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전성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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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전성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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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과의 유착’ 주홍글씨 찍고 나오면 다음 정권 때 역풍

 
   
  ▲ 방송통신위원회 종편 선정 발표모습  
 

예상한 대로 4개 신문사가 종편 사업자로 선정되어서 내년 말부터는 방송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보수 일색’ 이니 하는 등 말이 많다. 또한 과잉경쟁으로 대부분 망할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나는 종편 사업자가 ‘보수 일색’ 이라고 비난하는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도무지 ‘보수’가 뭐 길래 그런 사업자를 ‘보수’ 라고 하는지부터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보수’는 언론사가 갖고 있는 일종의 성향이지, 중요한 사실을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왜곡하는 언론이 ‘보수’ 일수는 없다.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보수 방송은 안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언론의 공정성이란 것은 사실보도에 관한 것이지 오피니언을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의 오피니언은 보수일 수도 있고 진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사실 보도를 제대로 하느냐, 바로 그것이다. 사실 제대로 된 ‘보수 성향’의 종편 방송이라면 나부터 그것을 보고 싶다. 미국의 히스토리 채널, 디스커버리 채널 같은 정통 교양 프로에다 정치적으로 왜곡되지 않은 뉴스와 토론 프로를 가미한 채널이라면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KBS, MBC, SBS 기존 3사가 있는데 4개 종편 사업자가 더 생기는 것은 너무 많다. 새 종편 사업자로 인해 기존 방송사가 영향을 받을지, 또는 신규 사업자가 자멸할지, 또는 아예 공멸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런 과정을 통해 국영방송이 보다 슬림해 지고 공정해 진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런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영방송은 국영방송대로 정권이 장악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경쟁해서 살아남으라는 정부도 정부이지만, 그런 상황을 감수하고 불나방처럼 뛰어든 신문사들의 용기가 가상하다.

미국의 ‘제4 네트워크’

미국에도 대부분 도시와 지방에는 CBS, NBC, ABC, Fox TV 등 4개 네트웍과 제휴한 TV 방송이 있고, 그 외에 케이블 채널인 CNN 등 많은 전문 채널이 있다. 내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30년 전에는 3개 네트워크(‘빅 스리’ : CBS, NBC, ABC)만 있었다. 유학 중에는 공부에 바빠서 TV는 뉴스나 보는 정도였다. 나는 존 챈슬러와 제시카 새비치가 앵커를 했던 를 주로 보았다. 당시에는 <댈러스>가 최고의 인기였지만 그런 연속극을 볼 정도로 유학생활이 한가하지는 않았다. 80년대 말부터 미국에 여행하거나 잠시 체류하던 경우에 TV를 키면 ‘폭스 채널’이란 것이 있었다. ‘빅 스리’에 비견할 것은 아니지만 제4의 네트워크가 생긴 것인데, 그것이 루퍼트 머독이 일으킨 것임은 나중에 알았다. 3개 네트워크만 있으니까 광고료가 너무 비싸서 네트워크가 한 개는 더 있어야 한다는 경제계의 요구가 있어 왔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아서 번번이 실패하자 “제4 네트워크는 불가능하다”는 통념이 있었는데, 머독이 그것을 깬 것이다.

머독이라고 해서 ‘폭스 채널’이 쉽게 성공한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시청률 이 저조했으나 ‘심슨 가족’ 이란 만화 시리즈로 성공했고, 1990년대 들어서 ‘비벌리 힐스 90210’ ‘멜로즈 플레이스’, 그리고 우리에게도 알려진 ‘X 파일’ 같은 프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히트를 쳐서 ‘폭스 채널’은 ‘제4 네트워크’로 자리 잡았다. 폭스에는 ‘빅 스리’ 같은 이브닝 뉴스는 없었으니, 머독은 철저하게 상업적인 프로로 승부를 낸 셈이다.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한 시시콜콜한 연속극인 ‘비벌리 힐스 90210’이나 ‘멜로즈 플레이스’는 제작비도 얼마 들지 않았을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 폭스의 시청률이 계속 올라가서 최근에는 CBS를 젖히고 1위가 됐다고 한다. 사업이란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을 가능케 하는 예술임을 실감하게 해 준다. (Daniel M. Kimmel, The Fourth Network : How Fox Broke the Rules and Reinvented Television, 2004, Regnery 참조)

<폭스 뉴스>가 성공한 배경

폭스는 1996년에 케이블 뉴스인 <폭스 뉴스>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폭스 뉴스>는 처음부터 보수 색깔을 내놓고 시작해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빌 오라일리가 진행하는 ‘오라일리 팩터’는 지금까지 인기프로가 되어 롱런하고 있다. <오라일리 팩터>는 CNN의 <래리 킹 라이브>를 누르고 시사대담 프로에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폭스 뉴스>의 메인뉴스 시청률은 CBS, NBC, ABC의 메인 뉴스의 어느 것보다도 높다고 한다.

