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어느날 잘(?) 나가는 정치 변호사 문재인 대표에게 홍보담당 특별보좌관이 책을 들고 들이 닥쳤다. 지난 봄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후 촉발된 당내 분규와 각종 악재에 이어 여당 지도부의 투항(?)에 가까운 돌출 행동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문 대표는 보좌관을 보자 짜증섞인 표정으로 먼저 물었다.
"노특보. 또 무슨 일이야? 그리고 손에 든 그 책은 또 뭔가?"
보좌관은 문 대표의 기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말했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세상에 학술원에서 우리들을 종북으로 규정하고 심리학, 사회학, 역사학, 법학, 경제학 등 내노라하는 학자들이 '종북은 과학'이란 책을 이렇게 썼답니다."
보좌관의 격앙된 보고에 문 대표는 속으로 '젊은 친구는 어쩔 수 없어'하는 생각을 하며 손을 들고 조용히 말했다.
"특보. 너무 호들갑 떨지말고 좀더 차분하게 말해 보게나"
문 대표의 냉정을 찾으라는 말에 보좌관은 흠칫하며 책을 펼치듯이 하면서 말했다.
"책내용은 최근 트렌드인 융복합 즉 학제적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심리학에선 '종북의 심리구조', 역사학에선 '종북의 기원', 경제학에선 '종북확산의 기하급수', 법학에선 '종북의 법적 토대' 등 그야말로 우리들(?)을 과학의 이름으로 까발리고 있습니다."
보좌관의 입에서 여러 학문과 과학이란 말들이 나오자 문 대표는 속으로 캥겼으나 밖으론 짐짓 태연하게 말했다.
"설마 과학이니 학문이니 하는 어려운 말들을 무식하고 정신없는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긴 하겠어?"
문 대표의 회의적 태도에 보좌관은 속으로 끄응하며 말했다.
"대표님. 그렇긴해도. 이번엔 학술원이란 한국 최고의 석학들이 우리에게 반기를 든 것입니다. 학문의 아버지들 말입니다."
보좌관의 학문적 권위를 강조하는 거듭된 태도에 마침내 문 대표는 고함치듯 말했다.
"이래서 먹물든 친구들은 문제야. 이들이 제대로 했으면 우리 같은 좀비들이 이렇게 활개를 치겠냐구. 장담하건대 천박하고 반지성적 나라에선 '찻잔속의 태풍'이라구 무시하고 가자구."
명쾌한 문 대표의 결론에 보좌관은 새삼 문 대표를 존경하는 태도로 올려다 보며 말했다.
"그래도 학술원을 그대로 두시면 우리들을 반대하는 학계의 흐름을 차단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보좌관의 걱정하는 말을 흘리면서 문 대표는 말했다.
"하긴 그렇군. 재정담당팀에 말해 학술단체에 지원하는 각종 예산을 대폭 삭감토록 하게. 그리고 여당한텐 선진화법 들이대며 압박하구."
"? ! . . ."
이튿날 새정치민주연합은 한국 사회는 지적 빈곤에 놓여 있으며, 그 중심엔 학술원이 있다는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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