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태'는 전문가들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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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태'는 전문가들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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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말을 180도 바꾼 정부 전문가들

 
   
     
 

대명천지(大明天地)에 '4대강 사태' 같은 황당한 일이 벌어지게 된 데는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집단이 이른바 전문가 그룹이다. '전문가'라면 교수 외에도 정부 내 전문공무원과 정부연구소의 전문가들이 포함되는데, 이들이 평소의 소신을 펴지 못해서 오늘날의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대운하 지지하면 '4대강'도 지지?

'4대강 사업'은 원래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도 아니었고 지론도 아니었다. 대통령 후보로써 이명박 대통령은 '운하를 건설하면 국운이 융성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그 운하 구상이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타를 당하자 물류용 운하가 아니고 관광용 운하라는 등 말을 자주 바꾸었다. 대통령 당선 후 몇몇 건설회사가 대운하 사업을 기획했으나 촛불 사태로 인해 이 대통령은 대운하 구상을 접어야만 했다. 그러더니 '강을 하수구인양 쓰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면서 4대강을 살리기 위한 사업을 하겠다고 해서 4대강 사업이 시작됐는데, 이런 것을 두고 '꿩 대신 닭을 잡았다'고 하던가.

참으로 신기한 것은 MB 캥프에서 대운하를 연구하고 자문했던 교수들이 그대로 4대강 사업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MB 캠프와 인연을 맺어 한국수자원공사의 임원이 된 교수나 지난 금요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정부측 증인으로 나와서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열렬히 홍보한 부산대학교의 신 아무개 교수도 모두 그런 편이다. 정부 자신도 4대강 사업은 대운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데, 대운하를 지지했던 교수들이 약속이나 하듯이 4대강 사업을 지지하고 나선 것을 보니 이들이 어떤 '최면'에 빠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몇 년 만에 말을 180도 바꾼 정부 전문가들

2009년 봄만 해도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도 정말로 하천을 살리는 사업을 하는 줄 알고 꿈에 부푼 연구구상을 펼쳤다. 대표적인 경우가 환경부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기획한 '4대강 살리기 사업 구상'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하천을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하는 줄로 알고 2009년 5월에 ‘하천환경포럼 보고서’를 펴냈는데, 그것을 읽자면 이 연구원의 박사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세상물정을 모르는가 하고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사실 2000년대 들어서 국토해양부(당시는 건교부)와 환경부가 하천에 대해 가장 강조했던 분야는 '자연친화적 하천관리'였다. 실제로 이 주제를 다룬 연구보고서가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지금 보자면 역시 쓴웃음만 나온다. 다음은 '4대강'이란 이름의 단군 이래 최대의 자연파괴가 이루어지기 불과 몇 년 전에 정부 전문가들이 어떤 연구를 하고 또 어떤 발표를 했는가를 보여 주는 자료를 발표자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1) 이규만 (환경부 물환경보전과장, 2009년 2월)

2009년 2월 25일 '4대강 건강성 회복을 위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당시 환경부 물환경보전과장이던 이규만은 '국가하천 건강성 회복을 위한 정책'이란 주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4대상의 수질이 낙동강 물금 취수장 부근을 제외하곤 양호하다'고 판단하면서, 2009-2012년간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저류지를 조성해서 홍수를 예방하고 기능을 다한 보를 철거하고 하천의 직강화되어 있는 하천의 모습을 자연상태로 되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하천 습지 같은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를 조성하고 인공 구조물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2) 김창완 (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2004년)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의 연구책임자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창완 박사는 2004년에 '자연친화적 하천정비기법'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건설기술연구원이 2000년부터 추진해온 중점 연구과제를 정리한 이 논문에서 김창완 박사는 '하천과 주변 지역의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하천주변 내에 다양한 생물 서식공간을 확보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하천관리를 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하천정비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본래의 하천환경 모습에 가깝도록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인간에게 친숙한 자연인 하천을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여울, 소(沼), 우각호(牛角湖), 홍수터 공간의 하도습지 등을 생태계 서식지 및 홍수저류 공간으로 보전하고 복원해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완 박사의 연구결과는 2004년 9월 1일에 건교부가 발표한 ‘자연친화적 하천관리 정책방향’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김창완 박사는 작년 늦가을 돌연히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사직했다. 그가 과연 '전문가'로서의 가책과 회의를 느껴서 사임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3) 이삼희 (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2006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이삼희 연구원은 2006년 12월 23일자 조선일보에 '모래가 있어야 하천이 숨쉰다'는 시론을 발표했었다. 이 연구원은 '강마다 댐이나 취수보가 생기고 분별없는 골재채취가 이뤄지면서 모래톱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이제부터라도 하천관리는 자연성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물길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콘크리트나 환경블록 같은 것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4) 김규호 (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연구부장, 2007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규호 연구부장은 건설기술정보 2007년 4월호에 실린 '바람직한 하천복원으로 가는 길'이란 논문에서 유럽과 미국의 하천복원 사례를 소개하고, 이제는 '인공적인 하천복원이 아닌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우리나라의 하천복원사업은 인위적 친수성을 너무 강조하고 있어 또 다른 인공하천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연이 요구하지 않는 인위적 공법과 사업비 투입보다는 유역을 통틀어 홍수류의 완화 대책과 함께 지형학적 하천구역 보전 및 복원을 통한 하도 형태 다양성과 자연 스스로 조성해 나가는 과정을 유도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5) 노재화 (건교부 수자원정책과장, 2004년)

