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의 생존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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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의 생존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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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진핑과 북한의 김정은 사이의 역학관계

“로보”라는 햄스터는 러시아 탐험가 로보로프스키가 몽골 사막지역에서 발견한 후 붙여진 애칭이다. 녀석들은 털색이 사슴과 닮았으나, 특히 덩치가 작은 햄스터 종류다. 삭막한 생태계 출신이라 그럴까, 평소에 의심이 많아서 먹이 주는 주인에게도 제 곁을 잘 주지 않는다. 애완용 햄스터에는 펄, 정글, 푸딩 등이 많이 보급되어 있다. 로보는 그중에서도 사람의 손길이 덜 타서 그런지, 특히 그 눈망울이 혹할 정도로 순진무구하다. 그 눈 속으로 아득히 먼 옛날의 하늘이 보이는 듯하다. 

언젠가 어느 페트(pet) 가게에서 탁구공만한 어린 “사슴”을 처음 보았다. 수컷이었지만 너무 귀여워, 무작정 집으로 데리고 왔었다. 그때 우리 집 케이지 안에 중간 크기의 다른 햄스터 다섯 마리가 있었다. 햄스터는 저희들끼리 무리를 짓지 않는데, 대체로 덩치 크기로 서열이 잡힌다. 서로 겨뤄서 한번 밀리면 그때부터 죽음 속에서 생명을 부지해야 한다. 따라서 각 햄스터는 자기만의 구석진 도피처가 필요하고, 암수 짝꿍이 아니면 홀로 숨어 지낸다. 어쩌다 우엣 놈과 부딪쳐 물릴라치면, 아래 놈은 벌렁 누워서 자기 배 밑의 요처(?)를 들어 내놓는다. 

새로 온 어린 로보가 오늘의 주인공 “아싸”다. 이놈이 너무 작고 어리서 모두가 무시하리라, 이렇게 기대하며 아싸를 우리 안에 투입했다. 웬 걸, 대장 수컷 “펄”이 아싸의 냄새를 맡는가하다가 바로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아싸는 단말마(斷末魔)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데, 자기 능력을 초월하고 있음이 드러나 보였다. 울타리가 마구 흔들릴 정도로 와장창 쫓고-쫓기고, 곧 아싸가 비굴한 아첨을 하려니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지친 펄이 제 자리로 들어가면서 소란은 잠잠해졌다. 

아싸는 죽을지언정 굴복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싸의 다음 태도는 더욱 놀라웠다.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우리에서 제일 높은 곳에 턱 올라가서 자리 잡고 쉬는 것이 아닌가. 그 당당함이 마치 사파리의 제왕 수사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후로도 이런 소란은 오래가지 않고 이어지곤 했는데, 아싸는 별로 먹지도 않고 자기 쉼터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었다. 하, 아싸의 이런 원천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야성이 아닐까. 힘으로 부쳤지만, 아싸는 펄의 나태함에 물든 오염을 간파한 듯 보였다. 그러나 며칠 후 아싸는 홀로 말라서 죽었다. 아싸는 햄스터 세계에서 아웃사이더(outsider)였던 것이다. 

외톨이는 쉽게 죽는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풀을 뜯던 물소 떼 중에 사자의 먹이는 무리에서 벗어난 물소였다. 정글의 법칙이다. 그래서 병든 물소는 감소하고, 사냥하는 사자는 생존하여 평형을 이룬다. 그러나 아웃사이더, 즉 아싸와 외톨이는 다르다. 외톨이 물소는 먹이 감을 찾는 사자가 붙인 명칭일 뿐 자기 종족에게 인사이더(insider)이다. 그런데 학교에서의 왕따는 아싸이면서 외톨이가 된다. 사람은 사회적 고통을 두 겹으로 당할 뿐만 아니라, 허세가 가능하여 피해자면서 가해자가 되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존재다. 

김정은, 그는 남한 정부를 병든 물소로 보는 사자와 같은 폼을 잡는다. 그의 북한 권력은 미국, 중국, 러시아와 같은 반열에 위치한 핵보유국임을 뽐내려한다.

“휴전협상 서류 하나만 봐라, 북쪽 대표의 사인은 있어도 남쪽 것은 아무런 흔적도 없었지. 그러니까, 북쪽 우리는 당사자로서 정전협정 폐기를 맘대로 선언할 수 있지만, 남쪽 너희는 시시콜콜 미국의 승인을 얻어내야 되지 않아? 최종 파괴(final destruction), 즉 핵무기 목표가 결국 서울 불바다야, 이런 것쯤 알아챘겠지. 이제 무자비한 보복만 남았을 뿐이야. 좀 추워지나?” 

키리졸브(Key Resolve), 적의 어떠한 도발도 분쇄할 열쇠라는 뜻을 가진 수동형 군사훈련이다. 그것도 사실은 시뮬레이션 작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여기에 반응하는 북한 권력의 자세는 능동형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겉으로만 봐서는 앞뒤 사정이 안 맞고 헷갈린다. 장거리 미사일 같은 로켓과 3차 핵실험을 연이어 성공한 오늘의 시점에서 그들의 과민반응은 몇 가지 다른 속사정이 있는 듯하다. 

1. 정치 불만 해소용 :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내란수준까지 도달했다.

2. 외교 협상 대화용 : 미중 간 상호견제 틈새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자.

3. 선제 타격 두려움 : 한미 특전단의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막아보자. 

북한에 대한 중국의 고민은 미국이 북한을 선점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령 북한이 실제로 핵탄두를 사용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징후이다. 북한이 미국의 회귀(pivot)에 말려들면 만주지역까지 도미노에 걸려들 수 있다. 21세기 세계최강을 꿈꾸는 중국의 대국외교는 북한사태로 인하여 물거품 같이 사라질지 모른다. 우리 집 햄스터 사파리에서 시진핑이 “펄”이라면, 김정은은 “아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동물과 달리 거짓부리가 가능하기에 가해자이며 피해자가 되는 역리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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