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에 선 '팍스콘과 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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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라인에 선 '팍스콘과 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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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일본식 기업문화의 패착인가?

^^^▲ 찰리 채플린과 팍스콘의 생산라인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가 풍자한 현재문명의 몰인간성과 대량생산의 모순이 팍스콘에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우리집엔 휴대폰 충전기가 8개나 있다. 모두 중국에 살면서 하나 씩 산 것들이다. 가족은 5명이지만 6살박이 늦둥이를 빼면 충전기 숫자가 휴대폰보다 2배가 많다. 그 중 쓸 수 있는 건 2개이고, 그나마 1개는 깜빡깜빡한다. 내가 보기에는 고장이 날 구석이 거의 없는 단순한 제품인데도 말이지.

지금 중국 선전시에 있는 한 타이완 전자업체에서는 13명의 종업원이 연이어 투신 자살하고, 어제는 14번째로 손목 동맥을 그어 자살을 시도한 한 여종업원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팍스콘사(중국명 푸스캉, 富士康)는 세계 기업순위 109위에 드는 타이완의 대표적인 전자업체다.

심리분석가와 노동환경 조사단이 이 연쇄 자살의 원인을 밝혀내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자살의 원인들은 다양한데 왜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한단 말인가.

언론들은 무엇보다 팍스콘의 근로환경에 주목한다. 조업시간 중에는 옆사람과 대화를 금지한다. 하루 식사비가 11위안(약 2천원)에 불과하고 점심시간은 30분 밖에 안 준다. 급여는 월 900위안에서 1,050위안(약 19만원)이다. 자살자에 대한 보상금이 너무 많았다. 국제규격의 수영장이 있어도 그림의 떡이라는 등등.

얼핏 보면 공감이 가지만, 따져 보면 다 공허한 얘기들이다.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 무슨 이유인들 말하지 못할 건 없다. 그러나 퇴사나 파업의 원인이 될 수는 있어도 과연 그것이 자살의 이유로서도 충분조건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 논리라면 600위안을 받고 팍스콘의 초호화 수영장 같은 건 구경도 못한 다른 중국 근로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지금 그와 가까운 푸산시의 일본 자동차회사인 혼다(本田) 부품공장에서는 파업이 한창이다. 처음엔 100여명의 종업원들이 임금에 불만을 품고 지난 17일부터 파업을 시작해 열흘 이상이 지난 지금은 가담인원이 1,700여명으로 확대되면서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번져가고 있다.

노사 양측의 임금에 대한 견해차이가 크다. 현재의 임금이 월 1,000위안(약 18만원)에서 1,200위안 정도인데, 파업자들은 회사측이 제시한 추가 355위안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최소 2,000위안, 최고 2,500위안까지 인상해 달라는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아직 파업이나 노동쟁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 근로자들은 월급을 2배로 올려달라며 생산라인을 멈춘 것이다. 355위안을 올리고 나중에 다시 파업하면 금세 2천위안까지 갈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단번에 2배 인상은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파업은 관성의 법칙을 가지기 때문이다. 관성이 만성이 되면 기업이 망한다는 이치를 뼈저리게 알고 있는 혼다로서는 도저히 협상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과거 동아시아 역사에 남긴 돌이킬 수 없는 죄값에도 불구하고 중국 진출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던 일본경제계의 시선이 지금 중국혼다에 쏠리고 있다. 그 이유는 과거 2005년 경 랴오닝성 다롄시에서 겪었던 파업 때와는 사뭇 다른 듯하다. 당시 파업이 ‘반일감정’이라는 배경을 보였던 것과 달리 지금은 중국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이번 혼다 중국법인 파업에 대한 일본 언론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만큼 일본에게 중국은 알 수 없는 나라 그 자체인 지도 모른다. 단번에 35%의 임금인상을 제의해도 거절하니 그렇게 여길 만도 하다.

중국은 파업이나 기업체 내의 자살이 많은 나라가 아니다. 혼다의 파업은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혼다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팍스콘 역시 문제를 내부로부터 찾아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중국이라는 나라와 중국인에게 문제가 귀속된다 하더라도 문제점의 분석은 ‘혼다와 팍스콘에게 있어서의 중국’이라는 데서 접근해야 한다.

