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 서명운동 참여를 놓고 또 다시 정치권이 시끄럽다.
여야는 각자 입맛에 맞게 주장을 펼치는가 하면 박 대통령도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이 문제가 한 동안 논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이 입법 촉구 운동과 같은 길거리 캠페인에 동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시위나 집회, 서명운동, 청원 등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일반 국민들이 정부 등을 향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모든 정책과 정치적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위치의 대통령이 길거리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한 것을 놓고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SNS상에는 “오죽했으면 그랬겠냐” “말 안 듣는 국회에게는 그 방법도 잘한 것이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행태다” “국회를 무시한 압박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등 옹호와 비난이 쇄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주도하는 쟁점법안 처리 촉구 서명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 설치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명 서명운동’ 부스를 찾아 직접 서명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를 두고 야권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 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신당을 창당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 등은 ‘국회 압박’으로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은 국회와의 대화나 토론이 아니라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며 “국민들을 참으로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미국 대통령은 법안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의원 한명 두 명을 백악관 초청하기도 하고 식당을 찾아가기도 하는 등 대화 한다”면서 “대통령이 남은 2년 동안 이런 일이 다시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회장님 법안을 위해 대통령이 서명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경제인들을 만나 그들을 위로할 것이 아니라 지금도 거리에서 노숙하며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거리의 노동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당을 창당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이나 국무회의 발언 등을 통해 사실상 야당을 압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1000만명 서명운동에 동참하겠다는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행위”라며 “불법 사유이며 탄핵 사유”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서명참여를 적극 옹호하며 오히려 국회 무능을 꼬집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서명 참여가 국회의 입법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통령이 오죽하면 서명운동에 동참 했겠나”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국회가 제 역할을 했더라면 국민들이 나서서 입법을 청원하는 서명도 안했을 것”이라며 “우리도 책임이 크다”며 서명동참 이유를 국회책임으로 돌렸다.
원 원내대표는 이어 “지금이라도 같이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 민생법안, 경제법안 처리에 야당이 적극적으로 전향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며 박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도 이날 당원들에게 보낸 현안 관련 참고 발언에서 “서명운동에 대통령이 직접 동참하여 서명했다”면서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통령이 오죽 답답했으면 직접 서명까지 하게 됐을지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그러면서 “야당은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해서 국민들이 엄동설한에 입법촉구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하루 빨리 민생을 구하는 입법에 나서주기를 촉구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박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 서명운동 참여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오죽하면 이 엄동설한에 경제인들과 국민들이 거리로 나서겠나”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와 일자리에 위기가 몰려올 것을 누구보다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분들이 현장에 있는 경제인들과 청년들”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그동안 중소기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을 하루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수없이 국회에 호소했지만 국회는 계속해서 외면했다”며 그 책임을 우회적으로 국회에 있음을 직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계속 국회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면 지금처럼 국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저 역시 너무도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면서 “지난 주 대국민 담화를 통해서 노동개혁 5법 중 4개 법안만이라도 이번 1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는 방안을 제안했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회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줄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한편 다수의 언론들은 논평을 통해 “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노동 개혁과 경제활성화법이 처리되지 않아 답답할 것이지만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정치력을 발휘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지 서명운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는 옳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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