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말이 많아졌다. 성수기를 맞은 것이다. 4년 내내 놀다가 이 때쯤이면 배짱이처럼 바이올린을 요란스럽게 연주한다. 듣기 싫은데 아침저녁으로 지하철 입구가 시끄럽다. 눈을 감자니 귀가 시끄럽고, 귀를 닫자니 보기 싫은 꼬락서니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말이 장난이 아니다. 자기가 최고 머슴이란다. 정치를 혁신하겠단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 않을 터인데 가면을 쓴 것인지 얼굴도 두껍게 시민들을 또 악의 수렁으로 끌어들인다.
자고로 신과 자연은 인간에게 한 개의 혀와 두 개의 귀를 주었다. 이는 사람은 말하는 것의 두 배를 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 말은 그리스 스토아 철학의 創始者(창시자, 제논.Zenon.BC 334~262)의 명언으로 ‘말을 삼가라’는 誡命(계명)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장시처럼 펼쳐 보이는 스토아 철학은 읽을 수 록 내용물이 달콤하기 까지 하다. 그는 ‘克己禁慾主義’(극기금욕주의)를 강조한 인물이다.
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많은 선각자들이 혀는 禍根(화근)이요 禍門(화문)이라 했다. 혀를 잘못 놀리면 반드시 화를 일으킨다 진리다. 옛 부터 우리 선인들은 자식들에게 끝없이 훈도했다. 이 시대는 마을에 서당도 없을 때라 오직 가정교육만이 교육의 전부였을 때였다.
쓸데없이 지껄이는 수작을 饒舌(요설)이라고 하고, 수다스럽게 오래 떠드는 것을 長廣舌(장광설)이라고 하고, 말을 잘못하는 데서 생기는 화근과 재앙을 舌禍(설화)라고 하고,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 이간질하여 싸움을 일으키는 것을 兩舌(양설)이라고 가르쳤다.
불교에 의하면 兩舌(양설)은 十惡(십악)의 하나다. 이 역시 ‘인간의 혀는 하나지만 귀는 둘이다’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말하는 것의 두 배를 들으라는 뜻이자 보고 들은 것의 절반 정도를 말하라는 조물주의 警告(경고)다.
어떤 시대이건 어른들은 일러주었다.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열심히 들어라. 자세히 들은 후에 말하여라. 듣는 것을 배워라. 진지한 傾聽人이 되어라.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고 먼저 남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는 것이다. 들어야만 상대방을 바로 이해할 수가 있게 된다"는 진리를 말이다.
이제 4. 13 총선을 10여일 남겨두고 있다. 득표에 빠져 정신상태가 혼미해진 탓인지 혀를 잘못 놀려서 오는 손해도 꽤나 많을 것이다. 막말과 남을 업신여기는 저질 유세자들은 이 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선거뿐 만이 아니라 사람은 항시 혀를 잘 놀려야 한다. 혀를 잘못 놀리는데서 부터 불화와 불행이 시작된다. 인생을 살아보니 많이 보고, 많이 듣고, 적게 말하는 이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결론이다.
우리 주변에는 ‘아는 척’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진짜 아는 사람은 말을 해야 할 때를 알고 말을 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에서는 이런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 제잘 난 맛이다. 한 술 더 떠 남의 말을 들어주려 하지도 않는다. 인성교육의 부재를 정치에서 본다. 슬프다.
서투른 의사가 사람 잡는다는 얘기가 있다. 진짜는 진실하다.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 일 자체를 다 망쳐버리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그래야 한다. 서툰 정치인들을 우리 손으로 뽑아 국회로 보내면 나라를 망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 모면을 위해 막말을, 거짓말을, 현혹하는 말을, 나라가 망하는 말을 밥 먹듯 하게 되어 있다.
제발 이번 선거에서만은 서툰 사람들을 뽑아놓고 가슴을 치고 통속하는 실수를 하지말자.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