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바마는 새해 국정연설을 자신감 넘치게 마치면서 다수(81%) 미국인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바마는 부자증세를 통한 중산층 살리기를 앞세워 남은 2년 임기 동안 지속될 아젠다를 설득력 있게 호소했다. 그는 "얼마 되지 않은 소수에게만 유별나게 좋은 경제를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노력하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소득을 높이는 경제에 충실할 것이냐?"고 물은 뒤 '중산층 경제'가 답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대통령이 이런 연설을 했다면 아마도 '경제를 망치려고 작정했다', '대기업이나 상류층의 투자나 소비를 막으려는 포퓰리즘적 발상', '경제 활성화에 치명적인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친 자본적인 나라 미국의 대통령이 '다수를 살리는 경제'를 말하고 있는 것이 지금 세계 정치의 현실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말정산 환급' 사태의 본질은 적게 내고 적게 돌려주는게 아니라 부자증세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중간 이하의 숨통을 조인 것이 문제였다. 세계 최대의 금융자본 국가 미국에서 온갖 상류 부유층의 여론 조성과 정치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부자증세가 다수의 여론에 의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추세이다. 과거 레이건 때 부유층과 기업에 대해 세금을 줄여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이른바 '공급주의 경제학'은 아무리 세금을 삭감시켜도 투자나 소비가 어느 정도 이상은 늘지 않더라는 통계를 보여줬다.
오늘날 한국의 대기업에 수년 동안 엄청난 법인세를 감면시켜 투자가 늘고 있는가? 또 부동산 경기를 진작시킨다고 취득세, 양도세를 감면시켜 주고, 주식 등 금융자산에 대한 낚은 과세를 유지해오면서 투자나 소비가 진작되고 있는가? 한국 관료들의 발상이나 발언은 지극히 자기가 몸담고 있고, 지향하는 계층에 맞게 나온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다. 성장률, 투자, 소비, 고용, 가계‧국가 부채 증가율, 양극화 등 어느 하나 우려스럽지 않은 것이 없는 것이 지금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평등한 '고통분담'과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존'이다.
이번에 연말 정산 파동 또한 부유층과 대기업 등에 그 능력에 상응하는 증세를 한 다음에 중산층이하 샐러리맨의 유리지갑에도 증세했다면 이토록 시끄럽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부담이 늘더라도 그 비율이 공정하다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연말 정산 논란 이전에 담뱃값 인상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간접세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인데 여기서 사실상 특정계층(주로 중하층)에게만 간접세나 다름없는 담뱃값을 두 배 가까이 올리니 어찌 반발이 없을 수 있겠는가? 부가세 등 간접세까지 고려하면 한국 중산층 이하 서민이 느끼는 실질 조세부담률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연말 정산 파동이 일으킨 고위 관료나 국회의원은 그들 스스로의 계층이 서민이 아니기에 조세저항에 대한 감각이 결여되어 있고 그러기에 큰 사고를 친 것이다. 이들은 이제라도 오바마의 새해 연설을 음미하며 누구를 위해 자신이 존재하는지를 되새겨봐야 한다. 보편적 복지의 미명하에 혈세로 운영되는 공포의 어린이집을 지켜보는 것도 안타까운데 더 이상 세금으로 '조삼모사' 운운하지 말기를 바란다.
세금으로 상처난 가슴을 메꾸기가 쉽지 않다.
글 :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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