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상당수 관측자들은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공식적인 미국의 각본(playbook)이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국이자 쌍방의 금융 공여국(대출자)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중국이 결코 갚을 수 없는 대출로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른바 ”부채의 덫(Debt-Trap)"이라는 말을 공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중국 이미지 먹칠을 주도적으로 해왔다고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관측통에 따르면, 워싱턴의 바이든 팀은 지금까지 전임 팀으로부터 벗어날 기미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4월 아프리카 학생들을 만난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미 국무장관은 ‘가상 만남(비대면 만남)에서 가장 명확한 신호를 전달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부채(負債)에 관한 한 중국의 역할이 커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아프리카에 경고하면서 “너무 많은 부채를 떠안는 국가들에게 지속적인 부담이 되고, 그러면 그들은 그 부채를 갚아야 하고, 아마 국민들로부터 자원을 빼앗는 방법으로 갚아야 할지, 아니면 투자를 한 사람과 대출을 한 쪽에 투자했던 것을 넘겨주어야 할지, 선택하기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중국이 아프리카의 거대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노동자들을 수송하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다른 나라들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구축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들어갈 때 (자국의) 근로자들을 데려가는지, 아니면 투자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인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동안 ‘착취원조’라는 비난을 받아오고 있다. 빌려준 돈을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 결국 상황이 거의 불가능한 때에 해당 국가의 항구나 중요 군사시설에 대한 사용권을 요구하거나 한다. 실제로 스리랑카의 함바토타(Hambatota)항구를 중국 99년 동안 사용하기로 하고 국기인 ‘오성기’를 펄럭이고 있다.
또 중국은 대규모 프로젝트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자국 근로자들을 대거 데려가 중국의 땅인 양 으스대며,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을 다시 중국인들이 가져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착취원조, 착취투자’라는 날선 비난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에 중국인 노동자들을 더 고용하고 있는 중국기업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호주 국립대학 규제 및 거버넌스 연구원인 더크 반 데르 클리(Dirk van der Kley)는 “중국의 해외 경제활동이 훨씬 더 현지화 되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2017년 아프리카 8개국에 있는 1,00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 사업장의 직원 중 89%가 아프리카인이었고, 아프리카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30만개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반 데르 클리는 “(아프리카) 현지인과 중국 고용주 사이에 큰 임금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나이로비 대학의 마이클 체지(Michael Chege) 정치경제학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반적인 “트럼프다운 접근(Trump-like approach)”은 이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에게는 놀라운 일이지만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체지 교수 등 대부분의 아프리카 전문가들은 ”토니 블링컨 장관이 아프리카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국의 위협에 대해 아프리카인들에게 거들먹거리는 충고가 끝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오바마와 트럼프가 아프리카 대륙에 호소할 수 있는 대체적인 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정부는 아프리카에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그리고 왜 아프리카인들은 스스로 생각할 수 없고, 중국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그들이 깨어 있지 않다고 전임자들처럼 생각해야만 하는가?"
일부 관측통들은 미국이 경쟁국으로 여기는 중국에 대한 도전과 응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글로벌개발센터 선임 정책연구원이자 라이베리아 공공사업부 장관을 지낸 W. 규드 무어(W. Gyude Moore)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중국이 “동급 라이벌(peer competitor)”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공격할 필요가 있다”는 양당적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아시아든 아프리카든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크게 지속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접근법과 언어가 트럼프 행정부처럼 더 외교적이고 선동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책 목표는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여행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것에서부터, 응고지 오콘조-이웨왈라(Ngozi Okonjo-Iweala)가 세계무역기구(WTO)를 이끄는 최초의 아프리카인이 되는 것에 대해 트럼프 때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반대를 하지 않은 것을 포함, 몇 가지 중요한 개선이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티그레이 사태(Tigray crisis)와 관련해 에티오피아와 접촉하고 있다. 티그레이 위기란 에티오피아 티그레이(Tigray) 지역의 분쟁으로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말한다.
2020년 11월 4일 에티오피아 아비 아머드 총리는 티그레이 인민해방전선(TPLF)이 정부의 연합군 캠프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티그레이 지역에 정부군을 투입하면서 티그레이 여러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 수천 명의 민간인들이 사망하고 대규모 난민 사태가 발생한 위기를 뜻한다.
무어 전 장관은 “아프리카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확실한 구상은 아직 그 실체를 파악하기에는 이르지만, 이전 정부보다 훨씬 유리하고 훨씬 더 좋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다. 단순히 매우 낮은 수준의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조금 나은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대출 관행을 비판하고, 아프리카 정부에게 중국 돈을 받지 말라고 훈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USDFC : U.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를 언급하며 "더 광범위한 USDFC 활동을 통해 실현 가능한 대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짐바브웨의 인권변호사이자 정치 분석가인 데이비드 티나쉬 호피시(David Tinashe Hofisi)는 미국 대통령들은 외교정책에 큰 차이가 거의 없었다며 "바이든은 근본적인 변화 없이 트럼프와 같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푸데인 아뎀(Seifudein Adem) 일본 교토의 도시샤 대학(同志社大学, Doshisha University )의 국제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전임자와 아마도 후임자들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어떤 미국 대통령도 아프리카의 집단적 존엄성을 훼손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다른 어조로 아프리카를 더욱 강력하게 재공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뎀은 “트럼프가 떠난 동안 그를 낳았던 유독성의 국내 정치 환경이 악화되지는 않았더라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남아프리카 비르바테르스란트(Witwatersrand) 대학의 존 스트렘라우(John Stremlau) 국제관계학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확실하다”면서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무역, 투자, 기술, 그리고 외국의 원조에 대한 아프리카의 요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미국과 중국)은 서로 매우 다른 정치 체제에도 불구하고, 주요 잠재적 두 파트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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