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출범한 지자체장들의 골머리는 전임 장들이 남긴 빚이다. 인수는 어쩔수 없는 과정이었지만 떠안은 빚을 돌이켜 보면 입이 서너발 나온 처지에서 한숨만 지을 것이 아니라는 성남시 이재명 시장은 단호히 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자회견에서 “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국토해양부 등에 판교신도시 조성사업비 5200억원을 내야 하지만, 현재 성남시 재정으로는 이를 단기간 또는 한꺼번에 갚을 능력이 안돼 지급유예를 선언한다”며 그 배경을 밝혔다.
인천시 역시 채무 2조 7,526억원과 인천도시개발공사 채무액 4조 7,483억원으로 7조원이 올 말이면 2조원이 더 늘어 9조 7천억의 부채로 매년 3000억원의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 이에 송영길 인천시장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이재명 성남시장의 단호한 선언이 부럽기만하다.
송시장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부산물을 정리하는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고 선언했지만 인천시 부채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는 대부분의 사업이 민원과 얽혀있어 해결이 그리 쉽지는 않다.
전 안상수 시장 재임시부터 도심재생사업은 도화구역, 운북레저단지, 연세대국제화복합단지, 숭의운동장 재생사업, 피에라 인천전시복합단지, 151층 인천타워, IFEZ 아트센터 건립, 동춘동 골프장 등의 사업에 무려 14조5천500여억원의 사업비가 SPC의 자금난으로 심각했었다.
또한 인천대 옛 도화캠퍼스를 주거지로 개발하려던 (주)메트로코로나는 3년 간 사업준비만 하다 1조1천200억원을 조달하지 못한채 1천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사업 포기▲숭의운동장 도시재생사업 법인 (주)에이파크개발도 공사를 진행하면서 PF 예정자금 1천400억원을 전혀 마련하지 못해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에 참여 지역업체 비율(금액 기준)은 원도급과 하도급이 각각 32%, 20%에 그쳐 사업성이 안 나온다는 금융권의 분석으로 공사가 잠정 적으로 중단▲금융기관의 PF대출 규제로(주)인천로봇랜드 2천517억원, 피에라인천전시복합단지(주) 1천400억원,(주)유나이티드스포츠 400억원 미조달▲세계 금융위기로 각종 도시개발 사업에 대한 자금투입을 전면 중단▲오케이센터, 송도 국제업무지구 G4-1블록 2만㎡에 콘도와 호텔, 오피스, 메디컬 스파, retail(소매상가) 등 조성 사업 토지매매 사업 지연▲2014년까지 14만㎡의 오피스를 포함 300여실의 5성급 호텔, 470여가구의 아파트 및 200여 실의 도심형 콘도가 빌딩 내부에 완공하기로 계획될 151층 인천타워개발사업은 송도 6·8공구 582만9천㎡ 부지에 높이 587m의 인천타워 자금관계로 2017년으로 미뤄지고▲(주)유나이티드 스포츠(대표 이광목)는 자본금 5억 가운데 도시개발공사가 지분 10%(5000만원)를 투자하고 유나이티드 스포츠가 4억5000만원을 투자해 SPC를 설립하고 연수구 동춘동 승기하수처리장 24만330㎡를 21억원 들여 악취제거 사업과 하수처리장 덮개공사를 펼쳐 1만7000㎡부지에 240타석 골프장과 헬스장, 사우나, 카페테리아 등 편의사무실을 조성할 것이라고 했으나 SPC는 H시공사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 중단▲송도석산 또한 공원 조성사업으로 2007년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맡아 지난해 3월 개발 실시계획을 인가받아 450억 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했으나 현재 답보 상태▲송도 유원지 파라마운트 테마파크도 기공식 이후 진척된 사항이 없다는 식의 사업들이 줄줄이 중단돼 있는 가운데 송시장의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립 재검토▲도시개발공사, 상수도사업본부, 관광공사, 시설관리공단, 인천발전연구원 등 5개 기관이 입주할 남구 도화동 도화구역내 제2행정타운 건설 보류▲시와 LH가 공동으로 도시 중심부에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 지구나 일본 도쿄 도심의 시오도메와 같이 지하, 지상, 공중 보행데크 등을 활용한 입체구조물을 건립할 계획이었던 ‘루원시티’ 사업 재검토▲경인고속도로 서인천IC~가좌IC 5.7㎞ 구간을 4차선 지하고속도로로 건설하고, 상부도로는 4~6차선 도로로 간선화하는 사업 실시설계용역 중단 등 송시장 역시 도심계획 구상이 재검토로 이어져 인천발전은 지금까지 쌓아올린 부채로 발목이 잡혀가고 있어 송시장은 안 전 시장의 빚 치다거리로 끝나지 않겠나 하는 우려를 갖기 시작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인천 공기업과 함께 설립한 SPC는 모두 18개. 