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그리고 흡연은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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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그리고 흡연은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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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나의 금연 투쟁기

담배 끊은 지 어언 15년이 다 되어 간다. 그렇지만 필자와 담배와의 인연은 모질다 못해 원망스럽다는 표현이 옳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금연과 음주는 죄악?

담배를 피우는 것을 죄악으로 여겼던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기에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것이었고 교인들 보기에도 가족적인 수치였다. 심하면 경건치 못한 사람이라는 눈길도 받을 수 있어 공공연하게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필자는 골수 보수파 기독교회인 예수교 장로회 고려파 교회 장로의 맏아들이었다. 고려파 교회란 엄숙하고 경건한 생활을 기본으로 여기는 엄격한 기독교 규율을 중요시하는 교파로, 손양한 목사와 주기철 목사 등 일제 하에 순교하신 믿음의 조상을 둔 것을 자랑으로 삼는, 예수 잘 믿기로 자타가 공인한 예수쟁이들만 다니는 곳으로 소문 나 있다.

이런 탓에 고려파 교회의 장로 아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당신의 얼굴에 침 밷는 것이라거나 불효라고 여기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담배 냄새를 풍기고 다녔으니 당신으로서도 간댕이기 부은 놈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랬기에 필자의 금연기는 다른 여타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이나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금연을 한다는 것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것이어서 눈물겹기까지 했다.

담배를 피우게 된 계기

필자가 담배를 피우게 된 계기를 살펴보면 조금은 우습다. 대학 신입생이 되어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대학 축제에 데리고 갈 여자 파트너가 없었던 관계로 파트너 구하기에 나선 것이 흡연의 계기가 되었다.

여자 친구를 사귀었던 친구에게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여자 파트너의 소개를 부탁했더니 제안을 하나 내놓았다. 담배 한 개피를 꺼내더니만 대뜸 "이거 다 피우면 당장 소개해 주겠다"는 확약을 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좋다, 그 정도야 약과 지 , 한 개피 더 피울 테니 이뿐 아기씨로 소개해 도" 만용을 부린 것이었다. 친구가 변심을 하기 전에 감행하겠다는 잔머리가 발동한 나머지, 앉은 자리에서 연거푸 두 개피를 피웠다. 그런데 기분이 몽롱해 지고 하늘까지 노래지는 것은 또 뭔가. 이것이 끈질긴 담배와의 기나긴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될 줄이야!

그 사건 이후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주 폼이 나 보이는 것 같았고 어른만이 누리는 특권이라는 생각에서 우쭐해 하며 줄담배를 예사로 피워댔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당신의 아들이 담배를 빼물고 다닌다는 소문을 접한 후부터는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성수주일을 섬기는 것을 성도의 기본으로 가르치셨는데 장로님의 맏아들이면서 교회에서 고등부 회장까지 했던 놈이고 대학부에서는 총무까지 맡은 놈이 담배냄새를 풀풀 풍기고 다닌다니, 당신이 참고 견디기에는 감당이 불감당이었을 것이고 먼저 하나님보기에 불경죄라고 여겼을 것이기에 증거를 잡으려고 무척이나 노력하셨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했다.

언제나 그랬듯 하루는 야밤에 어른이 주무시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좋아하는 라디오프로인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면서 담배를 한 대 물어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가? 담배를 피운다는 소문 후로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데 안 피운다고 잡아떼는 아들녀석이 미웠던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 주무시는 채 하고 계시다 담배냄새를 맡고 기습을 감행하신 것이다.

아버지께서 내린 징벌

너무나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나는, 피우던 담배를 그만 삼키고 말았다. 그러나 증거인멸도 잠시였고 너무 뜨거운 나머지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아버지의 면전에다 그만 뱉어놓고 만 것이었다.

그 순간, 증거를 확보하신 아버지께서는 이를 용납하시기 어려웠던지 필자가 가장 소중히 여겼던 기타로 나의 뒷통수를 내리치셨다. 기타가 산산조각이 나는 엄청한 형벌(刑罰)이었다. 그렇지만 당연한 벌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려파 교회에서는 담배와 음주를 죄악시하였으니 징벌에 불과한 것이기 말이다.

이런 가혹한 징벌을 받았지만 이상하리만큼 나의 뒷머리는 온전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하나님은 나를 버리시지 않으셨는가 보다. 그렇게 단단한 기타에 머리를 얻어맞았는데도 피가 나기는커녕 멍도 생기지 않았으니".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고 믿는 나의 속 신앙을 보신 걸까?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God he so good. God he so good. God he so good!" (하나님은 선하시다. 하나님은 선하시다. 하나님은 선하시다!)

선하신 하나님은 엄격한 세속의 규율과는 달리 나를 사랑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마음을 보시리라.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소소하게 인간이 담배를 피운다거나 술을 먹는다고 탓하실 만큼 그리 옹졸하신 하나님이실까?

그러나 아버지로부터의 징벌은 금연을 시도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권사이신 어머니의 간곡한 권유가 있어 더욱 힘든 금연을 위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금연이 어디 쉬운 작업인가? 그 일 뒤로도 아버지와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과 줄다리기는 계속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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