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영국 현지시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어 결국 ‘탈퇴(Brexit, 브렉시트)’로 결론이 나자 유럽은 이왕이면 빨리 탈퇴 통보서를 보내라고 촉구하고, 영국은 비공식적인 협의를 통해 보다 자국에 유리한 탈퇴 조건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영국과의 무역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든가 혹은 영국을 과거보다 폄훼하는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브렉시트 이후의 미국과 영국 관계는 긴밀한 외교 및 군사상의 관계가 훼손된 경우의 비용을 감안할지라도 “미-영 양국의 특별한 관계”는 앞으로도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영국의 국민투표 전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가 이뤄질 경우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음을 발했다. 다시 말해 미국과 영국과의 회담은 현재 협상 중인 미국과 EU와의 무역협정을 한 뒤 한 참 뒤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이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끝내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후 세계의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며 불안이 확산이 되자 미국은 미영 양국의 “특별한 관계”를 유달리 강조하고 나섰다.
안전보장과 통상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영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북대서양조양기구(NATO, 나토)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영국이 기여할 수 없게 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과거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으며, 새로운 원자력 잠수함 도입도 계획하고 있으나 영국 경제가 무너지면 그러한 계획 실행 자체가 어려워진다.
니컬러스 번스 전 나토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27일(현지시각) 대서양위원회 행사 후에 “영국은 더 작아지고 약해질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국방 지출 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이것이 우리(미국)가 영국의 브렉시트를 우려하는 것”이라며 “영국은 EU 회원국 가운데서도 미국의 최강 파트너였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특히 미국의 전 세계에 걸친 대테러 작전 등 국방 분야에서 협조가 이뤄지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지금 미국-EU간의 환대서양 무역투자협정(TTIP)에 관한 협상은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으며, 미국이 먼저 영국과의 2국간 협정을 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EU에 영국이 없다면 TTIP는 죽은 거나 다름없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어, TTIP에 있어 영국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미리엄 사피로 전 미국 통상대표부(USTR)차석 대표는 “미국은 자유무역에 적극성을 보여 왔기 때문에 EU와 TTIP협상보다는 오히려 영국과의 2국간 FTA협상이 더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미국과 영국 양자 간의 협상이 먼저 이뤄진 후 EU와의 TTIP협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이콥 루 재무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은 27일 브렉시트로 인한 타격을 억제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을 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대(對) 영국 경고 발언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루 재무장관은 CNBC의 프로그램에 나와 EU와의 무역협상은 벌써 몇 년이나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우선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는 하고 있지만, 브렉시트 후 영국과 개별협상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어 “영국과의 개별협상은 영국-EU의 합의에 따른다”는 원칙 아래 열린 무역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모든 관련국의 이익에 맞는 것이라며, 특히 미국과 영국과의 관계는 특별한 관계가 앞으로도 유지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슐츠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과 영국의 경제 관계에 있어 계속해 견고하고도 특별한 관계는 영국의 국민투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유럽 프로그램 측도 미국 정부가 영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경제 안정화를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영국은 브렉시트를 선택해 이미 시장에서 벌을 받고 있다”며 오바마 정권이 영국을 몰아 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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