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수용문화’는 없는가?
스크롤 이동 상태바
우리에게 ‘수용문화’는 없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두율 논란, ‘다정한 비판’이 아쉽다

 
   
  ▲ 송두율 교수
ⓒ 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송두율 교수가 우리나라를 강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일개인의 입국에 사상이라는 잣대를 이리 재고 저리 대며 논란이 분분하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송교수 사건을 두고 ‘건국 이후 최고위급 거물 간첩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송두율이 무슨 목적으로 위장 입국을 했는지 △그의 위장 입국을 기획한 배후는 누구인지 △국정원은 누구의 지시와 판단으로 '공소보류' 의견을 냈는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송두율을 초청한 배경과 의도는 무엇인지를 밝히라고 했다. 또 같은 당 정형근 의원은 '정부안에 북한의 핵심세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송교수 파문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이념갈등과 국론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걱정이다. 섣부른 정치공세도, 무조건 옹호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정형근 의원이 '정부안에 북한의 핵심세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발언이며, 정 의원은 이에 대해 뚜렷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먼저고, 그 후에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논평을 내 놓았다.

한편, "송두율교수 문제는 동서냉전과 남북분단 시대를 마감하고 남북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 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진통으로 본다. 한나라당이 느닷없이 '거물간첩사건'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정략적이다. 시대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구제불능의 수구냉전세력임을 자인한 것이고 낡은 정치의 전형이다" 이는 국민참여 통합신당(가칭) 이평수 공보실장의 논평이다.

대립각 정치와 문화

각 정파간 논란을 위에서 보듯이 우리는 타협의 문화를 쉽게 읽어낼 수가 없다. 그 중요성 여부를 떠나 그렇게 복잡한 문제인가 아니면 별것 아닌 문제인가, 그 어떤 것이든 대화와 타협이 전혀 존재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사생결단식 대응을 하고 있다. 사생결단이란 상대방이 패배를 자인하거나 죽어야 게임이 끝난다. 이러한 대치법은 화합을 끌어내지 못한다.

현재 북핵문제, 동북아 중심국가 문제, 경제문제, 노사문제 등 우리사회에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해결해야 문제가 산재해 있다. 문제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인데 대화 즉 상대를 이해하려는 문화, 수용문화 부재가 문제다.

문화(Culture)란 흔히 정신의 소프트웨어라고 말한다. 원래 문화란 토양을 경작한다라는 의미를 갖는 라틴어에서 나왔다. 서구사회에서는 문화를 대개 문명(cultivation) 혹은 ‘정신의 세련화’를 뜻하며 이런 정신의 세련화의 결과물인 예술, 교육, 문학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협의의 문화”이다. 그런데 위에서 각 당의 논평을 보면 협의의 문화가 없어 보인다. 수용문화가 없다는 뜻이다.

현재 송두율 논란을 차분하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수용문화와 대칭되는 ‘회피문화’를 회피해야 할 것이다. 문화의 핵심은 가치(Values)이다. 가치란 어떤 하나의 상태보다는 다른 상태를 선호하는 포괄적인 경향성을 말한다고 문화학자들은 얘기한다. 가치에는 분명 긍정적 가치와 부정적 가치가 있다.

이러한 가치는 이분법적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합리성과 비합리성, 정상과 비정상,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 깨끗함과 더러움, 논리성과 비논리성, 합법성과 불법성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긍정과 부정의 가치가 우리에겐 혼재한다.

‘바람직한 것’과 ‘바라는 것’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흔히 우리는 논리적으로 또는 합리성을 말하며 ‘바람직한 것’을 찾으려 노력하며 산다. 동시에 실생활에서는 ‘바라는 것’을 추구한다. 아무리 바람직한 것이라도 내가,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니면 ‘바람직한 것’은 단지 바람직한 것 자체로 남겨두고 마는 경우가 많다. 바람직한 것은 반드시 바라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사회 특히 우리 정치를 보면, 입으로는 대단히 ‘바람직한 것’을 많이 말한다. 그런데 각 파별로 ‘바라는 것’이 아주 다르다. 따라서 이런 차이에서 혼란과 갈등이 파생하기도 한다.

한가지 예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9월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한국군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국민들에게 군대를 보낸다고 하면 누가 찬성하겠느냐"며,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문제를 잘못 다루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뭘 잘 모르는 국민','아무것도 모르는 국민'등의 말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여기서 우리는 최 대표의 진정한 의미를 따져볼 필요 없이, 말은 의식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뭘 잘 모르는 국민,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이라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은 말’이다. 국민 개개인의 의식, 정신이 모여 거대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이러한 가장 기본적 문화개념을 염두에 두지 않은 말이라 할 수 있다. 바람직한 것과 바라는 것이 다름에서 나온 정신적 혼란이라고 할 수도 있다. 포용, 수용 능력이 있는 문화가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바람직한 수용문화의 한가지 예

“1960년대 소르지(Arndt Sorge)는 서독군대에서 복무했다. 그가 주말 휴가를 즐기던 고향 가까이에 영국의 ‘라인강변군’ 막사가 있었다. 소르지는 영국 막사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국 영화들을 오리지널 사운드로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영국군 보초병에게 가서 자기는 독일 병사인데 영화를 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보초병은 그를 경비대장에게 보냈고, 경비대장은 부사령관에게 전화를 하고 나서 공책 한 페이지를 찢어 그 위에 ‘소르지씨의 영화 참관을 허가함’이라고 썼다. 그리고 이 허가는 부사령관이 재가했다는 사실을 추기한 다음 서명하였다.

