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최근의 엔화 약세와 한국 원화의 강세가 국제금융시장 안정이 원이지만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엔화 약세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주요 50대 수출 품목 가운데 거의 절반이 중복되고 있어 두 나라간 환율전쟁의 최대 격전지 양상을 보이면서 한국의 수출 전선에 비상불이 켜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수출 경합은 매년 더욱 더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엔저공세와 원화의 강세는 한국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50대 수출품목 가운데 중복 제품이 26개로 중복비율이 52%에 이르고 있다. 세계세관기구(WCO)가 분류하고 있는 에이치에스 코드(HS Code=Harmonized Commodity Description and Coding System) 4단위 기준으로 양국간의 지난해 주요 수출품목을 비교 분석한 결과로 중복 비율이 52%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인 석유, 역청유 등 석유화학제품, 승용자동차, 화물자동차, 전자직접회로, 선박, 액정 디바이스, 자동차부품, 전화기, 기계류 등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이 일본과 대부분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중목 품목은 해가 갈수록 확대추세이다.

2000년 주요 50대 수출품목의 한-일간 중복 비율은 20%선에서 2002년도에는 42%로 급증하더니 2006년도에는 절반인 50%까지 상승하면서 지난해의 경우 52%에 이르렀다. 특히 HS 코드 2단위로 비교하면 90%가까이가 한-일간 수출품목이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나 양국간 환율이 수출경쟁력을 좌우하는 치열한 대결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산업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범위를 좁혀보면,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 가운데 전기전자, 기계류, 자동차, 선박, 플라스틱 제품, 철강, 정밀기기, 유기화학제품 등이 일본 10대 수출제품과 중복되고 있어 효자 수출제품이 일본과 운명의 격돌 상황에 놓여 있다.

이 같이 한-일 양국의 주요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head-to-head competition)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환율의 흐름은 국내 기업들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아베신조정권이 들어선 이후 달러당 원화강세로 한국 자동차기업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되는 등 엔저 현상에 따른 우려가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아베신조 총리가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는 이른바 ‘아베노믹스(Abenomics)’의 골자가 바로 엔화의 약세를 기조로 한 것으로 앞으로도 엔화 약세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중단기적으로 한국 수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그러나 일본의 노골적인 엔화 약세 기조에 대해 미국을 비롯 특히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엔화 약세기조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엔저현상으로 이웃국가를 거지로 만들려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앞으로 아베정권의 엔저기조가 다수 둔화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는 있다.

특히 원화 강세, 엔화 약세에서도 세계경제가 회복이 되면 한국 수출도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으나, 현재와 같은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의 수출이 급속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환율이 1%p 떨어지면 대기업은 0.094%p, 중소기업은 0.139%p의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서 말한 주요 수출품 가운데 전기전자, 자동차, 선박, 철강, 화학제품 등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은 품목이 수출 둔화로 이어질 경우 한국경제 성장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엔화 강세가 반드시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화 가치의 상승이 체감경지 개선과 물가안정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간과할 수 없는 분석도 있다.

비록 수출부문에서는 악영향이 있으나 원화 강세는 물가안정으로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효과도 있으며, 원자재 등 수입물품이 많은 부문에 있어서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원가절감효과로 볼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측 분석에 따르면, 대표적인 수출 업종인 IT와 자동차, 화학은 원화 강세로 부정적인 반면,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선박, 철강, 정유 등은 수혜업종으로 꼽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