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 '조선대학생응원단' 그녀들의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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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대회, '조선대학생응원단' 그녀들의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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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북측 '귀빈' 뒷전서 홀대 받은 우리 선수


우여곡절 끝에 남녘 땅을 밟아 대회 기간동안 숱한 화제를 뿌렸던 북한응원단이 그 동안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지난1일 가깝고도 먼 북으로 되돌아갔다. 10일이란 시간은 50년 넘게 한반도를 반으로 갈라놓은 분단의 장벽을 허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였다. 하지만 이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보여준 것은 분명 남북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핏줄이라는 것이다. U대회 기간동안 북측응원단의 발자취와 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결산해 본다.

"미녀 응원단? 인간에 대한 모독이라요!" '북측 응원단'이 가장 맞는 표현

기자는 환영 오찬에서 만난 북한 기자에게 북측 응원단을 부를 때 ‘미녀 응원단’, ‘북측 응원단’, ‘북한 대학생 응원단’ 중 과연 어떤 이름이 맞는지 물어 봤다. 이에 북측 기자는 “정말 기자 맞습니까? 북한이라뇨?” 라며 따끔히 일침을 가했다. 또 그는 “응원단을 예뻐서 취재합니까? 미녀라는 뜻이 무엇 입니까?” 라며 “외면과 내면이 동시에 아름다워야 하는데 우리 응원단의 겉모습만 보고 어떻게 내면을 불 수 있습니까?” 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녀 응원단이란 표현은 인간에 대한 모독”이라며 “우리가 한민족 한겨레이기 때문에 남측에서 취재하는 것 아닙니까?” 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북측 응원단이 가장 맞는 표현” 이라며 기자로서 언어 선택에 신중할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한편, 똑같은 질문에 북측 응원단들은 “대학생 응원단” 이 좋다는 선택이 더러 있었으나 “우리 한민족이 붙여준 이름이기에 어느 이름이든 다 마음에 든다” 는 게 중론이었다.

대구은행연수원에서의 생활

지난 8월20일 밤 8시50분쯤 연수원에 여장을 푼 응원단원들은 모두 302명. 이중 대학생 응원단은 150명, 취주악단 117명, 보장성원(안전요원)35명으로 구성됐다. 응원단원은 대부분 20세 전후로 김일성 종합대학, 김책종합대학, 장철구 상업대학, 평양 연극영화대학, 김형직 사범대학 등 평양시내 주요대학의 2, 3학년생들로 지원자들 가운데 선발됐다.

U대회 기간동안 이들의 일정은 새벽6시 기상, 리듬체조, 10~20분간 사상토의(20명씩 원형으로 모여서 하는 분임토의 형식으로 이때 보장성원으로부터 각종 교양 및 지시사항을 전달받음), 6시30분 세면, 7시 아침식사, 9시, 오전경기 응원출발, 오후 1시 연수원 귀원, 점심식사, 오후 3시 오후경기 응원출발, 밤10시 연수원 귀원, 늦은 저녁식사, 밤11시 세면 등 개인위생정리, 잠자리 들기전 30분간 사상토의, 자정쯤 취침.

이들의 연수원 생활은 빡빡한 스케쥴에 개인행동은 일체 허용되지 않았다. 응원단원들의 몸짓하나에도 항상 보장성원들의 감시를 받았다. 식사시간 이외에는 침실이 있는 5, 6층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으며 응원이 없는 날엔 3층 대강당에서 응원연습을 했다.

식당으로 이동할때도 개인행동은 허용되지않아 4~8명이 함께 단체로 행동하면서 대부분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처음도착했을때는 엘리베이터 이용법이 서툴러 1층에서 침실이 있는 6층까지 곧바로 올라가지 않고 모든 층을 눌러 층마다 엘리베이터가 정지하자 2, 3층에 내려 침실까지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는 등 해프닝이 연출됐다는 것.