건교부 수자원정책과장이던 노재화는 2004년 6월에 발표한 '한국의 수해예방대책의 현황과 전망’에서 홍수 피해가 지방2급 하천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지자체가 치수사업에 소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국가하천의 개수율이 97%, 지방1급 하천은 93%인데 비해 지방2급 하천은 7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홍수대책으로 그는 치수사업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것으로 제안했는데, 구체적으로 유역 내에서 홍수를 분산방어하고 침수지역을 선택적으로 보호하자고 했다. 상습침수지역의 주민이주를 추진하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하도를 보전해서 홍수저류 공간을 확대하며, 하천생태공간 확보를 도모하겠다고 엄숙하게 선언했다.

(6) 환경부 '물환경 관리 정책 추진방향'(2007년)

환경부는 2007년에 발표한 '물환경 관리 정책 추진방향'에서 우리나라 하천의 목표수질 달성도는 10년 전에 비해 2.5배나 향상되었다고 평가하고, 향후 물환경관리정책의 추진방향으로 '자연형 하천 보전 및 복원을 통한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가장 중요한 정책방향으로 들었다. 이를 위해 자연형 하천관리 모델 및 통합지침을 개발할 것으로 주장했는데, 특히 '아름다운 자연하천'을 지정해서 보존하고. 하천주변의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할 것으로 강조했다.

보가 하천수질을 악화시킨다고 했던 심명필 4대강 사업 본부장

4대강 사업의 총대를 맨 책임자는 공무원이 아니고 인하대 심명필 교수다. 4대강 사업 본부장이 되기 전에 그는 일반에게는 그다지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다. 여하튼 그의 행로를 보면 재미있는 모습을 알게 된다.

2000년 11얼 26일, 당시 낙동강 물이용 민간조사단의 일원이던 심명필 교수는 낙동강에 새로운 댐을 건설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주민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현재 물 사용량의 50%만 절감한다면 댐은 자연히 지을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낙동강 유지용수 증대방안으로 기존댐과 저수지 등을 연계운용해서 효율을 극대화하거나 수요관리를 통해 물을 절약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통신 2000년 11월 26일자 기사)

그러나 2002년 9월에는 심 교수는 '충주댐과 소양강 댐이 있는 한강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낙동강은 용수공급이나 홍수조절을 위한 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댐은 수자원 확보뿐만 아니라 기상이변에 따른 극심한 홍수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강변했다. 불과 2년 만에 자기 견해를 뒤집은 셈이다.

심명필 교수는 정부가 프론티어 사업으로 막대한 연구비를 들인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 개발 사업단'이 추진한 연구사업의 1단계 기획공모 과제인 '지속가능한 하천수 개발 기술' 과제를 주도했다. 3년 간(2001-2004) 지속된 다른 기획공모 과제와 달리 심 교수가 관장한 과제는 2차 년도(2003)에서 종료되었는데, www.water21.re.kr에는 1단계 연구사업 결과의 개요만 나와 있다. 이 과제는 성과가 좋지 않아서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차 년도 연구 결과 중 심 교수가 직접 참여한 '고무보의 효율적 제작, 설치, 및 수질정화 방안'은 '고무보는 치수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보를 증고(增高)함으로써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고무보가 하천에 설치되면 흐름을 차단함으로써 수질악화의 우려성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고무보를 월류(越流)할 때 폭기(瀑氣)에 의한 용존산소를 증가시킴으로써 수질정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라든지, 고무보 상류 하단부에 퇴적된 토사, 저류수를 방류할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시 심 교수가 참여한 연구인 '월류보(越流洑)의 폭기 효과 검토'도 '하천에 설치된 보는 흐름을 차단시킴으로써 수질악화를 야기시킨다. 따라서 보를 월류할 때 폭기에 의한 용존산소를 증가시킴으로써 수질정화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4대강 사업단장인 심명필의 주장과는 180도 다른 것이다.

2003년 4월 9일, 각계 인사 100인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공사가 졸속이라면서 그 연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수자원 학자로서는 유일하게 심명필 교수가 이에 서명을 했다. 이 성명서는 청계천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하천으로 복원되어야 하며, 청계천과 주변지역은 역사와 생태가 살아 숨 쉬는 시민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 저지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홍종호 교수와 최승국 녹색연합 당시 협동사무처장이 이름을 같이 올리고 있어 흥미롭다. 당시 심 교수는 한 환경단체의 물 관련 분야 직책을 맡고 있었다. 이명박식(式) 청계천 복원에 반대했던 심 교수가 어떻게 해서 4대강 사업을 지휘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심 교수는 2005년에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직에 응모해서 최종 3인 후보로 선정됐으나 당시 청와대로부터 3인이 모두 적임자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2차 공모를 거쳐서 곽결호 전 환경부장관이 수자원공사 사장으로 임명되었는데, 수자원공사 직원들은 곽결호 전 장관의 사장 취임에 안도감을 보였다. 곽결호 사장은 대운하에 반대했고, 2008년 4월에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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