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꼭지딴, 추어탕의 독점권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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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꼭지딴, 추어탕의 독점권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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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도구치며 잡고, 검정 고무신에 담아 가지고 놀고

^^^▲ 추어탕
ⓒ 김규환^^^
지난 25일 관세청은 여름철 보신식품으로 즐겨 먹었던 닭고기, 장어 등의 수입 물량이 감소한 반면에 미꾸라지의 수입이 전년도보다 35,6%가 늘었다는 발표를 했다. 반면에 녹용수입은 33%가 줄었고, 다른 강장식품들도 점차 줄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보양음식이 우리가 늘 즐겨 먹던 일반적인 것으로 변해가서 다소 고무적이다. 미꾸라지는 연못이나 논두렁 및 수로에서 살고 유기물이나 미생물을 먹고사는 동물로서 한국, 일본, 타이완, 중국 등지에서 분포하고 산다. 대개 2-3년 성장하면 식용으로 사용하게 된다.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미꾸라지를 잡던 생각이 난다. 추분이 지나고 찬바람이 나기 시작하면 미꾸라지는 제 맛이 난다. 그 때에 논에 도구를 치는데 이 말은 논에 물을 빼주고 논 둘레에 도랑을 판다는 우리 말이다.

아버지가 도구를 치러 나서면 나도 얼기미를 들고 따라 나섰다. 그렇게 한 이유는 아버지가 도구질 치는 삽 끝이 옮겨질 때마다 논바닥에 살던 미꾸라지가 하얀 배를 내놓고 벌떡 자빠지는 놈들을 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꾸라지를 잡는 일이 쉽지 않다. 나보다 더 빠르게 미꾸라지가 진흙 속으로 숨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가 되어 어떻게든 재빠르게 잡아서 얼기미에 담는다. 아버지가 "여기다" 하고 소리를 지르면, 나는 "응 어디야," 하면서 재빠르게 손을 놀리고 잡았다.

그렇게 하면서 아버지와 나는 동심으로 돌아가고 하나의 동질성을 느끼며 행복한 웃음을 웃으며 고기를 잡았다. 아버지는 마지막 수확을 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고, 나는 그 틈새를 이용해서 고기를 잡는 일석이조의 일을 하며 즐거워했다.

어린 나는 넘어지면서 흙탕물을 뒤지어 쓰기도 하고 아버지는 나의 우수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크게 웃으며 힘든지 모르고 일을 했다. 그렇게 해서 해가 넘어가는 저녁나절이 되면 어느새 아버지는 도구치는 일을 마치게 되고, 얼기미에는 적지도 많지도 않는 미꾸라지가 잡혀 있게 된다.

아버지와 나는 그것을 들고 개울가로 가서 깨끗이 씻었다. 그것을 씻는 동안에 나는 벌거벗고 멱을 감으며 아버지와 물장난을 하고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미꾸라지를 받아든 어머니는 신기한 듯 큰 웃음소리를 내고 이내 부엌으로 들고 들어간다.

그리고 굵은 소금을 한 움큼 미꾸라지 그릇 속에 집어넣는다. 그 때부터 미꾸라지는 난리가 난다. 서로가 엉켜서 거품을 내며 몸에 있던 모든 배설물을 토해 내다가 이내 죽는다. 그것이 안스러워서 그냥 살려주자는 말도 하곤 했었다.

지금도 추어탕 집에 가면 그 때의 추억을 회상하며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추어탕을 먹으면서 어머니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추어탕을 한 번 다시 먹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맛있게 먹는다. 그 당시에 어머니가 만드는 추어탕은 별로 들어가는 재료도 많지 않았다.

뒤늦게 열려서 아직 여물지 못한 풋고추와 애호박, 마늘이 들어가고 감자를 숭숭 썰어서 넣고 수제비를 만들어서 넣은 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렇게 맛이 있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도 가족의 행복이 그 안에 담겨져 있어서였는지 모르겠다.

미꾸라지는 보양식이자 강장식

아버지는 한잔의 소주와 그것을 함께 드시고 너무 좋아 하셨다. 혼자 먹기가 미안해서 이웃집의 나이 많은 어르신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추어탕이 남아 있지도 않은데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서 한 대접의 추어탕으로 안주를 하며 술잔치를 했다.

