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라를 꺽어라
세계 마라톤에서 아베라의 위치는 견고하기만 하다. 시드니 올림픽과 런던 마라톤을 휩쓸고 대회 2연패까지 노리는 게자행 아베라(27.에티오피아)는 우승을 노리는 모든 선수들의 견제 대상이다. 최고 기록은 2시간 7분 54초로 이봉주에게 34초가량 뒤지지만 각 대회의 특성에 맞춘 자신만의 뛰어난 레이스 운영을 가지고 있어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아베라는 아프라카 선수임에도 한국형 마라토너와 비슷한 레이스를 펼친다. 대개의 아프라카 선수들이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것에 반해 아베라는 막판에야 승부를 건다. 이봉주가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선두 그룹에서 아베라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어차피 아베라가 처음부터 떨어져 나가지 않는 이상 경기 흐름은 그에 의해 상당부분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봉주가 메달권을 노리기 위해서는 아베라 이외에도 또 다른 세게적 강호들인 마이클 로티치, 윌리엄 키플라갓(이상 케냐), 훌리오 레이(스페인), 삼손 라마디니(탄자니아) 등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더운 파리, 기록은 없다
이번 대회는 기록 경쟁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상 최악의 더위로 불렸던 파리 폭염이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현지 시각으로 오후2시에 출발하는 만큼 무더위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세계선수권이 순위 싸움이었다는 점도 이번 대회의 기록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게 하고 있다.
다만 이번 대회는 평탄한 코스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 시청에서 출발해 오페라하우스, 콩코드광장, 샹젤리제거리, 개선문, 에펠탑 등 파리 시내 관광명소를 돌아 주경기장 생드니스타디움까지 약간의 오르막을 제외하면 비교적 무난한 코스이다. 이는 30차례나 완주 경험이 있는 이봉주를 비롯한 경험 많은 노장 선수들에게 다소 유리한 부분이다.
한국 무관의 한, 이번에는 푸나
올림픽 제패 등 세계적 마라톤 강국으로 명성을 떨쳤던 한국은 그간 유독 세계선수권과는 인연이 없었다. 93년 김재룡이 4위를 했던 게 최고 성적이었을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게 사실. 세 번째로 이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마라톤의 간판 이봉주 역시 2001년 기권 등 다소 실망스런 성적을 남겼다.
그런 만큼 이번 대회를 맞는 한국 대표팀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에이스 이봉주는 물론이고 김이용(30ㆍ구미시청), 지영준(22ㆍ코오롱), 이명승(24ㆍ삼성전자)등 4명의 선수들의 목표는 하나같이 메달권 진입이다. 과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은 마라톤 강국의 자존심을 되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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