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재벌 ‘아다니’ 문제 ‘인도의 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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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재벌 ‘아다니’ 문제 ‘인도의 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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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한 통치기구, 공평한 경쟁의 장소가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인프라
- 모디정권, 정격유착 가능성 배제 못해

나는 새도 떨어뜨릴 기세를 보였던 인도의 신흥재벌(Adani) 그룹의 창업주는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세계 제 3위의 부자로 인도의 록펠러라고 불러졌었다.

그러나 최근 그는 공매도(空賣渡)로 알려진 투자자들이 아다니 그룹 재무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불안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나갔다.

공매도(short stock selling)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으로 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되는 기법을 말한다.

영국 경제 전문 매체인 이코노미스트는 11일자 기사에서 아다니 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1000억 달러(1283,000억 원)나 감소했고, 아다니 총수는 수십 억 달러의 개인 재산을 잃어버렸다. 그룹은 기일대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다며 채무불이행 사태 예방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의 혹독한 평가에 휩싸이면서 아다니 총수의 거대한 야망의 실현에는 의문부호가 찍혔다. 이는 아다니 총수와 가까운 관계에 놓여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도 정치적으로 성가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도의 자본주의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혹독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

* 아다니 그룹, 수억 명의 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

아다니 그룹은 인도의 주요 항만 중 일부를 운영하며, 국내 곡물의 3분의 1을 저장하고 있다. 송전선의 5분의 1을 관리하고, 시멘트 생산량의 5분의 1을 담당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수억 명에 이르는 인도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다. 자산 규모에서 인도 국내 비()금융기업 상위 10개사의 일각을 차지해 앞으로도 급속한 성장이 전망됐다.

그러나 그 성장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미국 투자회사 힌덴부르크 리서치(Heindenburg Research)가 지난 124일 창업자 일가와 관련된 실체불명의 모리셔스 기업들이 아다니의 주가를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다니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투자자들을 납득시키지는 못했다. 주가는 급락했고 핵심 회사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공모증자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아다니가 발행하는 회사채의 이율은 상승했다. 재생에너지를 취급하는 그룹사 회사채 수익률은 19%까지 치솟았다.

* 모디 총리가 주 총리 시절부터 이어진 관계

모디 총리에게 대기업은 국내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는 계획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아다니 총수에게는 다른 기업 경영자와는 다른 점이 있다. 아다니 창업자는 모디 총리와 수십 년에 이르는 관계가 있는 것이다. 아다니는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모디 총리는 2001~2014년에 같은 주의 총리를 맡고 있었다.

모디 총리는 인도 총리로 취임했을 때 아다니 씨가 소유한 항공기를 타고 델리로 날아갔다. 그때부터 힌덴부르크 리서치가 보고서를 공표할 때까지 아다니의 개인 자산은 약 70억 달러(89,845억 원)에서 약 1200억 달러(154200억 원)로 무려 17배 이상 불어났다.

인도 정부는 이 상황에서 겉으로 드러나거나 은밀히 아다니 씨를 지원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이다. 인도에는 고성장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조건의 대부분이 갖추어져 있다. 그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대기업에 대한 엄정하고 공평한 감독이 필수적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인도를 방문하면 누구나 이 나라가 도로와 다리, 전력 정비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대출 붐이 일면서 인프라에 대한 거액 투자가 잇따랐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비용이 부풀어 오르고, 그 진행은 관공서 일로 지연되어 자금 조달 비용이 급등했다. 완성된 사업은 매우 적다. 은행은 고액의 부실채권을 떠안고 경제성장은 그 속도를 잃었다.

그래서 모디 총리에게는 강력한 산업정책이 매력적으로 비친다. 그는 인도를 글로벌 제조업 거점으로 삼으려 하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비된 도로와 안정된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 지방 공급망 정비에 기여해 줄 것을 대기업에 요청하고 있다.

아다니 외에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타타그룹 등 재벌과 철강 대기업 JSW스틸 등 인도 유수 기업들이 앞으로 5~8년 안에 2500억 달러(3208,250억 원) 이상을 인프라와 신흥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한국의 삼성과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鴻海精密工業) 등 인도에서 생산을 확대하는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 승자 기업의 리스크

하지만 승자를 고르는 전략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른다. 아다니 씨의 곤경은 무엇이 실패로 이어질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신속하게 사업허가를 내주는 방식은 특정 기업의 우대로 이어질 수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정부에 의해 선택된 승리한 기업이 자신의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아다니는 건설 중인 모든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현금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액의 채무에 의존해 고속으로 확대하고 있는 경영 모델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경영자의 존재가 커지면 그에 따라 경영 리스크도 확대된다. 아다니가 이끄는 기업만 인도 비()금융기업 상위 500대 설비투자의 7%를 차지한다. 또 그는 인도에 전략적 중요성이 있는 항만의 대부분을 운영하고 있으며, 뭄바이 신()공항과 구자라트 제철소 건설 등에 500억 달러(641,550억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이미 약속했다. 이들 투자가 어려워지면 미완성 사업이 또 추가된다.

모디 총리는 아다니의 시련에 관해 침묵하고 있다. 1야당인 국민회의파의 시위가 몇 차례 일어나고 있지만 모디에 대한 지지율은 비교적 높아 아다니 문제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다. 각료들은 인도 거시경제 기초적 조건이 건전하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인도가 앞으로도 안심하고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장소로 남을 것임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경상적자를 안고 있기도 해 급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외로부터의 고액의 투자가 필요하다. 세계 다국적 기업들은 지금 거버넌스가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한 국가들에 대한 진입에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 공정하고 엄정한 기업 감독 절실

인도 정부는 우선 특정 기업에 대한 우대조치 억제와 대기업 감독 강화에 착수해야 한다. 뉴욕의 작은 공매도 투자회사가 생긴 따끔한 질문을 왜 규제당국이 하지 못했을까. 힌덴부르크 리서치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가 2021년 아다니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지만 이후 침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규제 당국은 아다니 그룹에 대한 조사 상황을 공표하고, 인도 증권업계 스캔들의 원인이 되고 있는 모리셔스 투자회사들에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 아다니는 힌덴부르크 리서치에 대한 반론으로 413페이지의 문서를 공표했다.

모디 정권 하에서 인도의 체크 앤 밸런스(권력의 억제와 균형) 시스템은 여러 면에서 악화됐다. 인도 정부는 법원과 경찰의 독립성을 계속 훼손하고 있다. 언론도 얌전해지고 예전과 같은 권력자 비리에 대한 조사 보도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힌덴부르크 리서치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다면, 아다니의 문제에 대해 보도하는 인도 국내 신문은 거의 전무했을 것이다. 아다니는 최근 뉴델리텔레비전(NDTV)을 인수했다. 과거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했던 NDTV도 이제는 순종적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인도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정비만큼이나 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청정에너지나 매끄러운 도로로부터 혜택을 받을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시민에게 있어서, ‘깨끗한 통치 기구공평한 경쟁의 장소또한 중요한 인프라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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