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망각증에 빠진 대한민국
스크롤 이동 상태바
뇌물 망각증에 빠진 대한민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면이란 묘약으로 부패 전과자들 부활시키는 나라

 
중국 양자강 남쪽 광주(廣州)의 석문(石門)에 탐천(貪泉)이란 샘이 하나 있었다. 한 모금 마시기만 해도 한이 없는 욕심(無厭之慾)이 생긴다고 해서 부쳐진 이름이다.

진나라때 광주지사로 부임하던 ‘오은지’는 이 샘물을 마시고 “옛 사람은 이 물 한 모금 마시면 천금만 생각한다지만 백이(伯夷), 숙제(叔齊)에게 시험해 보면 끝내 그 마음 바꾸지 않을걸세”하는 부시(賦詩)를 남겼다.

‘진서(晉書), 양리열전(良吏列傳)’, ‘오은지’조에 나오는 유명한 일화다. 흔히 ‘오은지’ 처럼 돈을 초월한 관료를 우리는 청백리(淸白吏)라고 말한다. 리(吏)는 아전 같은 하급관료를 뜻하기 때문에 대한 제국기에 편찬된 ‘청선고’(淸選考)는 청백(淸白)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세종때 우의정을 지낸 유관(柳寬)이 대표적인 청백리라 할 수 있다. 요즘같이 장맛비가 내리면서 천장이 새자 방안에서 우산을 펴고 앉아서는 곁에 있는 부인에게 “우산이 없는 집은 어떻게 견디겠소”라고 걱정을 하자 부인이 “우산 없는 집은 반드시 다른 대비를 할 것입니다”라고 쏘아 붙였다는 이야기가 ‘동국여지승람’ 등 여러 문헌에서 전해지고 있다.

또 선조때 유성룡도 청백리다. 정승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유성룡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자식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살아 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이익은 그의 저서 ‘서애청백’에 기록해 놓았다. 대를 이은 청백리를 청백전가(淸白傳家)라고 하는데 조정에서는 청백리의 자손을 찾아 서용(敍用)하라는 명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당시도 요즘 같은 세상이었던 같다. 이익이 쓴 ‘청렴과 탐욕’을 보면 “조정에서 매번 청백리의 자손을 녹용(錄用)하라는 명을 조정에서 내리지만 뇌물을 쓰는 자가 차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초야에서 굶주려 죽고 만다“고 비판 했듯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좋은 자리는 대부분 간교하고 탐욕스러운 자들의 몫이 되는 것 같다.

대통령 선거가 점점 다가오면서 각 정당 대선 예비후보자들의 진영에서는 유권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선거공약을 찾느라고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떤 당에서는 ‘부패척결’이라는 구호를 선정하기도 했다. 청백리는 고사하고 도대체 이 나라는 언제쯤이나 ‘부패’와 ‘비리’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 있을까.해방 후 우리 정부가 수립되면서 한창 유행한 말이 ‘사바사바’라는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급행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될 일도 안되는 때가 있었다. 그 후 몇 번의 정권이 바뀌었지만 부패와 비리는 갈수록 심해지면서 깨끗하고 정직한 세상은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단골메뉴로 나온 ‘부패’. 그러나 여전히 비리와 부패는 사회내부에 늘어 붙어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는 대통령의 가족들까지 뇌물을 받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결국 인간의 도덕성과 인격은 갈수록 저하되면서 부정과 비리가 극에 달할 지경에 이르렀다.‘목민심서’에 다산 정약용이 바라던 세상이 떠오른다. 다산의 뜻을 간추려 보면 세 가지다. 첫째는 ‘청심’(淸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청렴한 마음을 버리지 않고 공정하고 깨끗한 마음씨를 지녀야만 정치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속리’(束吏)다. 지도자급 공직자는 하급의 관리들을 제대로 통제하며 부패와 비리에는 절대로 손을 떼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용인’(用人)이다. 직책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의 인물을 골라 등용시키는 일이다. 인재를 고르는 일에 실패하는 한 절대로 바른 정치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타산지석으로 삼야야 할 교훈이다.

