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8년 대선은 미국 최초의 ‘인공지능에 관한 선거’(AI election)될 듯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이 인공지능(AI) 기업의 지분을 미국 국민과 공유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2028년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적 공약으로 해석되며, AI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섬은 AI 기업의 막대한 가치를 ‘공공 기금’으로 전환하여 실직자 재교육 등에 활용하자는 구상을 제안했으며, 이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 도입과 함께 ‘사회 계약을 재정립’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 인공지능 대기업 창출 가치 국민과 공유, 포퓰리즘적 대의 ?
AI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공공 부문의 AI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개빈 뉴섬이 미국인들에게 인공지능 기업의 지분을 나눠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그는 단순히 경제 정책을 제시한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의 참모들과 지지자들은 이것이 2028년 대선에서 핵심적인 ‘포퓰리즘적 대의(혹은 공약)’(populist cause)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민에게 최대 AI 기업들의 주식을 나눠주는 아이디어는 정치권 전반에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뉴섬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AI 붐을 주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친(親) 기술 성향에 경제적 포퓰리즘을 가미하여 미국인들도 기업 이익의 일부를 나눠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고향인 캘리포니아에서는 억만장자세(a billionaire tax)에 반대했지만, 전국적인 차원에서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 도입을 제안했고, 이번 AI 관련 제안을 통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
뉴섬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경제적 분열에 대해 대중적인 화두가 되기 훨씬 전부터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지분 매각 제안 작업을 도왔던 오랜 고문인 제이슨 엘리엇(Jason Elliott)이 말했다.
뉴섬 주지사는 인공지능(AI) 업계 거물들의 막대한 기업 가치를 ‘공공 기금’(public equity fund)으로 전환하여 실직자 재교육과 같은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의 참모들은 지난달 뉴섬 주지사가 초고액 자산가에 대한 세금 도입안과 함께 발표한 이 구상이 정부와 산업계 간의 ‘사회 계약을 재정립’(to rewrite the social contract)하려는 더 큰 시도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인 베르그루엔 연구소(Berggruen Institute)의 공동 설립자이자 뉴섬 주지사와 공공 주식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한 바 있는 네이선 가델스(Nathan Gardels)는 “만약 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는 최초의 AI 선거가 될 것이고, 뉴섬 주지사는 그 점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섬에게 이번 선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캘리포니아에서 그는 IT 대기업들이 혐오하는 일회성 부유세 도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진보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으며, 실리콘 밸리에 대한 그의 오랜 애정은 거대 기술 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예비선거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전 시장은 기술 산업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혁신에 대한 그의 변함없는 관심과 캘리포니아 주가 기술 산업에서 창출되는 세금에 의존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그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의 대표인 샘 알트만과 다리오 아모데이를 언급하며, 자율주행차나 AI 모델과 같은 기술을 규제하려는 노동계 주도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실리콘 밸리 편에 서기도 했다.
뉴섬 주지사는 수년간 혁신적인 기술 변화의 영향에 대해 고심해 왔으며, 참모진과 논문 및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샘 알트만과 같은 기술 업계 리더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해 왔다. 그는 2019년 첫 주정부 연설에서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데이터 사용에 대한 보상으로 ‘디지털 배당금’(digital dividends)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또, 공화당이 트럼프 계좌라는 유사한 아이디어를 도입하기 몇 년 전에 수백만 명의 젊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을 위한 ‘주정부 신탁 계좌’(state trust accounts)를 설립하기도 했다.
* AI 창출 부(富)의 공정 배분 없인 민주주의 위태
뉴섬 주지사는 또 수년간 친기업적인 정책과 진보적인 의제를 조화시키려 노력하며, 캘리포니아가 자본주의적 역동성과 부유층에 대한 높은 세금을 결합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마찬가지로, 그는 인공지능(AI)이 캘리포니아 경제의 핵심 축이라고 옹호하면서도, 정책 입안자들이 AI가 창출하는 ‘부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을 “폭발”시키고 민주주의를 더욱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공지능을 ‘세대적 축복’(a generational boon : 한 세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거나 수십 년에 한 번 올 법한 큰 이득)으로 보는 관점과 ‘문명적 위협’(a civilizational threat)으로 보는 관점 사이의 긴장감, 그리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는 민주당 내 의견 차이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논쟁이 심화됨에 따라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가델스는 예측했다.
가델스는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와 엘리자베스 워렌(Elizabeth Warren)은 기술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지사는 기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기술을 지지하지만, 그 단점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섬과 같은 많은 야심에 찬 민주당원들은 ‘경제적 공정성’(economic fairness)을 점점 더 중요한 쟁점으로 여기고 있으며, 뉴섬은 민주주의의 존립이 여기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워싱턴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진보주의자들과 도널드 트럼프를 백악관에 복귀시킨 유권자 모두에게 호소하려면 시스템이 부유층에게 유리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그들의 광범위한 인식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어떤 계획이든 인공지능의 파괴적인 잠재력에 대한 해결책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뉴섬 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 라티노(Latino) 사회의 정치적 권익을 대변하는 비영리 단체인 미국 전국 라티노 선출직 및 임명직 공직자 협회 NALEO(National Association of Latino Elected and Appointed Officials) 행사에서 “기존의 합의는 끝났다. 그리고 AI가 그 합의를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조 달러 규모의 AI 기업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투자자들을 매료시켰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이로 인해 대규모 일자리 손실이 발생하고 부유층과 나머지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일자리 대체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결합된 결과이다.
