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노무현 전 대통령^^^ |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화가 됐다"고 한 나의 표현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신화가 됐다'는 말이 노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조금은 당황스럽다.
원래 '신화(Myth)'나 '유산(Legacy)'이란 말은 양면성을 갖고 있는 단어다. 긍정적인 의미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맥락에 따라서 '신화'나 '유산'은 부정적이거나 냉소적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신화와 진실'에서 말하는 '신화'는 '그럴싸하게 포장된 거짓'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산'에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그는 구속 될 수도 있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기소 등 법적 절차로 많은 곤란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죽음'으로 이런 모든 문제가 의미를 상실하게 됐다.
한 달 전에만 해도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던 그가 죽고 나니, 몇 백만 인파가 그를 추모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신화가 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할 것이다. 불의에 세상을 하직했고, 또 많은 논란을 뒤에 남겨 놓고 죽었기 때문에 '신화가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때 이른 죽음을 보고 일종의 '(恨)'을 느끼고 있지 않나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신화가 됐다'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이들은 많은 것을 이룩하고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그를 좋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상징이고 문화적 코드가 되어 버린 것은, 작금의 현상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런 현상이 엄연히 있는 것은 현실이다. 자기가 좋아 하든 아니 하든 간에 존재하는 현상은 엄연한 현상이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을 부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화'가 못마땅한 사람은 이를 부셔버릴 수도 있다. '신화'를 까부수는 것을 'debunking'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노무현 일생'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실 까부술 것도 별로 없다. 그가 '실패한 대통령' 이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수도이전도 실패했고, 검찰 개혁도 실패했고, 열린 우리당도 실패했다. 그렇게 실패한데 대해 사람들이 연민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때 이른 죽음으로 '신화'가 되고 나면, 부정적인 측면은 감추어지고 아름답고 아쉬운 부분만 더욱 부각되기 마련이다. 영국의 다이애나 세자비의 죽음에서도 그런 면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녀의 부정적인 면도 이해해 버리지 않았든가. 이런 것이 아마도 세상을 극적으로 빨리 뜬 사람들이 사후에 누리는 프리미엄 인지도 모른다.
자살한 사람이 어떻게 '신화'가 되느냐고 하지만, 그것도 정확한 말은 아니다. 우리 세대는 고등학교 다닐 때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유명한 책을 읽고 컸다. 그 책은 젊은 나이로 자살한 독문학자 전혜린 씨의 작품이다. 전혜린 씨는 우리 세대에 '신화'로서 각인되어 있다.
'신화'가 된 노 전 대통령이 불편하거나 싫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현실이다.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차라리 그가 '신화'로 치부되면 편할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적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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