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민다나오 섬 다바오에서 시장을 거치면서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행동’을 거침없이 해오면서 인기를 차지, 대통령에까지 오른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의 폭언, 욕설 등으로 예정되어 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되었으나, 7일 밤 비공식이지만 잠깐 회동을 양국간의 긴장감이 도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약간은 가시게 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세안(ASEAN) 회의에 참석차 라오스(Laos)로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필리핀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개XX라고 욕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라오스에서 예정되어 있던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나와 파문이 일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7일 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날 밤 두 정상 간의 비공식 접촉이 실현됨으로써 동맹 관계에 결정적인 균열이 생기는 것만은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과 라오스까지 동행한 ‘피이노르’ 차기 주영 필리핀 대사는 두테르테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동아시아서밋(EAS=East Asia Summit) 만찬회 직전에 대기실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었는데, 두 정상의 표정은 부드러웠다고 복수의 외신이 전했다. 단, 차기 주영 필리핀 대사는 그 자리에서는 두 정상만이 있었기 때문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죄를 했는지 등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필리핀 남부 다바오(Davao) 시장을 오랜 기간 맡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6월 말 대통령 취임 후에도 폭언과 몰상식한 행동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파이노르 대사는 “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던 지자체 수장의 방식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대통령직에 익숙해질 때까지 “조금은 시간적 여유를 주길 바란다”며 이색적인 호소(?)를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