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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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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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Principles)'과 '일관성(Integrity)’이 실종

 
   
  ^^^▲ 임채진 전 검찰총장^^^  
 

임채진 검찰총장이 물러나면서 남긴 말과 이에 대한 반응은 한국사회가 어떤 지경에 처해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어 씁쓸하기만 하다.

임채진 전 총장은 “이쪽 저쪽에서 많이 흔들었다”고 했고, 구체적으로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강정구 교수 사건 1건 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면서, “작년 6월 조중동 광고주 협박사건”을 그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노 코멘트다”고 답했다.

강정구 교수 사건

2005년 10월, 검찰이 강정구 교수를 구속하려고 하자 천정배 법무장관이 법전의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던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서 불구속 수사를 검찰에 지시했다. 이 일은 당시 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국가 정체성을 이야기 했다. 그 즈음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실용이 중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강 교수 사건은 정치적 함축성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 동아 등 보수신문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조치를 강력히 비판했다. 기사와 사설은 물론이고 외부 필자의 시론을 통해 천 장관과 그 배후인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을 맹폭(猛爆)했다. 천 장관과 당시 이해찬 총리가 정권 초기엔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기에 이러한 말 바꾸기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나라당도 이를 비난했고, 보수단체들은 거리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보수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일명 시변)은 천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고, 조선일보는 이 소식을 큼직한 사진과 함께 비중있게 다루었다. 이 파문으로 물러난 김종빈 검찰총장은 ‘좌파 정권의 희생양’처럼 묘사됐다.

임채진 총장의 경우

그리고 몇 년 세월이 흘러서 정권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발생했고, 임채진 총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검찰에 외압이 있었음을 시인한 임 총장의 발언에 대해 법무부는 “박연차 수사는 지휘한 적이 없다”, “광고주 협박 사건도 일반적 수사지휘인 ‘인터넷 유해환경 단속에 관한 특별지시’를 서면으로 한 후에 진행된 사건일 뿐”이라고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그렇다면 검찰총장을 끝으로 검사 생활을 마감하는 임채진씨가 거짓말을 했거나 오해를 했다는 것인데, 그것을 곧이 들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더구나 국정원장이 대검 중수부장에게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하지 말라고 종용했음이 확인되지 않았던가.

임채진 총장의 발언에 대한 신문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경향신문은 6월 8일자 사설(‘검찰 흔든 외압의 실체는 뭔가’)에서 검찰에 대한 외압을 비난 하면서도 수사지휘권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이 “검찰청법에 보장된 권한” 이라고 했다. 지휘권 자체는 정당한 것이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 그런 지휘를 한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이었다.

한겨례신문은 6월 8일자 사설(‘수사지휘권 발동 한 번 뿐인가’)에서 “수사지휘권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기는 하나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는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면서, “수사지휘권이 얼마나 자주 발동되었나” 하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두 신문은 수사지휘권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하면서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비판을 가했다.

반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이 사건을 아예 사설로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6월 8일자 사설(‘검찰을 독립시키는 건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서 “법무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 발동은 검찰 역사에서 강정구 사건 딱 한번 있었다” 면서, 임 총장의 발언을 부인한 대변인의 발표를 인용한 후, “임 전 총장이 오해를 살 표현을 한 것은 주의 깊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수사지휘권의 ‘진실’

그러면 ‘수사지휘권’은 도무지 무엇이며, 그것은 정말 우리나라 역사상 딱 한번만 발동 되었는가 ?

우리 법에 남아 있는 수사지휘권은 일본법에서 유래한 것이다. 일본에도 그 조항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되어 버렸다. 1950년대 초에 정치인 법무장관이 그 권한을 발동해서 큰 파문이 일어난 후 그런 일은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 오늘날 일본에서 법무장관이 그런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 검찰은 스스로 독립성을 구축했고, 시민참여를 통해 검찰권의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그런 제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에선 법무장관이 연방수사국(FBI)으로 하여금 수사를 하도록 지시한다고 해도 기소 여부는 대배심이 결정하기 때문에 검찰권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희박하다.

법무장관의 수사지휘와 관련해서 건국 초에 유명한 사건이 두 번 있었다. 처음 사건은 임영신 초대 상공장관 사건이다. 서울지검장이던 최대교(崔大敎) 검사가 이승만 대통령이 총애했던 초대 상공부장관 임영신을 독직(瀆職) 혐의로 기소하자, 이 대통령은 법무장관을 통해 기소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다. 최대교 지검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임 장관을 전격적으로 기소한 후 사표를 던졌다. 4-19 후에 검찰에 복직한 최대교는 3-15 부정선거 원흉(元兇)들을 기소했다.

2대 검찰총장(1949. 6- 1950. 6)이었던 김익진(金翼鎭)은 이승만의 측근들이 꾸민 정치공작을 파헤쳐서 기소하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기소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으나 그는 권력의 비선(秘線)을 단호하게 기소했다. 사임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그를 이 대통령은 고검장으로 강등시켜 발령을 냈다. 부산 피난 중 이 대통령의 정치보복으로 구속되는 수난을 겪었지만 금방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된 후 은퇴했다. 그가 쉽게 석방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대법원장이 가인(街人) 김병로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후에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문제는 뉴스에서 사라져 버렸다. 김익진 총장이 물러난 후에 이승만 대통령은 자기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승만 대통령으로선 김병로를 대법원장으로 임명한 것과 김익진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던 것이 ‘뼈아픈 실수’였다. 그 후론 법무장관과 검찰총장간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양자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해서 협력관계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의 협력 관계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나,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이 없었다고 해서 그것을 두고 검찰이 독립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제5공화국에선 검찰총장을 지낸 후 법무장관이 된 김석휘 법무장관이 시국사건 법정소란에 책임을 지고 취임 5개월만에 장관직을 물러나야 했으니, 그 시절엔 ‘검찰권 독립’이나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이니 하는 말이 일종의 ‘사치’였다.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긴장이 발생한 것은 김대중 정권 들어서부터 일 것이다. 하지만 김대중 정권 당시에는 그런 갈등이 수면 하에서 해결되지 않았나 한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물밑 해결도 불가능하게 되어 강정구 사건이 발생했을 것이다. MBC 에 대한 무리한 수사 등 현 정권에서 일어난 일들은 정권이 끝난 후에 밝혀질 것이다.

‘일관성’ 문제

만일에 강정구 교수 사건이 없었더라면 경향신문과 한겨례신문은 임 총장의 발언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 외압 뿐 아니라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자체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가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 신문은 강정구 사건에서 그들이 취했던 입장을 고려해서 조심스러운 사설을 내보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법전 속의 유물(遺物)’인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정당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강정구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인 천정배 의원이 “수사지휘는 서면으로 해야 한다”고 해도 한나라당은 말이 없다. 강정구 사건 때 천 장관을 질타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한나라당은 그 이듬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천정배 장관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쓴 강훈 변호사는 지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내고 있다. 검찰권을 침해한 천정배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던 시변의 공동대표이던 이석연 변호사는 법제처장이고, 또 다른 공동대표이던 이두아 변호사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다. ‘원칙(Principles)’과 ‘일관성(Integrity)’이 실종된 우리 사회의 한 단면(斷面)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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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보가 2009-06-15 13:46:40
완전 "놀부전"이지요. 현재 우리

청와대 2009-06-15 14:11:53
제목 : 청와대는 놀부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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