평균 18세인 응원단원들은 5, 6층 휴게실에 마련된 컵라면과 스낵종류의 과자를 즐겨 먹었으며 음료수는 콜라가 인기품목이었다. 공식 식음료 공급업체인 '에버랜드'측에 의하면 컵라면과 스낵은 매일 1.5t 탑차 1대 분량을 공급해 왔다는 것.

연수원 관계자는 “개별적인 행동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하지만 식사때는 서로 얘기도 주고 받는 등 자유스러움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관계자는 “연수원내에서 만날 때 마다 ‘안녕하십니까’,‘반갑습니다’등의 인사를 건네는 등 인사성이 매우 좋은 것 같다”며 “더위 때문에 고생하지 않는냐는 질문에는 ‘괜잖습니다’라며 대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북측 미녀응원단 일행은 맵고 얼큰하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단백하고 짜지 않은 음식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지 않았다”며 “맵고 짠 음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특히 “육개장과 명란젓, 창란젓 등 얼큰한 음식과 젓갈류를 좋아해 경상도 식성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과일은 날씨가 더워서인지 수박을 즐겨 먹으며, 귤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하기는 낫고, 통제하기는 나쁘고"

지난해 머물던 해상과 육상에서의 기본적인 차이가 있지만 여타 생활 조건도 많이 나아졌고, 북한응원단원들도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응원단원들이 묵고 있는 연수원측은 “북한응원단원들이 남기는 음식 없이 식사도 잘하고 뒤처리도 깔끔하다”면서 “식당직원들에게 항상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 다들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응원단원들에게 제공되는 음식들은 미역국, 갈비탕 등 한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북한응원단원들은 대구·경북지역의 살인적인 무더위 때문에 야외 응원에서 고역을 치르고 있지만, 연수원 내에서는 더위 걱정과는 무관하게 지내고 있다. 연수원은 최신식 중앙집중 냉방을 실시하는 데다 각 방에서 온도 조절을 알아서 조절하게끔 되어 있다.

연수원 관계자는 “북측으로부터 아직 생활과 관련된 불편 사항을 전해 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북측 ‘보장성원’들에게는 ‘통제’가 지난해보다 어려웠다. 사실상 북한 영역이었던 만경봉호와 달리, 연수원 내에는 남측 민간인들과 부득이하게 접촉하게 돼 있다.

남측의 한 관계자는 “북측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먹고 자는 숙소에서 남측 민간인들이나 요원들과 마주쳐야 한다는 사실에 민감해 하고 있다”면서 “연수원 도착 첫날 휴게실 TV 2대를 없애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통제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연수원 직원들도 식사 때 등에만 기본적인 인사만 나눌 뿐 일체의 접촉을 피해야만 했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식사나 물품 이외의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눈길도 않았다.

북측 응원단의 입맛 달래기

북측 미녀 응원단들의 입맛을 달래기 위해 대구은행 연수원 식당에서는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회 기간 동안 북측 미녀 응원단의 식사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유통사업부에 따르면, 북측 응원단에게는 매일 아침과 저녁이 제공되며, 식사메뉴는 국이 2종류, 반찬이 8종류로, 가지무침, 갈치감자조림, 만두전골, 알 밥 젓, 탕평채, 해물파전, 포기김치, 오이지, 물김치 등 한식이 중심이다.

특히 북측 음식이 담백하다는 것을 감안해 매운탕 등 지나치게 맵거나 자극적인 메뉴가 적고, 생야채를 싫어하는 점도 감안해 볶음 요리의 비중이 높다. 후식 메뉴로는 수정과나 식혜, 숭늉, 차 등 우리 고유의 음료를 맛볼 수 있도록 했으며, 응원 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영양갱, 초코파이 등의 간식거리도 제공받는다.

음식의 조리는 삼성에버랜드에서 30년 경력을 가진 한식전문 조리장과 7명의 전문조리사가 담당하며 당사 소속의 위생사 3명이 연수원에 상주하여 주방 및 식당의 위생상태와 식자재의 신선도를 체크하게 된다.

