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송민순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 북한이 20일 미국이 경수로 제공할때까지 핵무기 유지하겠다는 발표로 6자회담 합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 Reuters^^^

우리말에 ‘밤새 안녕’이란 말이 있다. 19일 베이징에서 극적 타결을 본 제4차 2단계 6자회담 결과에 대해 한편에선 큰 진전이라며 환영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좀더 두고 볼일이라며 적극적 환영을 유보하는 사이에, 북한 외무성은 회담 결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경수로 우선 제공을 요구하고 나서, 북핵 해결에 산 넘어 산의 형국을 맞이하고 있다. 마치 ‘곱사 등에 등짐지고 태산준령을 넘어가는 격’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0일 ‘조-미관계가 정상화 돼 신뢰가 조성되고 우리가 미국의 핵 위협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되면, 우리에게는 단 한 개의 핵무기도 필요 없게 될 것’이라면서 “기본은 미국이 우리의 평화적 핵 활동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증거가 되는 경수로를 하루 빨리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북한의 요구 및 주장은 핵확산 금지조약(NPT) 복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이행 후 적절한 시기에 경수롤 제공한다는 합의와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이 원칙적으로 핵 포기한 것이며, 잘됐다. 한걸음 진전된 것”이며 그러나 “지금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보아야 한다”면서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도 모든 6자회담 당사자들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9월19일)합의서는 미 행정부의 입장변화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에이피통신>은 전했다. 북한의 ‘밤새 안녕’식 주장에 미국은 다양한 분석과 함께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입장인 듯 하다.

미 국무부 신 맥코맥 대변인도 “(9월19일에) 서명한 것은 합의가 아니고, 북한에게 서명을 한 다음 우리에게 가져올 것을 보여주는 시간을 준 것”이라는 말을 해, 홍콩 정치경제위기컨설턴트 소장의 말처럼 “나에게 먼저 보여 달라”라는 철학이 담긴 내용(본보 기사 9.19일자 ‘6자회담 타결, 진전이냐 아니냐’ 참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정동영 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은 “11월초 5차 6자회담을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정부와 또 각국이 서로 양자 혹은 다자 접촉을 통해 경수로 제공 시점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 이라고 말하고 “신포 경수로는 94년 제네바합의에 기초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주체로 한 경수로 공급계획이었는데, 이것을 종료하는 전제에서 200만 킬로와트의 전력을 송전하게 되는 것이라며, 19일 합의로 제네바 합의에 기초한 경수로는 종료됐다”고 말해 북한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고 있어, 우리 정부의 다각적 외교노력을 다시 필요로 하고 있다.

북한의 경수로 우선 제공 요구에 대해서 마치무라 노부다카 일본 외상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해 미국과 일본의 입장, 그리고 한국, 중국, 러시아간의 지금까지의 입장을 어떤 방식으로 조율이 진행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신문은 9.19 합의서 중 북-미관계 정상화는 1953년 한국전쟁을 종식시킨 ‘정전협정’을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으로 가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한 전문가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북-미 관계정상화로 가는 첫 걸음에서 북한의 경수로 우선 제공 주장이 특히 미국의 입장 변화를 어떻게 유도할 수 있는지도 관심사항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