, 그 여파는 총선으로까지 이어져 당의 존립기반까지 무너지는 화를 자초할 수 있다.
민주통합당이나, 안철수씨 모두 정치쇄신과 국민통합에 뜻을 같이했다. 때문에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어떤 특정 인사를 낙마시키려는 전략보다는 도와 줄 것은 도와주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스스로 물러나게 하거나 선택한 지도자가 국민감정에 비춰 어쩔 수 없이 잘못된 인사를 시인하고 임명을 철회하는 결과를 유도해 내야 하는 것이다.
선거에 패배했다고 무조건 안티를 걸 것이 아니다. 당장 지금부터라도 5년 후를 생각해야 하고, 코앞에 닥친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이 말하는 것처럼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48%의 국민을 고려해야"라기 보다는 지지 받지 못한 51.6%의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그 해답은 구태에 종지부를 찍고 색 다른 정치행태를 보여주는 것 뿐이다. 그 첫 번째가 상대 공격에서 어거지를 빼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은 감동을 하게 될 것이며, 그 감동의 결과는 오롯이 표로 이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은 페어플레이를 강조했다. 민주통합당의 패배는 바로 페어플레이를 뺀 데에다 어거지를 집어넣었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돌아섰음을 왜 인지하지 못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야권 단일화도 어거지요, 네거티브도 어거지가 많았다. 결국 국민들은 매끄럽지 못한 이러한 행동에 반기를 들고 만 것이다. 순리를 따르고 원칙을 지킨다면 굳이 어거지가 필요 없다.
앞으로 인수위에 참여하게 될 인사가 또 발표되고 총리, 장관에 이르기까지 박근혜정권 내각 수장들 또한 속속 발표 될 것으로 본다. 민주통합당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국민들은 지켜 볼 것이다. 어거지를 빼고 순수한 마음으로 초기 인사를 평가하면 돌아선 국민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미동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정치쇄신을 요구해도 정치권의 변화는 한순간에 확 달라지지 않는다. 남을 헐뜯는데 두었던 눈높이에서 어거지를 빼 배려로 돌아서면 5년 후 국민의 선택은 분명히 달라 질 것이라 확신한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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