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문칼럼] 극단적인 선택으로 떠밀리는 사회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깡문칼럼] 극단적인 선택으로 떠밀리는 사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파방송.양파뉴스 이강문 총괄사장. ⓒ뉴스타운

왜 그랬을까? 남의 일이 아니다. 설 연휴 다음날 이웃동네 칠십대 후반 노인이 세상을 떠났단다. 아마도 사망한지 며칠이 지났다고 한다. 외상이 없는 것을 보니 극약을 먹었던지 아니면 노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오늘의 우리 사회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고독사가 많은 나라다. 1980년대 말 이후 지속된 경제위기가 1994년 버블붕괴로 이어지면서 ‘나 홀로 사망’이 급증했다. 실직자와 이혼율 급증, 비혼 풍조와 개인주의 문화 확산 등이 고독사를 늘린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본에서는 연간 3만2000여명이 고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독사 예비군(群)’도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독사가 많다보니 일본 지자체들은 고령자들이 사는 집 대문에 흰 수건을 걸어두도록 했다. 흰 수건이 걸려 있지 않으면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겼으니 봐달라는 뜻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35개 선진국 모임인 경재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003년 이후 15년째 세계 최고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자살률 25.6명(인구10만 명당) 이다.

OECD 평균 12.1명에 2배가 넘는다. 삶의 가치에 대한 계속된 경고에도 우리 사회가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가.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제대로 대응해 왔는가. 정부는 보건복지부도 있고, 여성가족부도 있다. 또 그 위에 청와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정부기관에서 국민의 자살, 특히 노인의 자살에 대해 어떤 대응을 했으며 어떤 방지책을 썼는가.

그저 청와대에 앉아 국정원 대공 수사비나 받아서 치장하고 미용 주사 맞고 새 옷을 해 입는데 쓰지 않았나. 그들도 이제 노인의 반열에 있다. 2014년 10월 60대 독거노인이 장례비와 밀린 공과금을 넣은 봉투에 “고맙습니다. 국밥 한 그릇 하시죠.”라는 메시지를 남겨놓고 목숨을 끊었던 비극은 여전히 우리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청장년보다 노년의 자살이 낮은 세계 추세와는 반대로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53,3명으로 OECD 평균의 3배에 달한다. 노인자살의 특별한 현상은 무엇인가. 이것은 사회안전망 부재에 따른 가족 기능 붕괴로 파악된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전적으로 투자를 하고 장성한 자녀가 경제활동을 하여 부모를 부양하던 사이클, 즉 효(孝 )라는 개념이 90년대 말 경제위기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용안정성이 위태로워지고 이를 뒷받침할 사회안전망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자살이 미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엄청나다. 자살자의 미래소득 감소분은 연간 6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자살 시도로 인한 후유증 치료 등에도 큰 사회적 손실이 따른다. 한 사람의 자살자가 평균 40명 가량의 가족, 친척, 친구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할 때 우리사회 전체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자살에 의한 후유증을 앓아야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숙명적 자살이 우리 사회의 자살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억압 속에서 개인의 자유는 제한 받고 있으며, 불평등한 경제상황과 위태로운 직업 상태, 불안정한 사회 안전망이라는 제도적 압박 때문에 자살로 떠밀리고 있다. 새 정부가 2017년 출범하여 국정운영 100대 과제 중 44번째 과제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예방 중심 건강관리 지원’의 세부 내용에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획을 포함했다.  

이렇게 계획도 만들고, 정부 부서가 만들어졌지만 실효성은 없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노인 자살 예방 같은 업무는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인가. 홀몸 노인에 대한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미흡하다. 홀몸 노인 돌봄 서비스의 경우 올해 24만 명으로 대상을 늘렸지만, 수혜자는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노인 5~10명을 모여 살게 하는 공동 주거 시설도 대안으로 꼽히지만 확산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경기도가 카네이션 하우스란 이름으로 올해 6곳을 늘여 47곳을 운영 중이고 부산시가 올해부터 시행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홀몸 노인의 돌봄 그물망을 촘촘히 짜려면 복지 행정력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다른 기관은 물론이고, 민간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특히 대기업에서 청와대 명령으로 쓸데없는 재단을 만드는 돈으로 노인 복지에 지원을 한다면 일자리도 생기고 독거 노인의 자살도 예방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