그러나 해방 후 우리나라의 역대 정권은 위 세가지 일에 모두가 실패한 정권이 되고 말았다. 특히 정권 말기만 되면 봇물 터지듯이 대형 뇌물사건이 터지면서 세계 만방에 우리나라가 부정∙부패∙비리 공화국임을 여지없이 증명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뇌물 망각증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여당의 한 대선후보자는 ‘대통령이 되면 부패 관리∙재벌은 엄중하게 다스리며 사면∙복권은 있을 수 없다’고 공약까지 했지만 자신의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운 사람은 과거 전직 대통령의 4000억원 비자금 조성에 깊이 관여했고 또 96년에는 사법처리 된바 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여당 대선후보자의 선봉장으로 있다. 부인 비리로 전직 국가원수가 자살해 국가 망신을 시켰어도 친∙인척 자식들의 부정 때문에 대통령마다 피눈물을 흘려도 이 나라는 여전히 부정∙부패∙비리는 달라지는게 하나도 없다.

또 과거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1억원의 뇌물수수건으로 감옥에 갔던 이가 제1야당 원내대표로 있다. 노무현 정권이 사면한 이석기는 당당하게 금배지를 단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됐다. 또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내며 거액을 받았던 사람이 차기 대통령 1순위의 오른팔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나라는 심각한 망각증을 앓고 있다. 국민 자체가 과거를 쉽게 잊어버리고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치 지도자는 그런 국민에게 ‘사면’이란는 묘약을 쓰면서 비리 권력자들을 다시 부활 시키고 있다.

모두가 그런 망각증을 앓고 있는 국민을 우습게 보고 비리∙부패 전과자들이 선거 승리에 취해있다. 그렇게 이 나라는 인재가 없다는 말인가. 정직하고 깨끗한 세상도 아닌 공정한 사회도 아닌 오늘 어떻게 해야 부패와 비리의 백리를 뽑을 수 있을까. “감독할 위치에 있는 상급자의 행동 또한 정도(正度)에서 나온 것이 아니면 하급관료는 간사해 질 수 밖에 없다”는 다산의 충고를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대기업주나 정치지도자들이 부패에 연루되어 있는데 그 누가 깨끗해지겠는가. 부패∙비리를 막으려면 우선지도자들부터 깨끗하고 정직하며 아랫사람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여름 한철 딱 2주 남짓한 삶을 위해 5년, 7년 길게는 17년을 기다려 온 매미. 그런 매미를 보고 우리 선조들은 다섯까지 덕(五德)을 가진 선비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매미의 입은 글(文)에 뜻을 가진 선비의 갓끈처럼 곧으며 곡식을 탐하지 않으니 염치(廉恥)가 있고 또 집이 없으니 검소(儉素)하고 죽을 때를 아는 신의(信義)가 있고 이슬만 먹고 사니 맑다(淸)는 것이다. 이것이 오덕이다. 매미보다 못한 인간이 될 수는 없지 않는가.

차기 정권이 달라지려면 유력 주자가 추상(秋霜) 같은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출마때부터 국민인 유권자에게 이를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해도 뇌물이란 유령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말이다. 허기사 이 정권이 공정사회를 외쳤지만 하나도 달라진 것은 없다. 몇해 전 작고한 박태준 명예회장은 많은 젊은이가 선망하는 포스코를 세워 놓고도 주식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현대판 청백리다.

한 야당의원이 과거 2000년 영어의 몸이 되면서 “꽃은 네 번 졌어도 녹음방초의 계절이 다시 왔다”며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말이 생각난다. 또 그는 몇해 전 검찰에 구속되면서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며 조지훈의 시 ‘낙화’를 인용하기도 했던 그가 최근 뇌물사건에 연루되어 여의도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그의 말에서 권력의 덧 없음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다가온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정치지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녹음방초의 시기에 꽃이 떨어지는 의미를 알았으면 하는 것이다. 꽃은 피는 순간부터 이미 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의 깨달음이 지난 후의 또 다른 깨달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기승을 부리던 폭염도 이번 비로 밀려 갈 것 같다. 지금 내리는 밤비가 폭염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부패∙비리까지도 모두 씻어 버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