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라는 자리
스크롤 이동 상태바
'국무총리'라는 자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호 총리'와 '개헌론'은 무엇을 위한 소모품인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로 지명한 데 대해 김문수 경기지사가 총리직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느니 어쨌느니 해서 말이 많다. 또한 김태호 총리 지명자를 두고 이재오 실세장관에 비유해서 '인턴 총리'라는 부르는 등 온갖 말이 오가고 있다. 물러난 정운찬 총리가 후임 총리와 각료 명단을 보고 화를 냈다는 소문도 있다.

돌이켜 보면 일련의 사태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재보선 전에 한나라당이 서민 정책을 강조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재벌을 질타하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을 발표한 것은 모두가 재보선용이었다. 이제 재보선은 지나갔으니 서민정책이나 재벌 때리기, 그리고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은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참으로 교묘한 '술수(術數)정치'가 아닐 수 없다.

떠나는 정운찬 전 총리와 들어오는 김태호 총리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임명권자의 포석'이라는 점이다. 본인 보다는 임명권자의 목적에 봉사하는 '용도'로서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용도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박근혜 죽이기'가 아닌가 한다. 정운찬 전 총리도 그 용도로 동원되었다가 버려진 것이다.

'총리'란 애매한 자리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무총리'라는 자리는 애매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총리가 있게 된 것은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제헌헌법이 의원내각제에서 하루사이에 대통령제로 바뀌면서 두 제도를 적당히 절충했기 때문이다. 5-16 혁명 후 3공화국 헌법을 만들 때 국무총리 대신에 부통령을 둘 수 있었으나 제정자들은 총리를 두기로 했다. 제3공화국에서 제5공화국에 이르는 동안 총리는 '정권의 2인자'가 아니라 정권에 대한 비판여론을 대신 맞고, 대통령의 의전을 대신하는 일을 주로 했다. 그래서 '방탄 총리' '대독 총리' '의전 총리'라는 말이 생겼다.

1987년에 대통령 직선제로 개헌 방향이 정해진 후에도 부통령을 둘 것인가 아니면 국무총리를 둘 것인가를 두고 법학계에서 논의가 있었다. 젊은 교수들은 부통령과 1회 중임을 허용하는 대통령제를 선호했지만 중진 교수들은 단임제 대통령과 국무총리제를 선호했다. 당시 단임제와 국무총리는 개헌의 전제로서 이미 결정되었던 것으로도 생각되며, 야당 지도자이던 양김도 직선만 관철되면 된다고 생각해서 이에 대해선 특별한 의견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노태우 정권에서는 강영훈, 정원식 등 원로형 총리가 임명되어 민주화 욕구의 분출로 시끄러웠던 시국을 원만하게 이끄는데 기여했다. 총리 자리가 차기 대권과 관련해서 논의되기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라고 하겠다. 이회창, 이홍구, 이수성 등 1년 정도 총리를 지낸 사람들이 대권후보군으로 나섰다. 김대중 대통령 들어서 총리는 'DJP 연합'의 한 축으로서 의미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이해찬 총리가 '실세 총리'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다 보니, 과연 '총리'라는 자리가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총리가 있으니까 응당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일을 총리가 대신 책임지고 물러나며, 총리를 교체함으로써 정국을 쇄신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책임정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 총리 임명을 권모술수 정치의 방편으로 삼는다면 총리라는 자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면 개헌을 해서 총리를 아예 없애고 대통령이 국정일선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지금은 법제처장을 하고 있는 이석연 변호사를 중심으로 법학자, 경제학자, 정치학자가 모인 '헌법 포럼'이란 단체가 '헌법 개정시안'을 만들어 공표한 적이 있다. 개정시안은 임기 4년에 1회 연임 가능한 대통령과 부통령을 두고, 국무총리를 없애자고 제안했다. 바로 위와 같은 이유에서, 비교적 순수한 미국식 대통령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한 것이다. 나도 헌법포럼에 참여는 했지만, 대통령 중임제를 하기 위해 개헌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중임제도 단임제 못지않게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뜻을 2007년 초에 신문칼럼을 통해 밝힌 적도 있다.) '헌법 포럼'은 '분권제 대통령제'나 '2원제 집정부제'는 기능할 수 없는 정부제도라고 보아 아예 논의 대상에서 제외해 버렸다.

국회의 친박계는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은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현 집권세력은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하자고 하니,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글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제왕적 대통령' 때문에 문제가 많아서 개헌을 해야 한다면 그런 주장은 야당이 해야 하는 데 엉뚱하게 집권세력이 그것을 들고 나온 것이다.

무엇을 위한 '소모품'인가?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한다면 결론은 자명해 진다. '정운찬 총리'와 '김태호 총리' 뿐 아니라 '분권적 대통령제 개헌' 등 모든 것이 '권력정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김태호 총리 지명자는 지사직을 두 번 역임한 바 있어 자신은 총리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를 총리로 임명한 임명권자의 의도가 본인이 생각하는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김태호 전 지사가 총리로 지명된 이유도 '권력정치'라는 사실이다.

'권력정치'에서는 모든 것이 소모품이다. '총리'도 '개헌론'도 모두 일회용 목적을 위해 써버리는 소모품인 것이다.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수정과 '박근혜 죽이기'를 위한 소모품이었고, '서민 정치론'과 '재벌 때리기' 그리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은 재보선을 위한 소모품이었다. 그렇다면 '김태호 총리'와 '개헌론'은 무엇을 위한 소모품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