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놀라운 경제 성장을 비켜보던 미국의 하버드 대학의 에즈라 보겔(Ezra Vogel) 교수는 ‘세계 제일 일본’이라는 지난 1979년에 저술했다. 이 책은 미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그러나 이제 일본이 세계 제일이 아니라 ‘한국이 세계 제일’이라는 책을 다시 써야 할 판이라고 주장한 이가 있어 흥미롭다.

지난 7일(미국 현지시각)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 Foreign Policy) 인터넷 판에 미국의 싱크 탱크인 경제전략연구소(ESI)의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Clyde Prestowitz) 소장이 '세계 제일 한국(Korea As Number One)'이라는 주제의 글을 올려 이 같이 주장했다.

프레스토위츠 소장은 ‘한국인들은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일본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으며, 이를 이제 증명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The South Koreans have long been confident that anything the Japanese can do, they can do better, but now they're proving it.)

그는 이어 지난 1970, 80년대 일본의 도시바, 샤프, 파나소닉, 히타치, NEC(일본전기) 등이 미국의 알시에이(RCA), 모토롤라, 인텔 등을 비롯한 미국의 소매 가전업체들을 죽인 것처럼 오늘날 한국의 삼성, 엘지(LG), 하이닉스와 같은 기업에 의해 (일본의 업체들이) 패배하기 직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소니는 TV의 왕(the King of TV)였으나 지금은 한국의 삼성이라고 예를 들었다.

프레스토위츠는 또 이러한 현상이 전자산업 분야 국한된 것이 아니라면서 자동차 산업의 예를 들기도 했다.

한국의 현대, 기아자동차는 일본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고, 조선 산업도, 심지어는 연속극(드라마)까지 한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의 90%에 다다르고 있고, 따라서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일본을 따라잡을 것처럼 보이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근거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Perhaps most telling is the fact that South Korea's GDP per capita is now about 90 percent of Japan's and appears to be on track to surpass Japan's in the next couple of years.)

프레스토위츠는 또 한국인들은 미친듯이 일하고, 저축하고, 투자를 했다는 점을 성공의 요인의 하나로 꼽았고, 일본과 마찬가지로 잘하는 것에만 특화한 것이 아니고 자신들이 해보지 못한 일에도 세계 수준급의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한 덕분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이어 그는 또 철강, 일반 전자, 반도체와 같은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보호책과 여러 형태의 보조금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고, 통화인 원화는 다소간 평가절하도 해가면서 좁은 시장을 뚫기 위해 해외에서의 상품 판매가격을 국내가격보다 낮추는 방법을 종종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성공한 한국 기업은 정부가 투자해 설립한 포스코(옛 포항제철)나 정부와 광범위한 특별한 관계를 가지면서 여러 연관 산업이나 기술 분야에서 독점 또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가진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라고 덧붙이면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동방을 보라(Look East)'라는 정책을 말했듯이 한국이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