소르지는 이 특권을 그때뿐만 아니라 다른 때에도 여러 번 사용했다. 공책 찢은 종이 허가서와 자신의 독일군 신분증만 있으면 언제나 문이 열렸다. 그가 제대한 후에 그는 영국 보초병에게 자기가 지금 제대하여 민간인 신분인데 영화관에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보초병은 공책 종이 허가서를 보고는 ‘이것은 당신 개인을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그를 들어가게 했다. <세계의 문화와 조직 : Geert Hofstede 저. 차재호. 나은영 역 P.163 인용>

이 예에서 우리는 포용, 수용문화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인들의 예기치 않은 상황 대처 능력과 그 방법을 알 수 있다. 철저하게 명령 계통에 길들여진 독일 병사로서는 특권을 누리면서 즐거웠겠지만 독일 군대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예에서 독일 병사가 한국군 막사 영화관에 들어오기 위해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그 병사에 대한 신원조회부터 시작할 것이므로 이런저런 관공서에 드나들며 서류를 떼야 하고, 입장 허가를 위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할 것이다.

모든 제출 서류가 제출됐다해도 군 내부 결제라인이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결제 라인 중 하나라도 외출을 나갔거나 휴가를 갔다면 그가 돌아올 때까지 그 전 단계의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을지 모른다.

수용문화와 회피문화

게다가 군인 신분이었을 때 허가가 나왔으므로 민간인 신분일 때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거절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예가 회피문화와 수용 문화의 차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수용 문화와 회피문화 측면에서 비교해보면 우리 사회가 송두율 교수 문제를 놓고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회피문화에서는 “단지 하나의 진리만이 있을 뿐이며 우리가 그런 진리를 갖고 있다“ 수용 문화에서는 ”한 집단의 진리를 다른 집단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건국 이후 최고위급 거물 간첩사건’이라고 규정하고 그러므로 그를 단호하게 처벌하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아직 그는 조사중에 있으며 만일 최대 거물급 간첩으로 드러나면 법적으로 그렇게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예단을 하고 수구언론은 이를 비중 있는 정치인의 말이므로 크게 다룬다. 국민은 그렇게 인식할 우려가 크다.

회피문화는 “종교적, 정치적, 이념적 원리주의와 편협성‘을, 수용 문화는 ”인간의 권리 즉 아무도 자기 신념 때문에 단죄 받아서는 안 된다“를 말한다. 정형근 의원은 "정부안에 북한의 핵심세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념적 원리주의와 편협성에 근접하는 사고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발언이다.

수용 문화는 “권력자 앞에서 시민의 힘(Citizens' Competence)이 있다”, 회피문화는 “권력자 앞에서 시민은 무력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시민의 힘이 권력자 앞에서 힘이 있는 사회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수용 문화가 가지는 시민의 힘이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과거 시민의 힘을 무력화시키면서 집권한 경력자들이 아직도 시민의 힘을 무력화하려 한다. 시대의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용 문화는 포용력과 중용을, 회피문화는 보수주의, 극단주의, 법과 질서를 중시한다. 여기서 송 교수의 죄와 벌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의 기다림도, 어느 정도 이해하려는 마음도 없으며, 제대로 고쳐져야 할 기존의 법을 무조건적으로 적용하려는 기능주의적 마음가짐이 논란을 부채질하고 우리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진정 우리 사회에는 수용 문화가 그렇게 없는가. 의견이 다른 사람도 친구가 되는 수용문화는 찾기 힘들고, 의견이 다르면 친구가 될 수 없는 극단적이고 편협한 사고가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 차이와 다름은 틀린 것과는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다르다고, 차이가 있다고 해서 상대하지 않는 문화, 그것이 바로 회피문화이다. 수용 문화가 서기에 우리사회는 비좁단 말인가?.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주의, 소수집단 억압이 회피 문화라면 지역주의, 국제주의, 소수집단을 통합하려는 것이 수용 문화이다. 송두율 교수에 대한 정치적 공방은 수용 문화 부재의 전형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송 교수가 우리나라의 실정법을 어겼으면 어긴 대로 처벌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만일 각 당이 자기들의 이익만을 위해, 내년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편으로만 송 교수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장래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에겐 ‘다정한 비판’은 없고 ‘신랄하고 혹독한 비판과 비난’이 무성하다. 송 교수 문제도 다정한 비판으로 수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남북 문제에서 우리는 늘 북한의 남침 위협을 우려해 왔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이미 알려진 우리사회의 우월성으로 다소 어려운 점이 있어도 포용할 수 있는 아량은 없는 것일까?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는 수용문화 확산에 힘써야 한다. 회피문화로는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03-10-06 00:27:22
수용문화 아무거나 다 수용해야되나 기준이뭔고 그렇게 품이넓으면 본인이 직접
시범을 보이시지. 우리들이 고생할때 외국가서 호의호식했고 열사의 뜨거운 나라가서 돈벌|때 이사람은 한가하게 이념 연구니했다는건 다알고 지금에와서
학자로 행세할려고 학자 양심을 팔고 다니지 말았음 차라리 무식한 사람같으면 몰랐다고 이해나 해주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그래서 멀쩡한 아이들까지 물칠할려고
그사람은 우리들에 비하면 호강할만큼 했으니 이제 한가하게 누굴봐주네 안봐주네 하지말고 먹고살고 좀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