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침 없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 일방적 고(高)관세 정책 등 미국 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무역대전(貿易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보복과 이에 대한 또 다른 보복이 겹쳐 지면서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 미 포틀랜드 주립대학교 정치학 명예교수이며, 국제 문제를 다루는 분기별 잡지인 아시안 페스펙티브(Asian Perspective) 편집장인 멜 구르토프(Mel Gurtov)는 13일 카운터 펀치에 쓴 글에서 ‘트럼프의 과장된 기회’(Trump’s Exaggerated Opportunity)가 미국내에서부터 미국 우선주의의 파괴가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의 수용은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이 모두 미국의 외교 정책 프레임워크로 채택한 ‘자유주의, 국제주의’에서 극적인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유 무역과 경제적 글로벌화, 국제기구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안보 연합, 인권과 국제법 지원은 가장 기본적이고 표준적인 미국의 입장이었다.
특히 ‘국가 안보’는 민주, 공화 양당의 기본적인 기조였지만, 너무나 자주 외국 십자군을 정당화 하는데 사용돼 왔다는 인식이다. 트럼프는 이러한 입장에 결코 어떠한 구속력도 느낀 적이 없는 인물이다. 자기 마음대로 정치인인 트럼프는 ‘세계 경찰 노릇하기에는 너무나도 돈이 많이 들고, 너무나 제한적이며, 그렇다고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인식이 깊다.
트럼프는 늘 말하기를 ”자기 인생 전체가 거래’라면서, 마치 ‘거래만이 살길’인 양 수단으로 이용함과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세’를 무기 삼고, 나아가 ‘힘에 의한 평화’를 외치며, 미국의 군사력 등 힘을 이용해 가로막는 사람들, 나라들을 설득하거나 처벌하는 매우 이기적인 외교 정책이 보다 나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비(非)전통적인 비용-편익 계산, 간단히 말해 ‘제로섬 계산’을 한다. 그의 임기 첫 몇 달은 그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관세 전쟁,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 국제개발처(USAID) 해체,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TO)와 파리 협정에서 탈퇴한 것 등이 그 좋은 사례이다.
3-4월호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에서 두 명의 분석가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지만, 그가 이를 미국과 세계에 봉사하는 데 사용할 기회가 있다고 제안했다.
* 트럼프, 국제 질서엔 관심 없고, 동맹도 중시하지 않아
미국의 역사가 이자 미국 외교 정책 전문가인 할 브랜즈(Hal Brands)는 트럼프는 국제 질서에 관심이 없으며, 동맹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는 많은 자유주의 국제 주의자들이 잊고 있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질서는 권력에서 나오며, 권력 없이는 거의 보존될 수 없다”(Order flows from power and can hardly be preserved without it)고 적었다.
따라서 “트럼프가 가장 건설적인 충동을 활용할 수 있다면, 그는 적대자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동맹국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끌어내고, 유라시아(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을 의미)의 공격에 대한 저항을 강화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할 브랜즈는 덧붙였다.
미국 가톨릭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이자 독일 마샬 펀드의 방문 펠로우이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국무부의 정책 기획 직원으로 근무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던 마이클 키미지(Michael Kimmage)도 할 브랜즈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키미지는 “베이징과 모스크바와의 숙련된 미국 관계, 워싱턴의 민첩한 외교 접근 방식, 그리고 약간의 전략적 행운의 조합... 더 나은 현상 유지를 만들어내는 것.” 이러한 의제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 감소, 이란과의 긴장 완화, 그리고 합의 영역을 찾기 위한 러시아와 중국과의 더 큰 유연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트럼프의 파괴적인 충동 (Destructive Impulses)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다. 어떤 건설적인 충동? 어떤 유연한 외교? 이 기사들이 출판되던 당시에도 트럼프는 이 저자의 정책 아이디어와 상반되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었다는 게 ‘멜 구르토프’의 주장이다.
트럼프는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거나 공통의 입장을 찾지 않았다. 그는 크렘린 선전선동가처럼 말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 연합을 달래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을 괴롭히고, 아시아와 다른 곳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불신을 확실히 퍼뜨릴 관계 위기를 초래했다.
트럼프는 또 이란 정권 교체와 중국과의 전면적인 무역 전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리고 할 브랜즈가 ”대규모 군사력 증강“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안한 미국의 힘에 더 의존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는 ‘핵무기 현대화’와 국경 통제에 대한 ‘군사 예산’을 늘리고 있는데, 둘 다 실제 안보 필요성과는 큰 관련이 없다.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도움으로 트럼프는 합동참모본부의 최고 간부를 해임하고, 트랜스젠더 군인(trans soldier)을 배제하고, 국방부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역량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승인했다. 해외에 있는 여러 미군 기지가 폐쇄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외교에서 가장 파괴적인 충동에 의지하는 것은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할 브랜즈와 마이클 키미지가 거의 언급하지 않는 다른 부분은 해외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국내에서의 파괴적인 행동이다. 트럼프가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의 목표에 따라 집안을 청소하고, 모든 반대의 근원을 제거하지 않는 한, 그는 외교 정책 수정주의를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 트럼프의 목표와 그의 잠재적 파멸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는 프로젝트 2025의 권고에 따라 ‘딥스테이트’(deep state)를 해체하고 행정권을 확대하는 데 전념해 왔다. 딥스테이트는 ‘정치권, 군대조직, 경찰 조직 등 특정 이해관계를 보호하고 국가를 지배하기 위해 비밀리에 작업하는 제도권 세력’을 말한다.
미국 국내 문제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정부 효율성’(government efficiency)을 개선하는 더러운 일을 하도록 일론 머스크를 데려온 것 같다. 이는 권위주의 지도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숙청(purge)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이미 80개 이상의 행정 명령을 내렸고, 머스크의 칙령을 통해 지금까지 바이든과 오바마 시대에 임명된 수많은 사람들이 해임되었고, 그의 정책에 적대적인 기관(예: 환경 보호국, 소비자 보호국)이 축소되거나 폐지되었으며, 2021년 1월 6일에 있었던 그의 선거 결과를 취소하려는 시도를 조사했던 모든 공무원이 사임하게 됐다.
트럼프의 국내 정책 목표는 분명하다. 의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관료 조직의 인력과 역량을 대폭 축소하면서 대통령직을 전능(全能)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할 때는 헌법과 연방 규정을 무시하는 것, 부와 정치적 권력은 항상 높아지고, 자유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소외되도록 하는 것, 소셜 미디어(SNS)에 대한 확고한 통제를 주장하는 것, 특히 대법원의 보수파 다수파가 해석한 법률을 이용, 투표권과 다른 잠재적 반대 세력을 제한하는 것, 그리고 그의 정책이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에 의해 수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넘기고 부하들의 절대적인 충성을 유지할 수 없다면, 그가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의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외교에 대한 크렘린 노선을 채택하는 것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멜 구르토프는 내다봤다.
구르토프는 ”미국을 NATO에 참여하지 않게 만들거나, 일본과 한국과의 동맹을 약화시키거나, 심지어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일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첫 임기 때처럼 자신의 임명자들이 아니라 상원의 일부 공화당원, 국제적 기업 리더, 정보 커뮤니티의 사람들, 그리고 트럼프에게 투표했지만, 미국 외교 정책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모든 면에서 좌절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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