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체제는 어디로 가고 있나?
북한 김정은 체제는 어디로 가고 있나?
  • 김정봉 논설위원
  • 승인 2012.08.0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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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호 숙청으로 선군정치에서 벗어나 개혁개방을 모색할 것인가?

 
지난 7월 15일 북한군 최고 실세인 리영호 총참모장이 전격 해임되었다. 해임된 배경에 대해서는 야전군 출신인 리영호가 당과 군의 이권다툼에서 당 세력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최용해 총정치국장에 의해 제거되었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그런데 북한은 6월 28일 ‘협동농장 작업분조 단위를 축소하고 초과생산량에 대한 처분권 확대, 무역과 상업부문에서 사적 영리활동을 허용한다’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리용호가 김정은의 이 같은 체제 개혁에 반발하여 제거되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 북한은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당 우위체제로 복귀하는 것인가? 왜 북한이 선군정치에서 벗어나 군의 민간영역에 대한 간섭을 줄이고 내각 위주의 경제시스템으로 가려고 하는가? 이 같은 의문점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현재 북한이 처한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지난 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돌연사함으로써 어린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였다. 김정은이 물려받은 북한이라는 국가는 외부의 도움이 없이 자력으로는 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 ‘중환자실의 노인’이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매년 50만톤의 원유와 코크스탄, 그리고 일정량의 식량도 공급받고 있다. 원유가 없으면 국가기능이 마비되며, 코크스탄이 없으면 철강공업의 가동이 중지된다. 산업의 쌀인 강철이 없으면 공업은 끝장이다. 중국의 지원은 북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생명선이다.

한편, 북한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은 대한민국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북한은 매년 30-40만톤의 쌀과 30만톤의 비료, 그리고 농약, 보온 못자리용 비닐을 지원받았다. 대한민국의 각종 단체들이 농기구와 농사기법을 전수했다. 이와 함께 금강산 관광, 개성관광과 각종 남북협력 사업으로 외화가 쏠쏠하게 유입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사업은 물론이고 우리 기업들이 평양, 남포지역에 임가공 공장을 건설하여 북한노동자들을 고용함으로써 상당한 액수의 임금을 지불하였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시점은 1998년 2월이며,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으로 재선되어 공식적으로 김정일체제가 출범하는 것을 선언하는 것은 1998년 9월이다. 3년(1995-1997년)간 소위 수백만 명이 굶어죽었다는 고난의 행군기간을 겪은 김정일 체제는 김대중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체제붕괴의 위기에서 벗어난다.

외부에서 주민들을 먹여 살릴 식량이 들어오고, 이 식량은 체제통제의 유용한 수단이 된다. 대한민국의 지원이 계속되는 한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킬 절박한 이유는 없다. 선군정치를 표방하는 김정일은 개혁개방을 반대하는 군부의 주장을 수용한다.

그런데 북한은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 두 차례 핵실험을 하여 유엔의 제재를 받게 된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에 보수정부가 들어서고 금강산 관광객 사살사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대남도발로 지금까지 얻어먹던 쪽박을 스스로 깨버린다. 이 뿐만 아니라 북핵문제의 해결을 논의해온 6자회담도 거부함으로써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어 국제기구로부터 지원받던 식량 마져 축소되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북한의 식량난은 10여년 전 고난의 행군기간을 방불케 하고 있다. 금년 초 황해도 지역에서 수천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 최근 들어서는 황해도 지역 뿐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체제 보위의 핵심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의 지방 근무 보위원들에게 본인 식량배급 분만 지급하고 가족에게는 식량은 배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일반 주민들은 식량 배급은 꿈도 못꿀 참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가구가 옥수수 1kg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비참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난파선 국가를 물려받은 김정은으로서는 식량난을 극복하고, 경제를 추스릴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과 김정은을 보좌하고 있는 장성택과 김경희 부부, 그리고 최용해를 위시한 당 고위간부들은 선군정치를 수정하지 않으면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을 방도가 없음을 자각하게 된다.

선군정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난의 행군 기간 중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조직은 군 밖에 없고, 부족한 식량과 재원도 군에만 투입함으로써 군을 활용하여 체제를 유지해온 통치 방식이다. 과거 당과 내각이 담당해오던 업무를 군이 장악하고, 외화벌이 사업 등 이권사업들을 군에서 대부분 독식하였다. 이 같은 방식으로 김정일은 체제를 유지하고,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과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선군정치는 단기간의 위기극복 수단으로 유용했다. 그러나 군사독재가 장기화되면서 군의 민간에 대한 수탈이 심화되고, 경제를 모르는 군이 민간영역에 개입하면서 경제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진다.

김정은은 선군정치를 수정하여, 군의 민간에 대한 간섭과 수탈을 최소화 해야만 체제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보았다. 6.28조치로 농업과 무역, 상업의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은 직후 리영호 군 총참모장이 숙청되었다. 리영호의 제거는 군부 강경세력이 저질은 대남 도발과 국제적 고립국면을 타개하려는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이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당의 권위 회복으로 선군정치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물론 선군정치 하에서도 당의 군 통제시스템은 작동했으나,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군부가 제도적으로 국정전반에 대해 관섭했다. 김정은이 최용해와 장성택을 내세워 당이 군을 확실히 장악하게 함으로써 외화벌이 사업을 독점하는 것이나, 농민과 기업에 대한 수탈을 방지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앞으로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가고, 남북 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에 적극 참여할 것인가?

북한은 헌법 전문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있고, 주민들에게 핵보유국으로의 자긍심을 가지라고 교육해 왔다. 따라서 미국을 위시한 주변국들이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한다는 확증이 없는 한 핵무기 폐기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추가적 핵보유를 억제하는 문제를 가지고 6자회담이나 미북 양자회담에 응할 가능성은 있다.

다음으로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이다. 북한은 개혁개방이라는 용어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므로 명시적으로 이를 정책으로 발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나선지구와 황금평 같이 ‘철조망 속에서의 개혁개방’을 적극 시도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성공하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어 단기간 내 이 시도가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다급한 식량난을 해소하고, 경제난을 극복할 모티브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 기간 중 각종 대남도발로 우리의 대북지원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로 말미암아 북한 주민들에게 굶어죽는 참상이 재연되고 있다.

북한은 대한민국에 10년간 좌파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았던 학습효과가 있다. 따라서 북한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년말 대선에서 대한민국에 친북정권이 들어서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그래야 5년 간 얻어먹을 식량과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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