팍스콘과 혼다. 중국의 이 두 글로벌 기업은 묘한 공통점을 가진다. 국적은 달라도 기업문화는 일본적인 특성을 가진다. 타이완 기업들의 일본식 기업문화 벤치-마킹 사례는 잘 알려진 바다. 치밀한 조직 시스템과 정밀성을 중시하는 기술문화, 그리고 논리적 경영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회사의 생산라인의 특성 역시 대량생산(mass production)방식의 조립라인(assembly line)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두 기업의 월급은 남방에서는 비교적 낮은 수준인 평균 1천 위안 선이다. 아주 흡사한 기업들이다.

업무 상 대형 조립라인을 투어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생산 기계설비와 종업원들이 한 치 오차도 없이 초 단위로 돌아가는 공간에서 생산에 불필요한 우리 투어 객들은 ‘섬’과 같은 존재다. 절로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모던 타임즈’가 떠오를 정도다.

결론적으로 팍스콘과 혼다의 노동자들은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대형 조립라인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고 정리된다. 물론 베이징 현대자동차나 다른 대형 조립라인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이 있으나 그들은 혼다와는 다른 기업문화를 기초로 한다. 베이징 현대의 궁후이(工會)가 2003년 사스 전염병 확산 때에도 종업원들을 독려하여 현장에 투입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단순 반복적인 제조공정에 투입된 노동자가 정밀작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숙련도와 불필요한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이 그것이다. 팍스콘과 혼다의 노동자들은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부적합한 상황에서 꾸역꾸역 참고 일해 왔을 지도 모른다. 즉, ‘숙련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이겨내면서 일해 온 것’은 아닐까?

팍스콘의 근로자 42만명 중 85%가 중국 시골출신의 농민공이라 한다. 혼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게는 너무나 낯설고 벅찬 일을 하기에는 1천 위안의 급여가 너무 적어 보이고 그래도 참으면서 일하다가 점점 더 깊은 스트레스의 절망 속으로 빠져든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가 팍스콘에 대해 ‘점심시간 30분’이라든가, ‘작업시간에는 잡담금지’와 같은 근무규칙에 주목할 이유가 있다. 만약 그런 수칙이 꼭 필요한 것이었다면 반대급부로서 정서적인 문화활동을 대폭 늘렸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기업문화에서 생산 시스템을 대표하는 도요타의JIT(Just In Time)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말 그대로 빈틈없는 ‘시간’을 기초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도요타 시스템의 경영목표가 있다. 공무원들은 1시간30분 이상 즐기는 식사를 30분 만에 끝내야 하는 팍스콘의 그들. 그 ‘시간’의 틈바구니에서 중국 노동자들의 불만과 스트레스가 폭발한 것이 바로 폭스콘과 혼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시 처음의 휴대폰 충전기 얘기로 돌아가자. 만약 혼다나 팍스콘이 충전기를 만들었더라면 불량률은 극히 낮았을 것이 확실하다. 우리집 충전기를 만든 중국기업들은 자사의 근로자들에게 팍스콘보다는 훨씬 덜한 정밀성을 요구했을 것이며 일부 공정이 수동화 공정이었을 지도 모른다.

본격 개방 30년차에 접한 중국의 근로문화는 아직 초보수준이다. 5년 전 창춘커처(長春客車) 어샘블리 라인을 보고 놀란 사실은 여전히 전 공정이 완전자동화 단계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이었다. 대형 조립라인을 보유한 중국기업들도 일본적인 시스템의 통제나 정교한 생산기술과 기계적으로 숙련된 노동행위를 강요하지는 않는 것이 중국적인 현실이다. 그것이 과연 고용창출이라는 한 가지 목표 때문만일까?

팍스콘과 혼다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현지화를 한다는 의미는 가까운 고아원을 돌면서 선물을 돌리거나 시골 보건소에 의약품을 지원하는 메세나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팍스콘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우리에게 호소하는 것이 아닌가?

일본은 주중 일본대사관 주관으로 이제까지 1천여건이 넘는 중국 소수민족 복지사업을 지원하는 대단한 열정을 보였다. 그러한 기업 메세나 운동이 효과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덕분에 일본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념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정작 기업 내부에서는 일본적 기업문화에 대한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는 가정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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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계아님 2010-05-29 12:01:14
숨막히게 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노동 착취시스템이 작동한 것으로 보아야 겠지요. 과거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청게천 전태일 사건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엿볼수 잇다.

인간은 기계와 분명히 다르다. 기게처럼 부리다가는 팍스콘현상이 나타난다. 일만 많이 한다는 것은 곧 생산성 저하를 의미하기도 한다. 많은 시간에 많은 생산량을 산출한다는
고전적인 기업가들이 아직도 한국에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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