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원세훈 국정원장, 임채진 검찰총장 | ||
오늘(7일) 조선일보 1면에 “원세훈 국정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해달라고 종용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1면 머리기사를 보는 셈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원세훈 국정원장은 극비리에 국정원 직원을 검찰 고위관계자에게 보내서 “국정원장의 뜻” 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해 줄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원세훈 원장이 사람을 보내 설득 내지 종용을 한 대상이 검찰총장이 아니라 ‘검찰 고위관계자’라는 점이다.
알다시피 임채진 검찰총장은 “의견을 수렴한다”는 이유로 검사장 등 검찰 고위관계자들에 전화를 걸어 노무현 씨의 구속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검찰총장이라는 사람이 웬 일로 여론조사나 하고 있나 했더니 이제 그 속사정을 알 것 같다.
‘검찰 고위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구속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히 있었고, 임 총장이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자 원세훈 국정원장이 이들에게 직접 직원을 보내 ‘자신의 뜻’ 이라고 하면서 불구속을 종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기사는 원세훈 국정원장이 임채진 총장에게 직원을 보내서 불구속을 종용했다고 쓰지는 않았다. 원세훈 원장은 도무지 ‘소통’이 되지 않는 숫자 미상의 ‘검찰 고위관계자’ 에게 직원을 보내 불구속을 종용했다는 이야기다. 원 국정원장과 임 검찰총장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일련의 상황으로 볼 때 두 사람은 상당한 ‘소통’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장과 검찰총장이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나 사건에 대해 ‘소통’을 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경우가 다르다. 뇌물 사건에 국정원이 개입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피의자 신병처리는 검찰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누구인가 ?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낼 때부터 측근이었다. 사실 그는 국정원장을 지낼 만한 국가안보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없는 사람이다. 안보문외한이며 병역마저 면제받은 그를 국정원장으로 임명한 의도가 무엇인가를 두고 말이 많았다. “국정원이 ‘국가안보’가 아니라 ‘정권안보’를 하게 될 우려가 많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국정원장이 비밀리에 직원을 보내 노 씨의 불구속을 종용한 이유는 노사모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여권 핵심으로 번지는 데 대해 ‘여권’이 불만과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권’이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그것이 2007년 대선과 정권의 ‘인수․인계’와 관련된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연차 게이트는 이제 ‘원세훈-임채진 게이트’로 발전한 형상이다. 한 나라의 국정원장과 검찰총장이 ‘게이트’의 주인공이 되었다면, 그 정권은 다 된 것이다. ‘정상적인 국가’ 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들이 사임한다고 해서 문제가 덮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신문사에 방송겸업을 허용하느니 어떠니 하는 문제는 ‘국정원장-검찰총장 게이트’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다. 신문이 방송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한 국가가 당장 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정원장과 검찰총장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짓밟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정원장과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사람들’ 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해서 진실을 향해 한 발자국 씩 접근해 나가던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들이 한 말이 있다. “그들은 모두 대통령의 사람들이야”(“They are all the President's men”) 그리고 닉슨은 결국 사임해야만 했다.
[워터게이트를 그린 영화의 제목도 ‘모두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이었다. 1976년에 나온 이 영화에서 로버트 레드포드가 밥 우드워드 기자로, 그리고 더스틴 호프만이 칼 번스타인 기자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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