이러한 미꾸라지 잔치를 예전에는 '상치마당'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노인을 숭상한다는 말이다. 살이 찐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려고 논바닥으로 파고 들어갈 때 잡아서 마을 어른들께 감사의 표시로 미꾸라지 국을 대접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낭만과 경노사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복잡한 도시에서 수입 미꾸라지로 만든 추어탕으로 몸보신한다고 혼자 사서 먹는 정도다. 그것도 나의 어린 시절처럼 자연스럽게 욕심내지 않고 잡아서 먹든 맛과는 아주 다른 음식을 먹게 된다.

지금의 서울인 한양에서는 거지들이 추어탕을 끓여서 파는 이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에 거지들에게 '꼭지'라는 말을 붙여서 불렀다. 이러한 거지 조직은 대체적으로 청계천꼭지, 복청교꼭지, 서소문꼭지, 염천교꼭지 같은 조직들이 있었다.

꼭지 조직의 우두머리를 부를 때는 '딴' 이라는 말을 어미에 붙여서 꼭지딴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청계천의 거지 대장을 청계천꼭지딴이라고 불렀다. 이들의 세력은 대단해서 그들과 같이 하지 못하는 거지들에게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고, 나름대로의 품위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런 것 중에 하나가 걸식을 할 때 밥만 빌고, 건건이는 빌면 안 된다는 철칙이 있었다. 그래서 거지들이 건건이를 만들기 위해서 조직원 중에 일부가 미꾸라지를 잡아서 추어탕을 끓여놓으면, 다른 조원들이 건건이를 빌리지 않아도 밥을 먹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청계천에서 가장 손쉽게 잡을 수 있었던 미꾸라지를 잡아 탕을 끓이고 얻어온 밥과 같이 먹었다. 이것이 바로 한양의 유명한 꼭지딴 해장국이라는 것이고, 꼭지딴 추어탕의 유래가 된다.

이들은 궁중의 길흉사 때 조원을 동원하거나 명문 대가의 길흉사에도 관여해서 다른 거지들의 횡포를 막아주면서 또한 그에 상응하는 특권을 누렸다. 궁중의 내의원이 약용으로 사용하는 개구리, 두꺼비, 지네 같은 것을 잡아다 주고 미꾸라지도 잡았다.

그러한 대가의 하나로 그들이 한양에서 추어탕을 끓여서 파는 영업의 독점권을 가졌다. 추어탕의 재료는 거지들을 동원해서 잡으면 되고 어디든지 흔하게 있어서 많이 잡을 수가 있어서 그 이익도 상당했다.

추어탕은 대개 탕으로 만들어 먹는데 좀 특이한 방법으로 두부 추어탕이라는 것이 조선 순조 때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나온다. 그런데 그 요리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혜가 엿보인다.

살은 미꾸라지와 두부를 가마솥에 함께 넣고서 불을 때기 시작하면 두부 속으로 미꾸라지들이 모두 들어가서 미꾸라지 두부가 되면 그것을 썰어서 초 간장에 찍어서 먹는 방식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면 미꾸라지가 죽기 전에 안간힘을 쓰게 되는데 좀 안스러워 보인다.

미꾸라지는 단백질, 칼슘, 무기질이 풍부해서 초가을에 먹으면 여름내 더위로 잃은 원기를 회복시켜준다. 뼈와 내장을 버리지 않고 통째로 삶아서 먹기 때문에 영양 손실이 적다. 이러한 미꾸라지는 보양식이며, 강장식이다.

서민과 가난한 농촌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동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이 되었다. 무기질과 비타민도 풍부하고 필수아미노산도 많이 들어 있다. 성장기의 어린이나 노인에게 아주 중요한 라이신이 풍부하다.

또한 타우린이 들어 있어서 간장을 보호하고 혈압을 내리며 시력을 보호하는 작용도 한다. 미꾸라지에 들어 있는 지방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서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뼈째로 먹어서 골격과 치아를 구성하는 성분인 칼슘의 섭취원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비타민 A의 함량이 많아서 항암작용도 높고, 피부와 점막을 튼튼하게 해서 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본초강목>이라는 책에서는 양기에 좋고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하며, 초롱의 등심에 익힌 것이 제일 맛있고 양사에 좋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정력제로 먹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농촌에서 미꾸라지가 사라진 지가 오래 된다. 그 이유는 농약과 살충제 때문이다. 옛날에 검정 고무신에다 잡아 가지고 놀았고, 철따라 흔하게 잡았던 미꾸라지가 지금에 와서 구경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지혜롭게 음식을 골라서 먹었는지를 알게 된다. 아버지와 도구치며 잡아먹었던 미꾸라지, 그게 우리 몸에 좋지만, 이제 그것을 제일 많이 수입해서 먹는 처지가 되어서 다시 한번 예전의 우리 음식문화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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