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춘 체포 동의안 가결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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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춘 체포 동의안 가결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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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표가 89표로 상당히 많아

▲ ⓒ뉴스타운

정치인이 저지른 범죄행위 중 뇌물을 받거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있는 정치인의 죄가 중죄일까 아니면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의 죄가 중죄일까,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폭행 혐의는 본인의 품위와 성윤리에 대한 도덕성과 밀접하게 관련된 파렴치한 범죄인데 반해, 뇌물수수나 불법정치자금 수수는 명백하게 실정법을 위반하는 사례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일 것이다, 새민련 원내대표를 지낸 박기춘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재직시절 모 분양대행업자로부터 3억 5800만원에 상당하는 금품을 불법으로 받았다.

박기춘이 불법으로 받은 현금을 제외한 물품 중에는 3100만원 상당의 명품시계도 있고 5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과 수백 만 원짜리 고급 안마의자도 있었다. 뇌물을 제공한 모 시행업자가 이 정도의 뇌물을 줄 정도라면 이 업자가 박기춘 의원으로부터 취득한 사업적 이득과 편의는 상당할 규모가 될 것으로 짐작이 가기도 한다.

박기춘 금품수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상당히 특이했다. 보통 정치인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을 때면 가족도 모르게 당사자가 비밀리에 받는 것이 그동안 국민이 목격한 사례였지만 박기춘의 경우는 달랐다. 금품을 받은 사람도 박기춘 의원 자신뿐 아니라 박기춘의 부인, 그리고 아들까지 받아 챙겼으니 온 가족이 그야말로 명품 잔치를 거나하게 치룬 셈이다.

박기춘이 평소에 가정을 어떻게 다스려 왔는지 알 길이 없지만 온 가족이 뇌물을 덥석 받은 걸 보면 이 가정 식솔들의 도덕성 수준에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박기춘은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혐의를 순순히 시인하는 자세를 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행위가 오히려 죄질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이 사건이 언론에 의해 표면화되자 박기춘은 업자로부터 받은 금품을 되돌려주면서 증거은닉을 시도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행위는 참으로 자신을 추하게 만드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이 아닐 수가 없었다. 원래 범죄행위 자체보다 그 범죄행위를 감추기 위한 행위가 더욱더 사회적 지탄을 받는 법이다.

더구나 박 의원의 가족들이 받은 명품 시계와 가방 등은 대가성 입증이 어려워 정작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서는 제외된 반면, 이로 인해 박기춘은 증거은닉 교사 혐의까지 덤으로 더 받게 되었다. 차라리 깨끗하게 혐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순순히 자백했다면 오히려 더 좋은 방향으로 정상참작이 될 수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이 혐의를 인정하고 뉘우쳤다지만, 증거를 은닉하려 한 점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혐의를 인정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 소리가 훨씬 더 공감을 얻고 있다.

박기춘은 그제까지는 검찰에 의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에 있었지만 회기 중인 국회여서 체포동의안 처리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접수되자 처음 새민련은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했다. 당내에서는 박기춘을 동정하는 여론도 있었다.

실제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을 포함해 8월 임시국회 후속 의사일정 협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엉뚱하게도 국정원 해킹 의혹 관련 긴급 현안질의와 국정조사 실시 등을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실제 여당에 그렇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국회법에는 의원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 처리 돼야 하고, 이 시한을 넘기면 자동 폐기된다고 되어있다. 박기춘 의원의 경우 데드라인인 14일이 임시공휴일이라 늦어도 13일에는 본회의가 열려야 하는데도 새민련에서는 시간 끌기를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은 국회 편도 아니었지만 새민련 편은 더더욱 아니었다. 새민련의 스탠스로 미루어 봤을 때, 만약 박기춘이 혐의 사실을 스스로 시인을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방탄 국회는 성사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기춘의 경우는 혐의만 받고 있는 여타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과는 사정이 판이하게 달랐다. 자신이 범죄사실을 스스로 시인했기 때문에 박기춘을 지켜야할 명분은 이미 소멸되고 말았던 것이다.

범죄혐의자가 자신의 혐의를 스스로 자백했는데도 방탄 국회가 성사되었다면 새민련은 다시한번 지탄과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결국 여야는 꼬리를 내리고 13일 국회 본회의 열어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수밖에 없었다. 매서운 국민의 눈이 그만큼 무서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투표결과 재적의원 298명 중 236명이 투표해 참가해 137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89명, 기권은 5명, 무효는 5명이었다. 찬성률로 치면 58%였으며 가결 기준으로 치면 119명 보다 겨우 17명이 많았다. 이번 표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반대표가 무려 89명이나 나왔다는 것이다.

아무리 동업자 정신이 투철하다고 해도 범죄사실을 스스로 시인한 당사자에게 이토록 반대표가 많이 나왔다는 것은 뒤가 구린 의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가 아니겠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긴야 일반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어디서 누구와 무슨 거래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도가 없는데다 낮의 세계와 밤의 세계를 동시에 지배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라 누군가에 의해 폭로가 있거나 , 불법 행위가 발각되기 전에는 제2, 제3의 박기춘이 없다고 누가 감히 장담하겠는가

박기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시기는 7월 초였다. 그러나 어제까지 근 한 달 이상이 지나는 동안에도 새민련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박기춘 거취에 대해 언급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특히 자신의 혐의를 솔직하게 자백한 범법자와 근 한 달 이상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듯 동거하고 있었으니 이런 것이 새민련 혁신위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안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한 기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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