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습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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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습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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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와 조선어 中고유명칭 표기문제

^^^▲ 일명 간도체로 쓴 연변일보의 제호순한글 표기가 조선족 매체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가 될 개연성이 높은 정치가의 이름은 '시진핑(習近平)이거나 '습근평'이다.

역사 이래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도 변치 않고 불러 온 강 이름인 '요하(遼河)'는 이제 한국에서는 언론에서든 지도책에서든 '랴오허'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중국 조선족 언론에서는 여전히 '요하'라 부른다. 한국 언론매체에서는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중국 관련 기사를 쓰려다가 중국의 어느 작은 도시 이름이 나오면 인터넷 사전에서 병음을 찾아야 하는 우리들과, 한자든 병음이든 훤히 알고 있으나 한글 원음을 쓰는 동포들 사이에는 이런 격차의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이것은 언어의 차이가 아니라 '의식'의 차이다. 한국인들이 중국의 지명이나 인명에 대해 인식하는 기준과 조선족들이 한글에 대해 인식하는 기준, 그 사이에 바로 시진핑과 습근평의 간격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인들은 중국의 고유명사에 대해 중국식 발음을 따라야 한다는 국제적인 언어 규칙에 근거하여 시진핑을 시진핑이라 한다. 그러나 조선족들은 우리 민족 고유의 발음체계를 지키기 위해 습근평이라 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냐를 논하기 전에 이 두 가지 발음현상은 모두 의미있는 일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한글이 세계 어느 언어라도 원어에 가깝게 옮겨 표기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한다. 우선 이 두 가지 발음현상이 안고 있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어 보자.

자, 이런 경우가 있다. 최근 중국의 경제 브레인으로 급부상한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교수의 경우 한국 언론에서는 '리다오쿠이'라고 쓰거나 '리다오퀴' 심지어 '리다오큐'라는 표기까지 있다.

물론 새롭게 주목받다 보니 공식 표기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葵'자가 병음으로 'Kui'여서 뭐라고 써도 틀린 건 아니다. 이를테면 시버족(錫伯族,Xibe/Sibo)의 '백'(伯)자는 병음이 'bo'와 'bai' 두 가지로 나는데 'bo'의 경우는 '보'라고 해야 할 지 '버'라고 해야 할 지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발음 상으로는 '시버'에 가깝다. 때로는 '연변일보'의 기사를 인용하려면 '옌벤일보'라 하기도 그렇고 '옌벤르바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색해 그냥 연변일보라고 쓰기도 한다.

또, 최근 4천년 전 미이라가 발견된 신장위구르자치주의 '타림(塔里木)분지'의 경우도 고대부터 쓰여 온 영문 상으로는 'Tarim Basin'이므로 분명 '타림'이 맞으나 병음 상으로는 '타리무'라 해야 맞다. 새로 중국 땅이 되어서 '신강역'이라고 하는 그 쪽 지명은 어느 것을 따라야 하나. 이처럼 한국의 중국어 고유명사 표기는 갈길이 멀다.

한국에서는 "'쿠이'와 '퀴'", 그리고 "'타림'과 '타리무'"로 고민하지만 조선어에서는 간단히 '리도규'와 '석백족', '탑리목분지'로 간단히 정리가 된다. 이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선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역시 만만치가 않다. 무엇보다 전달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크다. 이를테면 어느 신문기사에서 발췌한 다음 문장을 보자.

"길림동룡화공유한책임회사의 린산철리륨전지정극대상건설 제1기 공사가 지난 18일 화룡시의 공업집중구에서 있었다"
(2010.4.28.연변일보 기사 중)

그냥 지나쳐 볼 수 있는 문장이지만 위의 '길림동룡'이라는 어휘는 이 뉴스의 원천이 되는 기업체의 고유명칭이어서 그 의미를 알 수가 없다. 한자어로 쓰여진 이 회사 상호의 의미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경우에 따라 매우 크다.

땅이나 사람의 이름, 기업체의 이름은 그 존재의 정체성(Identity)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결코 작은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중국어에서 아이슬란드(Iceland)를 '氷島'라고 표기하는 것도 그 한 예다.

더욱 요즘은 조선족 매체에서 '하얼빈'과 '합이빈', 그리고 '할빈'을 번갈아 표기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그리고 영어권 용어를 원어 그대로 쓰는 경우와 한자와 병기하는 예도 볼 수 있다.

현대 한국어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어 고유명사 표기는 빠른 시일 안에 공식 표기법을 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로서는 대도시나 유명 인사들에 한하여 적용 예를 든 수준이며 아직은 초보단계이다.

이를테면 중등교과서인 사회과부도에서는 아직도 다싱안링(大興安嶺)산맥을 '대싱안링'으로 표기하고 네이멍구(內蒙古)를 '내몽골'이라 표기한다. 지린성은 '지린성'이라 표기하면서 랴오닝성은 '요녕성'이라 표기한다.

위의 지명 표기들은 사회과부도 한 페이지에서만 찾아 본 것들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책이라고 보기에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체계가 없다. 이러한 문제점은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나는 이 글에서 어떤 표기법이 표준이며, 어떤 표기법이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법칙은 법칙으로서 지켜지고 그것이 보편적인 기준에 의해 통일되면 그것으로서 필요충분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다만 불합리성이든 불편성이든 규칙의 편협성이든, 어떤 이유로든 세상에서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할 때 그 법칙은 수정되거나 사라지게 마련이다.

한국어의 중국명칭 표기에서 표준화가 시급한 만큼 조선어에서는 고유명칭의 한자어 병기표기가 시급하다고 본다. 아래 뉴스를 참조해 보자.

"중국의 어머니 강 황하(黃河)는 하늘을 나는 황용처럼 황토(黃土)고원을 지나 동으로 바다를 향해 가는데 도중에 산서(山西, Shanxi)와 섬서(陝西, Shanxi)사이의 협곡에 이르러 너비 400m의 수면이 갑자기 40m로 줄어들면서 거대한 말발굽 모양의 폭포를 형성한다."
(2009.7.7.중국국제방송 기사 중)

위 문장은 쓰기에 번거로울 정도로 극단적인 병기법에 의존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렇게 '한한병기(韓漢竝記)'로 표기하면 한글의 고유성과 존엄성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 누가 만든 문자이건 간에 우리 민족이 5천 년 이상 써 온 문자가 한자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중국식 고유명사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순 한글 표기가 이념적으로는 좋아 보이나 결코 실용성을 담보할 수 없다. 현대 한국어는 이 실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없는 논쟁을 통해 수정과 변화의 과정을 겪어 왔다. '한한병기'나 '두음법칙' 등이 만만치 않은 반론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채택된 것이 그 하나의 예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한글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자이자 동아시아인의 문화유산인 한자가 조화롭게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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