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3 대통령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제3차 TV토론 발언이 전국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한 인터넷 게시글을 인용해 여성 신체에 대한 위협적 묘사를 공중파 토론회에서 전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냐, 공공성의 위반이냐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반 유권자들 사이에서 거센 의견 충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비판의 목소리는 주로 민주당, 진보정당, 여성단체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발언을 “여성에 대한 언어폭력”이라 규정하고,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정의당과 진보당도 “정치적 표현을 가장한 성적 혐오 발언”이라며 국회 윤리위 제소 방침을 밝혔다. 특히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 유권자 전체를 향한 모욕”이라며 이 후보의 국회의원직 제명까지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시각은 단일하지 않다. 국민의힘 측은 “발언의 부적절성은 분명하지만, 해당 내용을 단순히 표현한 것을 두고 정치생명을 운운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중진 의원은 “토론회에서의 실수는 있을 수 있으나, 맥락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 후보의 문제제기를 모두 혐오로 몰아가는 것도 정치적 공세”라고 밝혔다. 즉, 표현 수위는 문제였지만 정치적 논의의 자유까지 억압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이준석 후보가 소속된 개혁신당 내부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젊은 지지층 일부는 “표현 방식은 실수였지만 문제제기의 방향 자체는 정당했다”고 옹호했으며, 일부 당원들은 “성급한 사퇴론은 당을 흔드는 자해행위”라며 이 후보에 대한 내부 단속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당 지도부는 “국민 불편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발언의 파장을 관리하려는 모습이다.
한편, 중도 유권자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선 이 후보에 대한 실망이 상당히 깊어진 반면, 일부 남성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반발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며 “논란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간단치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공영방송에서 할 말과 못 할 말의 구분이 사라졌다”, “정치적 목적이 있다 해도 표현 방식이 충격적이다”는 반응이 이어지는가 하면, 반대로 “인터넷에서 이미 돌아다니는 내용을 문제삼는 건 과도한 정치공세”라는 주장도 공존한다. 이는 대선 막판, 젠더 이슈가 다시금 선거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후보의 해명과 대응도 선명히 갈린다. 그는 “표현의 맥락은 성범죄 인식의 기준을 묻는 취지였다”며 “정치적 고소·고발 남용엔 무고죄로 대응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유세 현장에선 “불편하셨던 국민께는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일정 부분 유화적 태도도 보였다. 그러나 “어떻게 더 순화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태도는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문제의 본질은 단지 발언의 수위에 있지 않다. 공적 리더로서의 감수성과 책임성, 그리고 정치인의 표현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에 대한 무게감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이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그 발언은 국민 모두를 향한 메시지이자 정치의 품격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막말 논란을 넘어, 선거 국면 전체의 흐름을 뒤흔들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이준석 후보의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는 물론, 자녀를 둔 학부모 유권자, 정치에 민감한 중도층 사이에서 “정치인의 언어는 그 사람의 품격”이라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곧바로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논란을 넘어, 한국 사회가 이 사안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혐오 표현에 대한 경계는 강화되어야 마땅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표현과 문제제기의 자유 또한 지켜져야 한다. 이 두 가치를 조화롭게 바라보는 시민의식이 성숙한 정치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정치는 말로 시작되고, 책임으로 완성된다.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그 자체로 커다란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그 책임과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사건을 계기로, 유권자들은 정치인의 감수성, 품격, 언어의식까지 깊게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은 선거 기간, 모든 후보가 말의 무게를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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