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가 잘 되어도 경제가 흔들리면 밑빠진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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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가 잘 되어도 경제가 흔들리면 밑빠진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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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5.3%가 자신이 하민층이라는 생각하는 양극화 현상

“큰소리 한번 치지 않고 주민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은 뭔가유?” “뭐를 마이 먹여야지 뭐”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산골 이장의 답에 먹물 깨나 먹은 인민군 장교가 머쓱해 한다.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자인 어려운 말은 사실 필요 없다. 주민들을 많이 먹여주고 배부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영도자로서의 획득과 유지를 위한 단단한 바탕이 아니겠는가.

지난해 12월 치러진 대선에서도 바로 이 문제가 주요 핵심으로 떠올랐다. 여야 할 것 없이 주민들에게 무엇인가 먹이를 주며 배부르게 하려고 난리를 펴기도 했다. 대선 때 그들이 내뱉은 복지공약만 그대로 실현된다면 그야말로 ‘걱정 끝, 행복 시작’이 될 것 같다. 일부에서는 무조건 생색내기인 퍼주기 경쟁으로 국가재정이 거덜나는 건 아니냐 하는 걱정도 나온다.

하지만 여야 모두가 단순하게 말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모두가 재정적자를 확대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출의 우선순위를 복지쪽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가 버는 것보다 더 쓰는 ‘복지 폭주’에 대한 브레이크를 나름대로 갖춘 모양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포퓰리즘이라는 오명을 쓴 ‘복지’는 이미 레드오션이 돼버린 느낌이다.

특히 우파를 자처했던 집권당까지 성장이라는 전공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오직 복지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점수를 따려고 허둥대다 보니 복지 레드오션의 색은 갈수록 짙붉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그들이 주장하는 복지가 반드시 국민의 만족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11년 미국 학술지에 실린 ‘정치와 정책’이란 논문을 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나라 국민의 만족도와 상관관계에서 보면 상관관계는 만족도와 관계없이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복지지출이 GDP의 30%에 가까운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국민 만족도가 매우 낮은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도 안되는 캐나다에선 만족도가 상위권으로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에서 나온 대사처럼 뭘 많이만 먹인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그 연장선에서 볼 때 이제 임기가 끝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이 꼭 복지 부족에서만 나온 것인가도 한번쯤 깊게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2007년 대선 때도 새 정권에 대한 기대는 역시 ‘성장과 효율’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성장에도 실패하고, 인사도 엉망이고, 측근 단속도 못하는 바람에 지탄을 받는 정권이 되어버린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야권에서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며 정권교체 구호가 반세기만에 리바이벌 된 것도 그런 원인이 겹치면서 요인이 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과거의 경우를 보아 아무리 최고의 복지 프로그램을 만든다해도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이제 선거도 끝나고 대통령도 뽑혔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복지공약을 잘 만든 덕에 뽑히고 집권하게 된 것으로 생각하면 그건 착각이다.

복지를 아무리 잘한다해도 경제가 흔들리고 어두우면 자연히 빛을 잃게 된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복지는 성장과 함께 굴러가야 할 한쪽 바퀴다. 두 바퀴가 일정하게 굴러야지 어느 한쪽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자연히 기울고 무너지기 마련이다. 복지는 결단과 선택의 영역이지만 성장은 내 맘대로 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 금융위기, 유럽발 재정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이 우리 경제를 태풍처럼 예고없이 뒤흔든 바 있다.

과거에는 집권당 프리미엄이란 게 있어서 선거 때만 되면 돈을 뭉텅뭉텅 풀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도 달라지고 국민들의 인식도 사뭇 달라져 정부가 득표를 의식해 할 수 있는 경제대책이라곤 재정집행을 선거철에서 앞당기거나 물가상승 요인을 억지로 내려 누르는 정도다. 성장은커녕 집권의 운신폭이 그만큼 크게 좁아졌다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층민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5.3%나 되었다고 할 정도다. 이는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실제로 거리에서 만나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겠다는 아우성뿐이다. 성호 이익은 염탐(廉貪)이란 글에서 “나라는 백성에게 의지하고 백성은 재물에 의지하는데 재물이 마르면 백성이 무너지고 백성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실은 알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갈파했다.

이 말이 비단 이익이 살던 조선 후기의 상황묘사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이게 현실이다. 2013년만 그런게 아니다. 2018년, 2023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뭘 많이 먹일 것이냐(양적 量的)’와 함께 ‘어떻게 많이 먹일 것이냐(질적 質的)’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참지도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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