또한, 별도의 특별 검수 팀과 영양사, 홀 서빙, 운영담당 등을 포함해 총 35명이 응원단의 식사 제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응원단의 식사 제공을 총괄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양동호 조리장은 "북측 응원단의 입맛을 고려해 먹기 편한 한식위주로 메뉴를 준비했고 직원들이 북한말을 별도로 공부하는 등 손님맞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비탕 보다 컵라면 즐겨 '남조선 컵라면이 최고입네다.'

컵라면이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하고 있는 북한 응원단과 선수단들에게 최고 인기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선수촌 식당과응원단이 머무르는 대구은행 연수원측에 따르면 북측 선수와 응원단들이 밥 다음으로 많이 찾는 것이 컵라면으로 밥을 다 먹은후 라면을 또 먹거나, 아침부터 라면 2~3개를 먹는 이들도 종종눈에 띄어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선수촌 식당을 관리하는 롯데 급식사업단 관계자는 “국가별로소비량을 측정하지 않지만 선수촌에서 매일 소비되는 1000여개의컵라면 중 상당량을 200여 북한 선수들이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연수원 관계자도 “응원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온응원단이 갈비탕 등 제공되는 식사를 마다하고 컵라면을 먹는모습이 자주 목격된다”고 전했다.

현재 선수촌과 연수원에는 N사의 S라면, 김치라면, 육개장라면등이 제공되고 있다. 또 북한으로 컵라면을 가져가기 위해 “안뜯은 라면 좀 줄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 현재 북한에서도 라면이 생산되고 있지만, 시중에유통되는 양이 적고, 컵라면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측의 한 보안요원은 “북한에서는 날씨가 더울 때 밥보다는 얼큰한 면류를 먹는 식습관이 있다”며 “남측 라면이 북측보다 양념이 진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날씨가 더워짐에따라 북측은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고 있고, 북한에서 드문 신선한 과일과 주스를 많이 찾고 있다.

북측 응원단, 숙소서 TV 안본 듯

북측 미녀응원단이 열하룻동안 머물렀던 팔공산 대구은행 연수원 숙소.
북측응원단은 1일 낮 12시 환송식에 참석한후 오후 1시쯤 버스에 나눠타고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김해공항으로 떠났다. 그들이 머물렀던 연수원엔 적막감만 감돌았다.

그녀들이 떠난 후 안전요원들이 숙소를 점검하기 위새 곧바로 침실인 5, 6층으로 올라갔다. 응원단원들이 사용했던 방들은 이불과 실내화가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으며 연수원측에서 준비한 화장품 등 각종 생활용품은 대부분 전혀 사용한 흔적도 없이 모두 고스란히 남겨 두고 떠났다. 스타킹 마저 포장지조차 뜯기지 않은 채 화장대앞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보장성요원들이 주로 사용했던 5층과 응원단원과 취주악단이 사용한 6층의 침실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장성 요원들의 방은 언론 보도내용이 궁금했던지 각종 신문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으며 술병과 각종 안주류, 황남빵과 과자류 등 간식, 담배를 핀 흔적이 남아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술은 안동소주를 즐겨 마신 듯 빈병이 드러 남아있었다. 2인용 침실 등 간부 요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측되는 방에서는 발렌타인 21년산 양주와 문배주, 소주 등이 남아 있었다.

응원단원들이 사용한 5층 일부와 6층 침실의 침대위엔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정도로 이불이 가지런히 정돈돼있었으며 화장품, 빗, 종합손톱깎이 용품, 선크림 등 생활용품들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세면장에는 휴지통조차 말끔히 비워져 있었으며 옷장 등 부대시설도 전혀 사용한 흔적이 없었다. 침실옆에 마련된 세탁실에는 세제를 모두 사용해 세탁기를 사용한 것으로 추측됐다. 연수원측에서는 세탁기옆에 사용법을 상세하게 적어두었다.

각 침실과 휴게실에 비치된 TV는 전혀 작동되지 않아 U대회 기간동안 TV청취가 금지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제일모직, 북측응원단 의상 지원

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가장 잘한 기업은 나이키였다. ‘최고의 스타’였던 북한응원단이 나이키 로고가 찍힌 옷을 착용했기 때문. 21일부터 열리는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는 아마도 제일모직이 최고의 수혜자가 될 것 같다.

