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좌파'와 '샌프란시스코 리버럴'
'강남 좌파'와 '샌프란시스코 리버럴'
  • 이상돈 교수
  • 승인 2011.04.02 0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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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적인 진보인사를 폄하해서 지칭하는 '욕'

 
   
  ^^^▲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미국에서 ‘리무진 리버럴’ 이란 “입으로는 평등, 박애, 공평을 외치지만은 자기들은 좋은 동네의 비싼 주택에서 호의호식하고 살고 아이들은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는 진보주의자”를 비꼬는 말이다. 즉, 공화당 정치인과 보수 논객들이 위선적인 진보인사를 폄하해서 지칭하는 용어인 것이다. 인종 평등을 외치면서 자기 아이들은 비싼 사립학교 보낸 에드워드 케네디, 극단적 진보주의자이지만 막대한 재산을 갖고 있는 놈 촘스키와 랠프 네이더를 폄하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매사츄세츠 리버럴’, 또는 ‘동부 해안 리버럴’ 이란 용어도 종종 쓰이는데, 매사츄세츠 출신으로 상원의원을 오래 지낸 에드워드 케네디,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을 보수쪽에서 그렇게 부른다. 이런 용어는 “진보란 보통 미국사람들과는 다른 존재” 라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함이다. 매사츄세츠 주는 하버드 등 진보성향의 사립대학이 많이 있어서 선거에선 민주당이 강하다. 그럼에도 보수적인 공화당원 미트 롬니가 주지사를 지내고(2003-2007년), 티 파티의 지지를 얻은 공화당원 스콧 브라운이 에드워드 케네디의 사망으로 인한 2010년 2월 보선에서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일은 이변으로 평가된다.

‘진보’의 정도(程度)를 따진다면 샌프란시스코를 따라 올 곳이 없다. 미국에서 민주당의 득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구는 바로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는 대통령 선거에서 1960년 이후 계속 민주당을 지지해 오고 있는데, 그 정도는 갈수록 심해져서 2004년에는 민주당의 존 케리가 83%를, 2008년에는 오바마가 84%를 획득했다. 이 정도 되면 공화당은 샌프란시스코를 아예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

여성으로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는 1987년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후 계속 당선되어 왔다. 작년 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공화당에 내어준 탓에 다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고 있는 펠로시는 모든 정책에서 확실한 진보성향을 보이고 있다. 낸시 펠로시는 남편이 사업가이고 부부의 재산은 무려 6천만 달러에 달하며, 금문교와 알카트레즈 섬 등 태평양이 잘 내려다보이는 최고급 주택가 패시픽 하이츠의 대저택에 살고 있다. 금년에 나이가 71세이지만 명품 패션을 온 몸에 감고 다니는 펠로시는 ‘샌프란시스코 리버랄’의 화신(化身)이랄 만하다.

‘샌프란시스코 리버럴’ 이란 용어에는 ‘샌프란시스코 가치’(‘San Francisco Values’)라는 개념이 함축되어 있다. '샌프란시스코' 라는 명칭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씨시의 성자(聖者) 프란치스코를 본 따서 지은 것이다. 오늘날 샌프란시스코는 ‘성자 프란치스코’ 와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1960년대에 불어 닥친 ‘반(反)체제 반(反)문화’(‘anti-establishment, counter-culture’) 운동의 본산지가 샌프란시스코와 이웃에 있는 대학도시 버클리였다. 히피 문화, 마리화나와 마약, 반전(反戰) 운동, 동성애 등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의 기존 가치를 뒤 없는 운동에 앞장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뉴 레프트’ 운동과도 인연이 깊다. 휴이 뉴튼, 앤젤라 데이비스 등이 세운 좌파 폭력집단 ‘블랙 팬더’도 샌프란시스코 근교인 오클랜드에서 만들어졌다. 동성애가 만연해서 1980년대 초에 에이즈 환자가 대거 발생하는 등 샌프란시스코는 종교와는 거리가 먼 매우 세속적이고 무도덕한(amoral) 도시가 됐다. ‘샌프란시스코 가치’란 보수층이 그들의 시각에서 ‘세상의 모든 나쁜 것들’을 총체적으로 모아 놓았다고 보아 비아냥거리는 명칭이다.

오늘날 샌프란시스코에서 1960-70년대에 있었던 그런 과격한 모습은 찾아 보기 어렵다. 오늘날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서의 모습을 갖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일대는 1990년대 이후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기도 하다. 주택가격과 아파트 임대료가 너무 올라서 샌프란시스코와 주변 태평양 해안가 작은 도시에서 아이들을 기르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녀가 있는 가정은 생활비가 싼 도시로 이전해 나가기 마련이다. 이런 탓에 자연히 백만장자와 여피(yuppie)족(族)이나 살게 되었고, 취학아동이 줄어서 초등학교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주거비가 비싼 탓에 흑인 인구도 갈수록 줄고 있다. 최근 30년 동안 전체 인구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으로 줄어서 오늘날은 6%에 불과하다. 샌프란시스코는 부유한 백인과 동양계 주민이 많이 사는 곳이 되었는데, 1960년대에 도시 게릴라를 통해 혁명을 이루겠다는 시도가 있었던 도시가 가난한 흑인이 줄어들고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대도시가 됐고, 그럼에도 이런 도시가 가장 진보적이며, 또 민주당을 가장 확실하게 지지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의 주택가격이 그렇게 비싼 것은 환경관련 규제가 많아서 도무지 새로 집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 주택을 지을 수 없게 건축조례가 엄격해 진 것은 전망이 좋은 곳이나 바닷가에 주택을 갖고 있는 기존 주민들이 환경보호와 경관 보전을 내세우고 주택 신축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 휴스턴이나 댈라스-포트워스는 인구가 증가해서 주택과 사무실 수요가 생기면 즉각적으로 새 건물이 들어서기 때문에 주거비용이 싸고, 그래서 산업과 인구가 빨리 성장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휴스턴-댈라스는 금성과 화성만큼이나 멀다고 할까.

나는 우리나라에 ‘강남 좌파’ 같은 현상은 ‘문화적으로 보수를 싫어하는 것’ 이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리버럴’과 비슷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강남 좌파’ 라는 것 자체가 아직은 피상적 현상이 아닌가 한다. 무엇보다 ‘샌프란시스코 리버럴’ 이란 것도 폄하해서 부르는 일종의 ‘욕’ 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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