자본금은 총 1844억원, 18개 SPC가 벌이는 총 사업비는 16조2979억원으로 인천시 예산의 2배가 넘는 그 중 82억원이 투입되는 인천타워설계유한회사와 용유무의프로젝트매니지먼트, 30억원이 들어가는 인천인터넷교육방송, 1465억원의 웨이브시티 등 4개의 사업은 현재 PF자금 조달계획이 전무한 상황으로 경제구역과 대폭적으로 중단돼 있는 도심재생사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송시장의 고민거리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자감세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자체의 재정이 바닥 나가는 데도 지자체들은 엄청난 이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방채를 발행해 평균 재정자립도 53%의 근간마저 흔들어 놓고 있어 지자체마다 울상인 것이 이번 민선5기 지자체의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회 예산 정책처에서 내놓은 감세에 따른 시도별 지방재정 감소 현황(2008-2012년)을 보면 ▲서울 3조4389억원▲경북 2조7314억원▲전남 2조6010억원▲경남2조4138억원▲충남 1조8140억원▲전북 1조8071억원▲강원 1조7477억원▲경기 1조 5876억원▲부산 1조4819억원▲대구 1조2732억원▲충북 1조1322억원▲광주 5090억원▲제주 5056억원▲대전4868억원▲인천4810억원▲울산 2670억원으로 총 24조2765억원에 달한다.
이런 감소분은 결국 부채로 메워진다. 지난해 말 광역자치단체 지방채 발행 총액은 25조5531억원으로 2008년도 19조486억원에 비해 32.9%나 늘어났다. 2007년도 4.4%, 2008년도 5.6%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방공기업의 부채 증가도 더욱 심각하다. 서울시 SH공사 부채는 2008년도 10조8089억원에서 2009년도 16조3454억원으로 급증, 인천도시개발공사 역시 같은 기간 2조9377억원에서 4조4608억원으로 늘고, 7746억원에서 1조0488억원으로 증가한 강원도개발공사는 자산매각이라는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금 지방재정은 위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영진 교수(계명대)는 “세입과 세출의 괴리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감세정책으로 지방재정이 타격을 받고 있는 반면 고령화 진전 등으로 복지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윤 교수는 또 “그리스 사태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며 “우리도 점점 멍이 들어가고 있으며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만성적인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창수 좋은 예산센터 부소장 역시 “지자체 전체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처음”이라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근본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하며 “오는 9월 추경을 편성할 때 대다수의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2009년도는 특수한 해였다.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지방채무가 급증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창수 부소장은 “단체장들은 기존사업 중 불필요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그동안 투입된 돈을 아까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매몰비용은 단호하게 무시해야 한다. 결단을 하지 않는 한 부채 문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역시 “기존 사업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거품이 끼었다면 사업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사업이라면 중단해야 하고 주민에게 현황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주민과 상황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송시장은 착종에 빠져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사업이 민원과 얽혀있기 때문이다.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전체 지자체의 16.3%에 이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세에 세외수입까지 더해도 월급을 줄 형편이 안돼 빚을 내어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는 지자체는 2009년 전북 순창군·부산 영도구 등 11개에서 올해 40개로 대폭 증가했다.
쓸 수 있는 돈이 전혀 없는 지자체도 있다. 인천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인천시는 2008년 결산 기준으로 가용재원이 마이너스 6597억원이다. 가용재원이 0원이면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는 이상 아무 사업도 추진할 수 없다는 뜻이나 송시장의 고민은 중앙정부를 향해 대북민간사업을 인천시 단독으로 추진하겠다고 큰 소리를 쳐 놔 어려운 재정적자를 중앙정부의 도움없이 어떻게 풀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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