제일모직은 13일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하는 북한응원단에 트레이닝복(320벌), 티셔츠(320벌), 모자(320개), 신발(300족) 등 모두 2,300만원 상당의 의류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응원단은 임원 36명, 대학생 응원단 150명, 여성악대 120명 등 모두 306명. 18일 방한하는 이들은 다음달 1일까지 제일모직 스포츠브랜드 ‘Rapido’ 로고가 찍힌 옷과 신발 등을 착용하고 활동하게 된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이번 대회에서 심판진 및 행사진행 요원의 유니폼을 공급하게 된 인연으로 북한응원단에 의류를 지원하게 됐다”며 “공식행사 외에는 우리가 제공한 옷을 입기로 해 엄청난 브랜드 홍보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에 참여했던 북한선수단과 북한응원단은 각각 휠라와 나이키에서 의류 지원을 받았다.

예상대로 북측응원단의 신드롬은 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에 이어 폭발적 이였다. 북한응원단의 대회 참가가 극적으로 이뤄지자 북한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의 입장권이 전 경기 매진됐다.
각 언론에서는 연일 열띤 취재열기를 보이며 북한응원단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보도했으며 이들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한 수많은 시민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또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들은 북한응원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애 섰으며 대회 중반이후에는 경기장에 현수막까지 들고 다니며 이들을 따라 다니는 고정 팬들도 보였다.


북측응원단 대구은행연수원 떠나기 전 통일과 이별을 아쉬워 하는 글 남겨

“통일돼서 꼭 만납시다.”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폐회식이 열린 31일, 달구벌은 온통 이별의 아쉬움으로 출렁거렸다. 특히 대회 내내 ‘통일 메신저’ 역할을 해 온 북측 응원단은 달구벌에서 뜻깊었던 13일간의 추억을 뒤로한 채 작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기약 없는 이별이 못내 아쉬운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북측 응원단들은 대구은행연수원을 떠나기 전 통일과 이별을 아쉬워 하는 많은 글을 남겼다. 진한 동포애는 물론 이별의 아픔을 담고 있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지난 1일 오전 환송식이 열리는 대구은행연수원 1층 식당 입구에는 5개의 테이블에 대구시가 준비한 '북측응원단 여러분 대구 U-대회의 추억을 남겨 주세요'란 문구와 함께 푸른색 한반도 지도가 바탕배경으로 새겨진 흰색종이와 필기도구가 놓여져 있었다.

대구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나온 북한응원단들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과 대구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거침없이 써 내려 가기 시작했다. 주로 통일의 염원을 담은 글이 많았으나 간 혹 재치 있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한 반도 지도에 독도와 울릉도가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싸인펜으로 직접 그려 놓고 그 옆에 '우리 땅"이라고 쓰는가 하면 또 다른 응원단은 "내 나라'라고 적는 재치를 보여줬으며 '대구시청 직원 오빠들, 대단히 감사합니다. 더 큰 하나가 됩시다'라는 문구를 남긴 응원단도 있었다. 취주악단 최은정씨는 "꿈과 같이 만났다 우리 헤어져도 통일된 조국에서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영원히 변치 말자"며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한 글을 남겼다.

지난해 부산에 이어 두 번째 남녘 땅을 밟은 조선화씨(22·한덕수경공업대)는 "우리는 헤어져 살 수 없는 하나의 민족, 한두번의 만남이 아니라 영원한 만남을 위해 서로 손 잡고 조국 통일의 그 날을 앞 당깁시다. 모두 안녕히 그리고 다시 만납시다"는 짧지 않은 글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한자씩 적어 내려갔다.

또 '조선대학생응원단'이라고 자신을 알린 한 응원단은 "통일된 조국의 미래는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하나된 아름다운 조국을 위해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나갑시다'라고 적었다. 위대한 장군님의 명언이라고 시작된 글에는 '통일은 애국이고 분렬은 매국이다'라고 쓰기도 했다.