* 진보든 보수주의자이든 모두 AI 시대 ‘부의 분배’ 제언
이에 대응하여 이념적 차이를 초월한 정치인들은 ‘부의 분배’(spreading the wealth)라는 공통의 목표를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인공지능 기업에 대한 국민 지분 배분을 제안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역시 50% 지분 배분을 제안했다.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 당내 진보 진영의 수장, 그리고 그들이 모두 혐오하는 대통령까지 비슷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는 사실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아이디어를 대중화시킨 앤드류 양(Andrew Yang)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인공지능 모델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인공지능 기반 혁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며, 특히 인공지능이 수백만 명의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각 정당의 정치인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일반 시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적었다.
AI 기업들도 이러한 아이디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 정책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앤스로픽은 이를 극단적인 가상 시나리오에 적용되는 방안으로 제시하며 연방 정책 입안자들과는 직접적인 논의를 하지 않았다. 반면 오픈AI는 백악관과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이 정책이 실현되려면 ‘의회의 법률 제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기술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 수혜자들조차 이러한 접근 방식을 옹호해 왔다. 많은 이들이 한때 실리콘 밸리 엘리트들 사이에서 화두였던 정부가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으로는 이러한 혁신의 규모에 대응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여기에는 샘 알트만도 포함된다. 오픈AI 창립자인 그는 2019년 보편적 기본소득 시범 프로젝트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최근에는 그 아이디어가 “다음 단계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2021년에는 AI 기업 지분 2.5%에 해당하는 “미국 주식 펀드”(American Equity Fund)를 설립했고, 지난 6월에는 그의 회사와 백악관이 5% 지분 인수를 논의했다. 가장 큰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479조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는 수백억 달러가 사회로 환원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 주가 시범 사업에 3500만 달러(약 517조 8,950억 원)를 배정하자 뉴섬 주지사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이 지출이 획기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 정치 지도자와 기술 개발자들 사이의 인식 차이
스톡턴(Stockton : 캘리포니아주의 도시)의 전 시장이자 뉴섬 주지사의 경제 고문을 역임했던 마이클 터브스(Michael Tubbs)는 “자신이 재직했던 센트럴 밸리 도시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수십 개 도시에 걸쳐 시행된 기본소득 시범 사업이 확산된 것은 한때 주변적인 발상으로 여겨졌던 정책들이 결국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이 한때 보편적 소득을 일축했지만 결국 현실화되는 것을 목격했던 것처럼, 공공 부문의 인공지능(AI) 도입에도 뒤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터브스는 “실리콘 밸리에서 듣는 AI에 대한 이야기와 정부 지도자들이 하는 이야기의 차이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비전을 가진 사람들은 이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뿐이었다.”며,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이제야 이 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가 반드시 다뤄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해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뉴섬 주지사 본인도 휴대전화에 저장된 IT업계 리더들이 이 계획에 동참할지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최근 또 다른 IT 업계 동맹인 창업자 출신 민주당 거액 기부자 리드 호프만(Reid Hoffman)과의 팟캐스트 대화에서 뉴섬 주지사는 직접적인 행동 촉구를 내놓았다.
뉴섬 지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누가 할 겁니까? 지금이 바로 그 순간입니다. 수많은 IPO(기업공개)가 쏟아지고 있잖아요. 다리오, 바로 지금이 기회입니다.”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설령 기업들이 참여한다 하더라도, 많은 진보적 비평가들은 그러한 정책이 득보다 실이 더 클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경제정책연구센터(CER=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 ) 공동 설립자인 딘 베이커(Dean Baker)는 “공공 자금이 투입되면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정부의 승인을 부여하는 꼴이 되어 의심스러운 AI 거품을 부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커는 “이런 엄청난 횡재가 생겼으니,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미국 국민을 위해 몫을 챙기자는 생각”이라며, “하지만 저는 그런 엄청난 횡재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과장된 홍보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과도한 관심은 피할 수 없었다. 현재로서는 뉴섬의 제안은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블로그 게시글의 두 단락 정도로만 제시되었으며, 그의 팀은 더 자세한 설명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선거를 2년 앞둔 지금, 그는 이 아이디어를 자신의 비공식 선거 운동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인공지능 규제 옹호 단체인 엔코드(Encode)의 법률 고문인 네이선 캘빈(Nathan Calvin)은 “1~2년 전만 해도 이 문제는 20대 이슈였지만, 지금은 5대 이슈로 올라섰다”며, “일부 기업과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세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다면 1위 이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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