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미래학자 토플러(A.Toffler)는 21세기에는 문맹이란 단지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동안 학습하지 않고 독서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 한바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한국은 새로운 문맹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보게 된다. 왜냐하면 너무도 쉽고 과학적인 한글에도 불구하고 평생학습으로서 교양과 독서가 국가적으로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민주화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민주화 직후 소위 '한국병'이란 비전과 국가경쟁력을 중심한 국가지도력은 실종되었다. 민주화의 미명하에 경제성장은 멈추고 질서는 사라졌다. 단임직선제=민주화 등의 피상적이고 편협한 논리에 자유민주주의의 대원칙이나 사회적 추구가치, 장기적인 국가목표 등은 무시되었다. 보다 치명적인 것은 국민윤리교육과 독서 마저 설자리를 잃었다는 점이다.
국제화의 시대적 대세에 각국들은 국민윤리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미국의 경우 국가차원의 시민교육지침서를 도입하고(1991년,1994년), 영국의 경우 시민교육이 중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신설되었고(2002년), 프랑스는 고등학교에 시민교육이 신설(1998년)되었고, 일본은 교육기본법을 개정하여(2008년) 전통문화 존중과 애국심을 강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독일, 캐나나, 호주 뿐 아니라 싱가폴 등도 동참하고 있다.
선진국의 시민의식교육의 내용은 국가정체성 강조, 권리의식, 책임과 의무, 공공 문제 참여, 사회적 기본가치 수용이란 공통점이 있다.
한편으로 시민윤리교육은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으로 뒷받침 된다. 근대화를 주도해온 영국, 프랑스, 독일은 독서 국가를 전통적으로 수용해왔고 미국은 지적 인프라를 국가경쟁력의 관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신생아의 독서지도를 위한 부모용 독서지침서를 제도화하였고, 프랑스는 아동의 독서 교육을 위한 전국적 프로그램을 운용하며 언론을 통한 독서진흥운동을 하고 있으며, 독일은 부모의 제1차적 의무로 아동을 위한 책읽어 주기(베드사이드스토리)를 전통화 했다. 역사적으로 결혼하는 자녀에게 지참금 대신 서재를 선물했던 전통을 확대하고 생활양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는 민주화를 자유화 즉 규율(질서)과 규범의 해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자율)와 규율(규범), 권리와 책임, 교양과 지식 등 전혀다른 성격의 결합으로 보는 것이다. 심지어 자유민주제는 자유에 버금가는 강력한 규범으로 오히려 '권위주의적 민주주의(authoritarian democracy)'로 불리기도 하는 것이다.
흔히 비정상의 정상화를 말한다. 여기서 정상이란 사회적 기본가치에 대한 전제와 수용이다. 즉 규범화(normalization)란 모든 사회규범이 가는 (부)작위에 대한 명령과 위반에 대한 처벌(제재)이다. 자유민주는 무한정한 자율이 아니라 자유민주적 가치를 부정하거나 위협하는 내외적 적에 대한 실질적인 방어기제인 것이다. 전후 파시즘에서 자유민주체제로 전환키 위해 밀(J.S.Mill)의 자유론의 기본 원칙인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모든 국민은 각자 자신의 인격을 최대한 꽃피울수 있다" 독일의 기본법(헌법) 2조나 최근 미국이 대내외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제정한 애국법은 이러한 맥락에서 강조된다.
이제 한국의 민주화는 30년을 바라 보고 있다. 그동안 IMF와 세계금융위기를 겪어 왔고 북핵개발(위협)은 상시화 되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민주화는 원칙, 방향 뿐 아니라 콘텐츠에서 실패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갈수록 증대되는 국가의 역할 속에 법질서의 정립과 이의 바탕인 시민교육과 독서진흥에 진력하는 선진국들과 배치되는 망국적 길이 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지도층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유민주주의 대원칙과 미래를 견인할 자산인 지성에 대한 인식(통찰)을 가진 새로운 국가지도자의 출현을 목마르게 기다린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는 강한 국가인 동시에 지식자본주의 시대를 견인할 교양과 독서로 무장한 우리의 후손들이 넘쳐 나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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