한편 리일남 응원단장은 한 마디 적어 달라는 U대회 조직위 관계자의 말에 '우리 모두 통일된 조국에 부끄럼 없이 섭시다'는 글을 적었으며 리일남 부 응원단장은 '대구시민에게 남기는 글' 이라고 제목을 적고는 '상봉은 있어도 리별은 없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글을 남겼다.

또 연수원측에서 응원단원들이 남측에 남기고 싶은 말들을 기록할 수 있도록 침실층과 1층에 글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보장성원들의 숙소가 있는 5층엔 전혀 글을 남기지 않아 연수원측에서 부랴부랴 글판을 6층으로 이전했다. 지난 22일과 23일 집중적으로 쓴 글판에는 대부분 '통일'과 관련된 문구들로 가득 찼다.

'조선민족의 주체는 통일의 생명입니다.우리민족끼리 조국통일" -리경아. '백두와 한라는 내조국 입니다'-리은혜. '둘 합치면 더 큰 하나'-평양연극영화대학 배우4년 유금주. '통일의 그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우리 민족끼리 끝까지 통일을 위하여 힘차게 싸웁시다-김일성 종합대학 조향순. '통일은 우리 청춘들의 것'-평양 음악무용대학 최은하. '통일된 조국의 주인이 되자'-금성학원 기악학과 김향미. 등 대부분 갈겨 쓴 글씨들로 빽빽이 채워져 있었으며 내용은 한결같이 자주통일을 강조했다.

특히 글 말미에는 주체 92(2003)년8월23일이라고 표기했다. 일부 침실에서는 연수원이 불편사항을 적어내라고 비치한 '의견접수' 엽서에는 비슷한 내용의 글들을 상당수 남겨 안전점검을 실시한 국정원 요원들이 모두 수거했다.

한편 응원단원들은 환송식전 로비에 내려와 대구은행 연수원측이 마련한 메모판에 "대구은행의 직원, 오빠, 언니들 그동안 정말 고마왔습니다 잊지 않겠어요. 통일광장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내용 등 고맙다는 인사말로 채워져 있었다.

"대구시민들 고맙습네다." 그동안 환대에 감사편지

“그동안 보내준 대구시민들의 환호에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는 정녕 한 핏줄을 나눈 동포임을 절감했습니다” 지난 29일 저녁 11시께 남북공동문화예술행사에서 공연한 북측 응원단을 위해 인터불고호텔에서 마련된 연회에서 응원단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열흘 남짓 함께 했던 시간에 조금은 익숙해 졌는지 미녀응원단들은 환영만찬때와는 달리 남측 인사들과 한결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대구에 있으면서 느낀 소감과 남측의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손수 적어달라고 내민 기자의 수첩에 김일성 종합대학의 리정란 학생과 취주악단 김정임양은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써내려 갔다.

‘미래의 주인 청년들이여! 우리조국통일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자! 민족공조로 자주와 평화를 지키는 해 8월 29일 김일성종합대학 학생 리정란’ ‘대구에 도착, 대구시민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고보니 우리는 정녕 한 피줄을 나눈 한 겨레. 한 동포임을 절감하였다.

"우리민족끼리의 6.15북남공동선언의 정당성에 대하여 다시금 느끼었다. 북과 남의 온겨레가 6.15 북남공동선언을 철저히 리행한다면 통일은 반드시 가까운 앞날에 이룰 것"이라고 북측 취주악단 김정임은 말했다.

또한 북측 응원단 지휘자인 김은복씨(20·장철구평양상업대 3년)는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준 대구시민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통일돼서 꼭 만났으면 좋겠다”며 이별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달 아들을 군에 입대시켰다는 김모씨(49)는 “아들을 군에 보낼 때 마음보다 더 아프다”며 “군에 간 아들이야 다시 만날 기약이라도 있지만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은 그렇지 못해 이별의 아쉬움이 더 크다”고 했다.

