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 좋은 집보다 편한 집에서 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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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홀리데이- 좋은 집보다 편한 집에서 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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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난 여행 4>

오페어를 그만두고 저렴하며 좋은 집을 구하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중심가는 너무 비쌌고, 교외로 나와 살기엔 교통비가 너무 비싸서 일하러 다니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처음 머물었던 집은 시티와 떨어진 한적한 곳이었다. 호주인 아저씨와 태국인 부인이 함께 사는 집이었는데, 집 구조는 처음부터 쉐어를 하기 위해 지어진 듯 보였다.

긴 복도를 따라 3개의 개별적인 방이 있고, 거실과 주방으로 이어졌다. 공항에서 일하는 아저씨는 한국에 관한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고, 덕분에 나는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다만 아저씨가 김치만은 안 된다고 해서 김치를 먹는 것은 포기하고 지냈다.

문제는 같이 룸메이트인 인도네이시아 여자였다. 심심하면 안 들어 왔다. 안 들어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내 물건을 맘대로 가져가곤 했다. 설상가상으로 어느 날 밤 12시 너머 내 룸메이트의 친구가 들어왔다. 짐을 풀고 나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방에서 잔다고 하지 않는가? 황당해서 미리 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 룸메이트의 친구는 주인아저씨한테 얘기했으니 여기서 묵겠다고 했다. 게다가 내가 영어가 서툴러서인지 무시하는 것 같았고, 한국인이 어쩌구 저쩌구 비꼬아서 얘기하였다. 다른 건 몰라도 국적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정말 참을 수가 없어, 이사를 가기로 결심하고 친구와 돈을 모아 시내 새로 지은 아파트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6개월 랜트를 받아서 누구에게 쉐어를 할 것이며, 주차장은 누구에게 대여할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고 기다렸건만, 랜트의 기회는 화교들에게 넘어갔다.

결국 시내 중심가 아파트에 쉐어로 들어갔다. 일주일에 100달러가 넘는 비용이지만 그래도 일하는 곳이랑 가깝고, 아파트 내에 스터디룸, 수영장, 당구장 같은 부대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 그런대로 지낼 만 했다.

하지만 남과 같이 산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가? 더욱이 국적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많은 것을 양보하고 이해해야 했다. 같이 쉐어하는 일본 여자는 어느 날 여행을 간다고 짐을 챙기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혼자 방을 쓸 경우 쉐어 비가 비싸졌고, 이런 경우 주인은 다른 쉐어하는 사람을 찾기까지 난처했다. 문화가 다른 친구들과 살다보면 정말 작은 일로 싸우기가 쉬웠다. 냉장고에 음식 넣어둔 위치가 바뀐걸 가지고 확대해석하며 서로 말 한마디 않고 지낸 경우도 있었다.

특히 주인에게 이유없이 쫓겨 나는 경우엔 다행히 계약금을 받을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어처구니없는 일로 계약금을 못 받는 경우 어디 하소연 할 곳이 없었다. 정말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내가 행복했었는지 실감하였다.

여러 곳을 전전하며 지쳐갈 무렵, 호주에서 우연히 마주친 대학 친구와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부지런한 그 친구는 새벽에 일어나 청소하고, 일식집 아르바이트를 가서 저녁 10시에 일을 끝마치고 집에 오면 잠들곤 했다. 그런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한국에서 이 친구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했던 것들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알게 하였다. 목표가 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친구. 결국 그 친구는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자신이 모은 돈으로 호주 전역을 여행했다. 나는 그런 친구의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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