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기 시험, 후진타오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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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기 시험, 후진타오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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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적 분석, 대오류 가능성 경계해야

^^^▲ 후진타오(胡錦濤).중국 국가 주석이자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다.
ⓒ 뉴스타운 이동훈^^^
중국산 스텔스기 '젠(殲)-20'의 시험비행 사실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몰랐을 거라는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말이 우리 언론지상에 논평없이 회자되고 있다. 심지어 이를 두고 중국 군부가 현 중국정권을 '따돌렸다'거나 '시진핑의 작품' 등등의 확대해석이 거침없이 나오는 걸 보면서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놀랍다.

하긴, 게이츠 장관과 후진타오 주석이 만나던 지난 12일, 베이징은 상당한 긴장감 속에서 미국의 국방 책임자를 맞았을 것이다. 특히 방미를 1주일 앞둔 후(胡) 주석으로서는 경제문제에 매달리고 싶은 형편에 북한의 연평도 사건 등으로 서해를 넘나드는 워싱턴호를 시작으로 국방문제에 단단히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그로서는 게이츠 장관 접견이 백악관으로 가는 마지막 허들처럼 느껴졌을 게 분명하다.

그런 자리에서 '스텔스기'란, 그러잖아도 국가 기밀이란 점을 감안해 볼 때, 능청스레 "잘 모르는 얘기"라 할 만한 것 아닌가. 과연 그것이 중국 정치체제의 구조적 모순까지 짚어 낼만한 중요한 정보인가에 대해 깊이 반추해 볼 일이다. 게이츠도 알고 우리조차도 아는 사실을 후진타오만 몰랐다? 이런 추정은 어디에 근거하는가?

상대는 미국의 국방장관에다 스텔스기로 화제가 잡히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게 뻔한데도 "음, 당신 온다고 해서"라고 말할 그런 지도자가 있겠는가 말이다. 이러한 지극히 피상적이고 평면적인 프리즘으로 중국이라는 대국의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 바로 미국의 오만 아닌가.

후진타오는 중국의 국가 주석이자 중앙군사위원회 수장이다. 그는 1주일에 2-3 차례 씩 국방 종합 보고를 받으며, 인민해방군 인사권과 통수권을 한 손에 쥔 자다. 설마 중국군의 최첨단 전투기인 '젠-20'에 대해 몰랐다면 그게 말이나 되는 건가. 곤란한 문제에 대해 우회 표현한 외교적 수사를 너무 지나치게 왜곡한 건 아닌가?

이에 대해 중국 군사문제 전문가인 리처드 피셔(Richard Fisher)는 '미국의 소리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 "후 주석으로서는 이미 스텔스기 공개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게이츠 장관 앞에서 구태여 과시할 필요가 있었겠는가."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의 말은 "더이상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시험비행 사실을 모른 체 한 의도를 관측했다. 이것이 가장 현실적 해석이다. 또 그는 게이츠 장관의 해석이 '완전히 엉터리'라는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해 말부터 중국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한 '젠-20' 활주 시험 사진 역시 중국 정부의 스텔스기 과시 의도로 보아야 한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개인이나 민간 사이트에서 함부로 첨단무기 사진을 게재하기에 용이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재될 수는 있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삭제되지 않은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그것은 국가가 방조 또는 용인한 일임을 왜 간과하는가.

그런데도 게이츠 장관의 순진한 해석을 그대로 원용하여 중국 정치체제의 문제까지 연일 대문짝 만한 뉴스로 확대 재생산하는 한국 언론의 순수성에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어쩌면 게이츠 자신 역시 능청을 떠는 중국 지도부에 대해 하도 어이가 없어 한 술 더 떠서 '같이 바보되자'는 식이었는 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안보 상 매우 불안정한 위치에 서 있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어나는 외교 국방 정세에 대해 냉정과 직관이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 위정자들이야 뉴스보다는 외교관들이나 전문 관료들의 보고서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겠으나 일반 국민들은 언론의 눈대로 따라가고 말대로 듣게 되는 터이다. 결국 아무리 대통령이나 장관이 냉정하게 판단하려 해도 국민들의 여론이 꼬리를 잡으면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게 우리 정치현실이다.

이번 후진타오 모르쇠 사건이야 말로 안보문제에 관한 한 미디어의 통찰력과 필터링 책임이 어느 때보다 막중해지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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