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스쿠니 신사^^^

그런데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왜 잘못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젊은층들이 많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에는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왜 문제가 되는지 질문하는 글들이 종종 보이고 있고 몇몇 사이트에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비난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는 글도 올라와 있다.

인터넷에서 올라온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비난하지 말자는 주장을 요약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야스쿠니는 우리나라의 국립묘지와 같은 곳이다. 우리 대통령이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왜 반대하는가?

2. 신사참배는 우리나라의 제사와 같은 것이다. 남의 나라 제사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다.

3. 야스쿠니에 모셔진 전범들은 승전국들 입장에서 전범이지만, 우리나라는 승전국이 아니므로 그들은 우리 입장에서 전범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그 전범들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패하는 바람에 해방을 맞았으므로 우리는 신사참배를 비난할 입장이 못된다.

이러한 주장들은 얼핏 보기에는 내용이 꽤 그럴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나하나 반박해 보도록 하자.

1. 야스쿠니가 국립묘지라는 부분에 대해서...

일본에서 국립묘지의 역할을 하는 곳은 야스쿠니 신사보다는 치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에 태평양 전쟁 전몰자 위패가 많이 모셔져 있어서 얼핏 국립묘지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신사가 종교시설이란 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일본에서 신사는 일본의 고대신앙인 신도의식을 실시하는 장소이다. 야스쿠니 신사가 종교시설인데 반해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역은 종교시설이 아니다. 그리고 전 세계의 국립묘지 중에서 종교시설로 운영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립묘지 참배와 비슷한 것을 찾으려면 치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역을 참배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국립묘지 참배와 그 격이 다르다.

2. 신사참배가 우리나라의 제사와 같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것은 일본의 신사와 신도의식을 잘 알지 못한 주장으로 보인다. 일본의 신도에는 죽은 사람이 神이 된다는 개념이 있다. 그래서 일본에는 神이 많다. 이렇게 많은 神들을 모시는 곳이 바로 신사이다. 역시 야스쿠니에 모셔진 전범들도 神으로 대우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사는 조상신을 숭배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긴 하지만 종교행사는 아니다. 우리는 각 개인이 자신의 조상신을 모시는 뜻에서 제사를 올리지만 일본처럼 죽은 사람의 영혼이 모든 사람이 모시는 神이 되는 경우가 아닌 것이다.

만일 고이즈미의 직계조상 중에 전범이 있고, 그 전범에 대해 개인적으로 제사를 올리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이런 것과 거리가 멀다.

또한 고이즈미 총리가 총리자격으로 신사참배를 하는 것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한다고 규정한 일본헌법에도 위배되는 행동인 것이다.

3. 일본전범은 전승국의 전범이지 우리의 전범이 아니며, 전범들은 태평양 전쟁의 패배로 독립했으니 그들을 고마와 해야지 비난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

사실 이 주장은 위의 주장 중 가장 억지에 가까운 주장이다. 먼저 "일본의 전범들은 미국 등 전승국의 입장에서 전범이지만 전승국이 아닌 우리 입장에서는 전범이 아니라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다들 잘 아시겠지만 일제시대에 많은 한국인들이 탄압을 받거나 학살을 당했다. 일본의 전범들은 바로 그 많은 탄압과 학살의 책임자인 것이다. 그들은 전승국의 입장이 아닌 우리의 입장에서도 당연히 범죄자인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일제의 만행과 학살은 과연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그리고 "태평양 전쟁의 패배로 우리가 독립했으니 그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살펴보자.

물론 이 주장대로 일본 전범들이 태평양 전쟁을 도발했다가 패하는 바람에 한국이 독립한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이 우리를 독립시켜 줄 마음으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것은 절대 아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은 우리 젊은이들을 심하게 학대하면서 중노동에 동원하기도 했고 군인으로 강제 징집하기도 했다.

그리고 젊은 여인들은 근로 정신대나 위안부로 끌려 가기도 했다. 이러한 야만적이고 강압적인 행위의 책임자들이 바로 야스쿠니에 있는 전범들이다. 이런 피해를 입은 우리가 왜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왜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심한 피해를 가한 책임자들의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총리가 그런 곳을 참배한다는 것은 당시 아시아를 식민지로 삼고 온갖 만행을 저지른 전범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이 독일처럼 과거를 반성하고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제일 먼저 사라져야 하는 것이 바로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