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인 기호품 ‘카트’와 국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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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인 기호품 ‘카트’와 국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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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씹고 있으면 불안을 잊을 수 있다 ?
- 2015년부터 내전으로 경제 파탄. 그러나 ‘카트 시장’은 언제나 활황
- 카트 재배는 물을 많이 사용, 수원이 부족한 예멘에서는 물 부족의 요인
예멘 남성들의 빼놓을 수 없는 기호품 '카트(Khat/Qat) / 사진 : 위키피디아
예멘 남성들의 빼놓을 수 없는 기호품 '카트(Khat/Qat) / 사진 : 위키피디아

중동의 예멘(Yemen)의 거의 모든 남성들은 지극히 사랑하는 궁극의 기호식품이 있는데, 바로 ‘카트(Khat, Qat)’라고 불리는 식물로, 녹색의 이파리를 입에 넣고 계속 씹으면서 성분을 흡입하면 ‘각성작용’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일반 시민부터 정치인, 부유층부터 내전으로 인한 국내 피난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카트를 입에 물고 오른쪽이든 왼쪽 볼 안에 씹은 이파리 가루를 모아두고 계속 새로운 이파리를 입에 넣고 씹는다. 볼이 볼록하게 나온 모습들이 이색적이다.

필자도 오래 전에 예멘의 수도 사나에 들어 ‘카트’가 덥고 나른한 오후에 각성작용을 한다기에 현지 고객이 건네주어 함께 씹기 시작해봤다. 그런데 씹으면 씹을수록 가루가 되면서 목 넘김이 자꾸 일어난다. 목으로 넘기지 말고 입안에 씹은 가루를 모아두고 계속 추가 이파리를 씹으라는 말을 들었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 씹으면 자꾸 목으로 넘어가고 만다. 그런데 각성작용이 있다고 하는데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여하튼 예멘의 ‘카트’는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서는 생활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수도 사나에 올드 마켓으로 가는 길, 또 다른 기에 여름 축제의 야시장을 방불케 하는 점포들이 즐비하다. 가트 시장은 오후 10시가 넘도록 활황이다. 싣고 온 트럭에는 카트가 가득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모두 사라진다. 모두 팔아치우기 때문이다.

카트를 씹는 예멘 남성 / 사진 : 우키피디아 

카트의 가격은 종류와 품질에 따라 다르다. 일본 도교신문8일자 기사에 따르면, 500g에 1만 5000 예멘 리알(YER)이다. 약 1만 6300원 정도 된다고 한다. 최고급품은 10만 리알(약 10만 5500원)이 넘는다고 한다.

2015년부터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예멘에서는 공무원에 대한 급여 지급이 막혀 경제는 거의 파탄이다. 그러나 카트 시장은 늘 붐빈다고 한다.

카트는 주로 점심 식사 후인 오후 2시쯤부터 카트 시간이 시작돼 커피와 담배를 즐기며 가트를 푸는 것이 예멘 남성의 일상이다. 10시간 가까이 물고 있는 상급자의 볼은 많은 잎을 머금고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

가트의 새싹에는 각성 작용을 가져오는 캐치논(Cathinone) 등이 포함되어 성분을 흡수하면 고양감과 행복감을 얻을 수 있고 식욕은 감퇴한다고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비합법이 돼 예멘 국외 반출이 금지돼 있다.

카트 나무(Qat Tree) / 사진 : 우키피디아 

효과를 나타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며, 일하는 동안 씹으면 집중력이 증가하고 휴일이나 퇴근 후 친구들과 즐길 때는 진정(鎭靜)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카트를 계속 씹으면, 술 취한 기분이 든다며 스트레스 해소, 침착함을 되찾는다는 말도 있다.

반면 폐해도 있다.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 농가 중에는 커피 밭 등을 카트 밭으로 전작(轉作)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카트 재배는 물을 많이 사용하고 수원이 부족한 예멘에서는 물 부족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캠프 생활을 계속하는 국내 피난민도 카트는 놓지 못하고, 노동으로 얻은 약간의 임금이나, 유엔기구 등으로부터의 지원금을 카트에 쏟아 붓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식량을 살 수 없게 되어 영유아의 영양 상태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다만 끝이 보이지 않는 내전에서 카트는 일시적인 편안함을 준다고 한다. 만일 카트가 없으면 예멘에 일주일도 있을 수 없다. 카트를 씹으면 장래에 대한 불안이나 스트레스는 신경 쓰지 않게 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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