노년층은 과거의 습성대로 CBS 등 네트웍 뉴스를 보는데 비해 장년층이 <폭스 뉴스>를 많이 본다. 기존의 네트워크 뉴스와는 달리 공화당 정치인과 보수 논객들을 자주 등장시키고 있어, 진보성향의 CBS 등에서 소외당했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폭스 뉴스>를 많이 본다. 미국 내의 케이블 뉴스 시청률에서 <폭스 뉴스>는 2000년대 초에 CNN을 눌렀다. 최근에는 진보성향의 토크 쇼를 등장시킨 MSNBC가 CNN을 누르고 2위에 올랐다고 한다.

1980년대 레이건-부시 행정부 이후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이 늘었는데, 이들은 공화당 행정부를 헐뜯는 CBS 등 기존 네트워크 뉴스에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 공백을 <폭스 뉴스>가 파고 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진보성향의 신문과 방송은 넘쳐나지만 보수 성향의 미디어가 없다 시피했던 시장의 틈새 상황을 파고 든 것이다. ‘보수 방송’은 일종의 ‘블루 오션’ 이었던 셈이다. CNN과 달리 제작비가 적게 드는 대담과 토론 프로를 주력으로 배치한 것도 성공한 요인이었다.

<폭스 뉴스>와 러시 림보로 대표되는 라디오 토크 쇼는 네트워크 뉴스와 뉴욕타임스로 대표되는 진보언론에 대해 대칭점에 있다. 뉴욕타임스 등 종이신문은 재정상태가 날로 나빠지고 있어 종이신문이 10년 내에 문을 닫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폭스 뉴스>와 라디오 토크 쇼는 오바마 정권 때문에 인기가 더 높아가고 있다. 언론은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야 위상도 높아지고 장사도 되는 것이니, 머독은 탁월한 사업가임이 분명하다.

10개의 저녁 뉴스는 누가 보나 ?

미국에서 폭스 채널의 성공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나라에서의 새로운 종편 채널의 성패는 돈을 적게 들이고 시청률이 높은 시리즈를 내놓느냐 하는 데 있지 않나 한다. 새 종편의 뉴스가 어떤 모습이 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예측도 새 종편이 하나인 경우에 하는 말이지, 네 개가 한꺼번에 물 폭탄처럼 새로 쏟아져 나오는 경우는 전례가 없어서 예측을 무색하게 한다. 저녁 뉴스를 보는 계층은 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연령층인데, 이들을 상대로 기존 공중파 4개 채널, 신규 종편 4개 채널, 보도 전문 2개 채널이 저녁 뉴스를 내 보내봤자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다.

나라가 넓어서 뉴스거리도 많고 또 세계의 뉴스를 함께 만들어 보내는 미국도 방송 뉴스는 3개 네트워크와 CNN, <폭스 뉴스>, MSNBC 정도인데, 우리나라 사정에 10개 뉴스는 그야말로 코미디다. 더구나 정권에 불리한 사실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고, ‘땡x 뉴스’를 되풀이하기 마련인 방송이 무슨 재주로 시청률을 높인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장기적으로 밤 9시 뉴스는 은퇴자와 연금 생활자들이 주로 보는 뉴스가 될 것이라서 이제는 광고 효과도 의문이다. 광고 규제를 풀면 미국처럼 비아그라와 관절염 약 광고가 저녁 뉴스에 많이 나오게 되어 그나마 조금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규모로 보면 매출이라고 해야 중소기업 수준 밖에 안 되는 신문사들이 너나없이 방송에 뛰어 드는 것도 전에 없던 일이다. 특히 태생부터 ‘정권과의 유착’ 이란 주홍글씨를 찍고 나온 종편은 다음 정권 때 역풍을 맞지 않겠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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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2011-01-03 14:34:36
경쟁만 있고
조화는 없는
MB정권의 일방주의가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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