선수단도 아쉬움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 개막식 때 각 국을 대표했던 젊은이들이 민족과 종교를 초월한 채 함께 입장한 가운데 한반도기 아래 손을 맞잡았던 남북한 선수들은 이념과 사상을 잊은 채 기약 없는 이별을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북측 선수.응원단 평양으로 귀환, "I love Daegu"

제22회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했던 북측 선수단 및 응원단 524명이 11일간의 대회 일정을 마치고 1일 대구를 떠나 북측으로 돌아갔다. 북측 선수단은 이날 오전 7시20분 대구시 북구 동변동 U대회 선수촌 공동구역 기자실에서 출발 성명을 발표한뒤 7시55분쯤 선수촌을 출발, 김해공항으로 향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와 11시 10분쯤 김해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민항기 두대로 나눠 평양으로 출발했다.

행사에 앞서 북측 응원단은 오전 11시께 불고기 볶음밥과 콩나물국으로 남쪽에서 마지막 식사를 마쳤으며,이날 낮 12시 숙소로 사용했던 경북 칠곡군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북측 서포터스, 아리랑 응원단, 동구 칠곡 주민 등과 기관단체장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환송식을 갖고 12시 40분쯤 김해로 출발, 오후 4시쯤 김해공항에 도착, 오후 5시와 5시 10분쯤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으로 귀환했다.

북측 '귀빈' 뒷전서 홀대 받은 우리 선수

멀리서 온 손님 대접을 위해 품안의 자식을 내칠 순 없는 노릇이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대구 U대회서도 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 때와 같이 한국선수단이 소외 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북측선수단이 대회 불참을 강력하게 시사했던 지난달 19일 오전 12시 선수촌에서 입촌행사를 갖고 있던 한국선수단에게 조해녕 U대회 조직위원장은 "대구에 온 것을 환영한다.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북측선수들 때문에 소외당한 걸로 알고 있다. 우리는 여러분을 극진히 대접할 것이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한바 있다. 하지만 이 말은 공염불에 그쳤다. 입장을 선회해 대회참가를 결정한 북한선수단에게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 조직위는 어려운 걸음을 한 북한선수들을 세심히 배려하는 것을 탓하자는게 아니다. 민족의 화합이라는 명제 속에서 어찌보면 이런 환대는 당연하다. 또 북한의 참가로 대회의 위상을 생각할 때 조직위가 그토록 북한선수단에게 애달아 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문제는 한국선수단이 느낄 박탈감이다. 어떤 조직위 고위관계자들도 한국선수들을 격려하는데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2위라는 원대한 목표를 잡았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대회 고위관계자끼리 북한 유치의 공을 서로 다투고 있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조직위는 북한응원단을 위해 북한산 신덕샘물까지 수입하고 생리대 까지 제공 했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 축구대표팀이 묵고 있는 선수촌엔 TV조차 없어 선수들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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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영 2003-09-02 17:30:28
배기자님 그동안 대구 유니버아드 대회의 생생한 소식을
신속히 접할 수 있도록 고군분투 노력하신 데 대해
동료의 한 사람으로써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오늘 기사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이 현재 진행형의
기사체로 되어 있음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뒷 얘기 다운 과거형으로
바꿔야 오늘 자의 기사로 효용이 있을 듯 싶군요~)

헤헹 2003-09-02 17:44:23
우리나라 언론들 미녀응원단에만 집중 조명을 가하고 행사는 뒷전~
뭐지~ U대회 후에 남은건 북한 미녀 응원단 기억뿐

배철현 2003-09-02 17:44:44
그렇습니다. 11일간의 열전 취재중 틈틈히 뒷얘기만 별도로 모아 정리 하고져 그 당시 기록한 내용입니다만 현제 진행형으로 표기한점 널리 양해 바랍니다.

과거형으로 수정 보완할 필요를 느꼈지만 기자수첩에 구석구석 깨알같이 적힌 글을 옮겨 정리한다고 한것이 그렇습니다.

다음엔 좀 더 나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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