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댐이 바닥을 드러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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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댐이 바닥을 드러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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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월 11일자 '임하댐' 기사를 보고

 
   
  ^^^▲ 물빠진 임하댐^^^  
 

1. ‘바닥 드러낸 임하댐’을 찾은 이만의 환경장관’

조선일보 3월 11일자 10면에는 ‘바닥 드러낸 임하댐 찾은 이만의 환경장관’이란 제목의 전면기사가 실렸다. 사회부 박은호 기자가 이만의 장관을 대동하고 경상북도 상류에 자리잡은 임하댐을 찾았는데, 가뭄 때문에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임하댐이 바닥을 드러냈다면서 망연자실(茫然自失)해 진 이만의 장관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사진을 크게 실었다. 대부분의 독자는 이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조금만 사정을 아는 사람이면 이 기사가 중대하게 잘못된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나는 이 기사가 나간 후 다목적 댐을 관리하는 국토해양부가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고 기다려 보았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조선일보도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 비디어 비평지인 ‘미디어 오늘’이 사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기사를 썼을 뿐이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이런 보도가 나가면 정부가 벌컥 뒤집혀야 하는 법이다. 다목적 댐이 바닥을 드러내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는데 댐 관리에 책임을 지고 있는 국토해양부 장관은 무엇하고 있고, 국무총리실과 청와대 비서실은 무엇하고 있는가 말이다. 이 정부가 ‘녹색성장’을 하기 위해 4대강 정비사업을 하는 상황에서 몇 번째로 큰 다목적 댐이 바닥을 보이고 그것을 본 환경부장관이 ‘생각하는 사람’처럼 얼어버렸는데 이들은 도무지 무엇을 하고 있나 말인가 ? 다른 언론은 또 어떠한가 ? 다른 신문과 방송은 다목적 댐이 바닥을 보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 데도 도무지 관심이 없으니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바닥을 들어낸 임하댐은 ‘진실’이 아니다. 임하댐은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뭄 때문에 다른 다목적 댐과 마찬가지로 예년 보다 수위가 몇 미터 내려갔을 뿐이다. 이런 가뭄에도 임하댐 같은 다목적 댐이 여럿이 버티고 있다는 데 대해 이만의 장관과 박은호 기자는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조선일보에 크게 난 사진은 임하댐의 바닥이 아니고 댐의 접근수로부로, 평소에도 물이 차지 않는 곳이다. 댐의 물을 잘 볼 수 있는 그 맨 땅에 가서 기자는 육지 쪽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고, 장관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대단한 ‘쇼’가 아닐 수 없으며, 이런 기사가 그대로 실리는 것을 보니, 조선일보의 데스크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다목적 댐을 아시나요 ?

다목적 댐은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대표적인 긍정적 유산(遺産) 중의 하나이다. 소양댐, 안동댐, 충주댐, 임하댐 등 다목적 댐이 수계(水系)마다 세워지지 않았더라면 오늘 우리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형 댐은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해당지역을 수몰시키고 영향권의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도 있다. 그럼에도 다목적 댐은 그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를 압도한다.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여름 한철에 집중되어 댐이 없이는 치수(治水)와 이수(利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혹자(或者)는 대형 댐 하나 보다는 저수지 같은 작은 댐을 여러 개를 건설하는 것이 낫다고 하나, 그것은 오해다. (이만의 장관도 대형 댐 보다는 중소형 저수지를 여럿 세우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저수지는 물을 공급하는 용도로나 쓰이는 것이지 홍수를 예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농촌공사가 건설한 저수지를 둑을 더 높이 쌓는 방식으로 재개발해서 홍수 조절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규모가 작은 TVA 댐들은 실패작이지만 그 유명한 후버 댐은 용수공급과 전력생산 측면에서 대단한 성공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더 이상 대형 다목적 댐을 건설할 계획이 없다. 대형 댐을 세울 적지(適地)가 고갈되었고, 물 수요도 더 이상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문을 닫는 추세에 있어서 공업용수 수요가 오히려 감소하고 있고, 인구감소를 걱정할 정도라서 생활용수 수요도 안정추세에 들어가고 있다.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시설 공급도 이젠 거의 완성단계에 있어 더 이상 물 수요가 크게 늘어날 일이 없는 것이다. 다만 주택 과잉공급으로 인해 수도권 등지의 신개발지역에서만 물 수요가 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친수(親水) 목적의 물 수요가 늘어나서 하천 유지용수가 중요성을 띄게 됐고, 하천법도 그런 점을 고려해서 최근에 개정됐다. 다목적 댐이 평소에 물을 보다 많이 방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지금도 남강 댐 취수를 두고 시끄러운 낙동강 하류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수량이 아닌 수질의 문제다.

