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의 '화려한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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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의 '화려한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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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는 종북과 싸울 때 가장 변희재 답다

▲ ⓒ뉴스타운

변희재가 책을 냈다. 맞다, 변희재는 글을 쓸 때 가장 변희재 답다. 미디어워치를 운영하면서 예리한 필봉을 뽐내던 변희재가 삼천포로 빠지며 정치판 변두리를 기웃거렸던 것은 아마도 어느 날 문득 불어왔던 봄바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지겨운 삶의 한복판에서 불현듯 탈출하고 싶었던 것일까.

변희재가 이번에 낸 책은 '손석희의 저주'라는 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갔던 태블릿PC 문제에서 손석희가 했던 거짓말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변희재가 썼다면 이 책은 좌파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했던 손석희의 정체를 백일하에 드러낼 것이 틀림없다.

변희재는 진중권과의 '사망유희' 토론에서 진중권을 일격에 박살내며 일약 보수우파의 떠오르는 신예 자리를 꿰찼다. 변희재는 재주가 많아서 탈이었다. 언론사도 운영하고, 토론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국회의원까지 출마했다. 그러나 변희재는 정치인의 꿈을 가지게 되면서 대신에 많은 것을 잃었다.

변희재가 논객이었을 때 변희재는 갑(甲)의 최상층에 있었다. 논객은 누구를 막론하고 비판할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상대가 누구라도 겁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정치인 지망생이 되면서 비판의 칼날은 상대를 가려야 했다. 자기편이 아니면 맞는 말도 비난을 해야 했고 자기편이면 잘못한 것도 덮어야 했다. 그게 정치판이었다. 그건 녹슨 칼날의 변희재였다.

선거에서 낙선하고 태극기 집회에 연사로 나서다가, 태극기파들이 사분오열될 때 변희재는 조원진을 따라나섰다. 갈수록 변희재의 무대는 좁아졌다. 천하를 호령하던 논객에서 정치인 지망생으로, 정치인 지망생에서 다시 정치인 따까리로 계속 자기 가치를 하향시키며 계단을 내려갔던 것이다.

아마도 변희재는 '하향'했다는 것에 동의를 안 할 수도 있다. 정당에 입당하고서 변희재는 정책위의장이니 무슨 위원장이니 하는 감투도 쓰고, 연단에 올라 연설도 하고, 수많은 군중들의 환호소리에 귀가 먹먹했을 정도였으니 그 얼마나 화려한 외출이었던가. 그래서 변희재는 구름 위로 '상향'했다고 자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희재가 논객이었을 때 변희재가 보위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이나 '진실'이라는 거대한 주제였다. 그러나 정당인이 되면서, 그것도 오로지 박근혜 하나만을 외치는 정당에서 변희재는 자기 정당 밖에 있는 모든 것들을 향해 비난해야 할 입장으로 전락했다.

변희재가 상대해야 할 것은 북한의 김정은과 남한의 종북이었다. 그러나 정당의 당원이 됨으로서 변희재의 상대는 홍준표나 김무성이었다. 논객 변희재의 기준은 대한민국과 진실이었으나 정당인 변희재의 기준은 박근혜와 조원진이었다. 논객이면 조원진의 이율배반을 질타해야 할 것을, 정당인이기에 조원진 무조건 만세를 불러야 했다.

대한민국을 논하고 진실만을 외치던 고상하고 우아한 논객이 모략과 술수가 난무하는 아귀다툼의 시궁창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변희재는 종북과도 싸워야 했지만, 아스팔트 태극기 세력과도 헤어지고, 홍준표와도 싸우고, 신혜식과도 싸우고, 정미홍과도 싸우고, 결국 조원진과도 싸워야 했다. 그 하수구 속으로,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는 왜 갔더란 말인가.

변희재는 종북과 싸울 때 가장 변희재 답다. 변희재가 책을 낸 것은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 제 자리를 찾아왔다고 생각하고 싶다. 요란한 복장을 벗어던지고 화려한 화장을 지우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앉은 누님처럼, 지금부터 변희재는 자기가 가야할 길을 제대로 볼 때이다.

대한민국에는 싸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종북과 역사 왜곡, 위선과 거짓말, 빨갱이 사기꾼 등등, 이런 것들을 놔두고 언제까지 조원진만 붙들고 있을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제자리로 돌아가자. 옛 동지를 향한 고소 고발도 다 집어넣고 시궁창 싸움도 다 집어치우고 가장 변희재다운 모습으로 돌아가자. 그랬을 때 변희재는 가장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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