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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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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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갈등, 예정된 협곡으로 들어서다

 
   
     
 

지금 오바마는 달라이 라마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는 백악관 대변인인 로버트 기브스가 한 말이다.

미 대변인이 사용한 ‘학수고대’라는 외교적 수사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두 사람이 만나는 장소도 대통령의 집무실이 아니라 상황실인 맵룸(Map room)으로 결정됐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전략 상황실로 쓰기 시작해 이름마저 맵룸이 된 이 방은 국빈을 만나는 용도로 잘 쓰이지 않는 공간이다.

이처럼 이번 달라이 라마에 대한 미국의 최근 반응은 매우 이례적이며 계속해서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형식을 취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미국이 중국과의 연속된 갈등의 도중에 등장한 달라이 라마를 보기보다는 이미 오래 전에 예정된 달라이 라마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이 구글사태 등의 수순을 밟지 않았나는 의구심을 가져 본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중국이 당하는 형국이다. 어쨌든 미국 편인 구글이 문제를 스스로 일구었고 중국은 지켜보던 입장이었다. 구글에 무게중심을 실어주던 미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다분히 전략적이다.

분명 미국은 이번 두 나라의 갈등을 지켜보는 세계인들을 향해 백악관 맵룸에 들어서는 달라이 라마의 모습을 매우 진지하고 의미심장하게 클로즈-업할 것이 분명해졌다. 오바마의 베이징 방문 때 의기양양하게 맞았고 심지어 언론매체의 인터뷰 내용까지 잘랐던 중국은 크게 당했다는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것이 ‘명백하게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구글과 달라이 라마. 이 두 가지의 단어 속에는 바로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3가지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바로 인터넷과 종교, 소수민족이 그것이다. 이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 바로 최근의 美中 사태의 본질이다. 무역 분쟁이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는 사실 이 두 가지에 비하면 다분히 사무적인 아젠다에 지나지 않는다. 대포를 펑펑 쏘아대는 정규전보다 정곡을 노리는 게릴라전이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처럼 이번에 미국이 노리는 것은 하드-타깃이 아니라 소프트-타깃임에 분명하다.

지금 중국인들의 거의 유일한 소통 채널인 인터넷과 확산일로에 있는 종교, 그리고 소수민족의 자치 자유. 이 부드러운 과녁을 겨냥한 건 오래 준비된 외교전술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발화점이 바로 달라이 라마였을 것이다. 자유와 인권의 오랜 친구이자 저명한 종교 리더인 그가 지금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에 백악관을 방문하는 셈이다. 달라이 라마의 부드러운 미소를 세밀하게 미추는 것만으로도 미국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농후한 파워를 발휘할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공격은 사실 아주 고전적인 테크닉이긴 하지만 미국의 고유한 방식은 아니었다. 경고하고 행동하던 과거와 달리 상대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는 방식이 결코 미국이 원하는 전략은 아닌 것이다. 너무나 눈에 보이고 얕은 기술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양국의 갈등을 보는 관점에는 두 가지의 가정이 필요하다. ‘지금 미국이 수세에 몰려 있다 보니’라는 가정과 ‘다음 수순을 위한 중간 포석’이라는 가정이 그것이다.

아무래도 무게가 가는 쪽은 후자이다. 달라이 라마 카드가 결정타라고 볼 수 없다면 결정타가 없는 자극을 미국이 선택했을 개연성 또한 희박하다. 그렇다면 그 결정타는 무엇일까? 현재로서는 생각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전략 중에서 동아시아 안보문제일 가능성을 거듭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것은 전적으로 앞으로 중국이 미국에 대해 취하는 포즈 여하에 달린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일전 중국은 홍콩 항에 정박하려는 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호의 입항을 허가한 바 있다. 대만에 대한 미사일 판매에 화가 난 중국이 예정되었던 입항을 돌연 취소했다가 재차 입항허가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었다. 그것이 양국 갈증의 분수령이 되어 분쟁이 수그러들기를 바라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바로 백악관의 달라이 라마 접견일정 확정을 발표하면서였다. 역시 미국은 중국의 호의 정도로 성이 차지 않았다는 의미다.

아마도 미국으로서는 이제까지 중국과의 하해와 협력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여기고 여러 차례 만남과 대화를 가졌지만 번번이 일이 터지면 냉담하게 돌아서고, ‘내정간섭 중단’을 외치는 중국에 대해 누적된 불만을 가졌던 게 명백하다. 마침내 백악관 싱크탱크에서는 중국과 다소의 대립적 포지션을 견지하는 것이 나쁠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개연성이 아주 높다. 만약 미국의 태도가 그런 이유로 돌변하였다면 앞에서 지적한대로 ‘다음 수순’이 문제를 내포한다.

양국의 갈등은 이제 달라이 라마를 정점으로 협곡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진정한 결투가 시작될 오케이목장은 어디가 될 것인가? 우리는 그것이 극동아시아가 아니기를 우리는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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