3. 진짜로 댐이 바닥을 드러낸다면

댐 현황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실시간 영상에 들어가면, 조선일보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임하댐에 물이 찰랑찰랑한 것을 잘 볼 수 있다. (조선일보 데스크는 이 점을 알고 있기는 하는지 궁금하다.) 가뭄이 심해지면 댐 주변의 수위가 낮아 져서 수몰된 마을이 보이기도 한다. 금년 가뭄은 아직은 그런 정도는 못되는 것 같다.

임하댐과 안동댐은 모두가 낙동강 유역에 있기 때문에 임하댐이 바닥을 드러내면 이웃에 있는 안동댐도 바닥을 드러내야 한다. 정부가 그런 지경이 되도록 손놓고 있었다면 국토해양부장관은 파면됐어야 하고, 국무총리도 물러나야만 했을 것이다. 물에 관한 정책과 행정은 여러 부서와 관련되어 있어서 국무총리가 그것을 통합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댐 관리는 어렵다. 가뭄이 들지 별안간 폭우가 내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만의 장관이 장관 일을 하고 있는 환경부의 산하기관인 기상청이 일기예보를 귀신처럼 한다면 댐 관리를 하는 수자원공사는 닥쳐올 홍수에 대비해서 물을 미리 빼기도 하고, 닥쳐올 가뭄에 대비해서 일찌감치 제한급수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날씨는 귀신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계획 홍수위 등 가상적 시나리오에 의해 댐을 관리하는 것이다. 반면 청개구리 같은 기자와 정치인은 홍수가 나면 왜 미리 댐 문을 열고 방류하지 않았느냐고 하고, 가뭄이 닥치면 왜 미리 제한급수를 하지 않았느냐 하고 투정을 부리는 경향이 있다.

4. ‘물 관리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요 ?

정권이 바뀌기만 하면 나오는 이야기가 물 관리 체제가 잘못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물 관리 체제가 완벽하게 되어 있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한 나라의 물 관리 체계도 그 나라의 다른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발전해 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도나 기구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자질과 능력이다. 정부의 모든 기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러 부처와 관련되어 있기 마련이라 어느 정책이든 부처간 조정과 협력이 중요하다. 물관리도 마찬가지다. 현행 제도에도 개선할 점은 있지만 체제 때문에 일을 못한다고 말하는 장관은 자신이 무능함을 선포하는 꼴이다.

지난 1993년-94년 겨울에 낙동강에 가뭄이 들어 하천수의 수질이 나빠진 데다가, 부산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오염물질이 수돗물에서 나와서 큰 난리가 난적이 있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안동댐과 임하댐이 비상방류를 해서 낙동강 하류의 오염물질을 씻어 버렸다. 그런데 그 해 봄이 가뭄이 들어서 댐 수위가 내려가는 등 큰 곤욕을 치렀다. 환경당국이 오염물질의 하천 유입을 제대로 막지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정부는 당시 건설부가 갖고 지방상수도 관리를 환경부로 이관시키는 행정권한 조정을 단행했는데, 수도사업 관장을 분리시키는 등 돌이켜 보면 즉흥적인 면이 많았던 개혁이었다.

이만의 장관은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 관리부서가 분리되어서 문제라고 또 다시 제도를 탓하지만, 따지고 보면 상수도사업은 원래 환경부가 하던 것이 아니었다.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 사업이 분리되어서 중복투자가 야기된다는 목 메인 소리는 오히려 국토해양부에서 나오고 있는데, 그것은 지방상수도가 원래 국토해양부 소관업무이었기 때문이다. 중복투자를 하게 된 책임 중 상당한 부분, 어쩌면 보다 큰 부분이 환경부에 있을 수도 있다. 근래에 들어 지방양여금 지원이 줄어들자 중소도시들은 수도시설을 개선할 여력이 없어졌고,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와 위탁계약을 맺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만의 장관은 그것이 매우 못마땅해서 이런 저런 불평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5. 경인운하에 대해선 왜 말이 없나

이만의 장관은 수자원공사와 농촌공사가 이미 사명을 다했다고 한다. 한 부처의 장관이 다른 부처 산하기관에 대해 이런 ‘막말’을 한 것은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다. 흥미있는 점은 수자원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경인운하에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다는 사실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 계획했던 경인운하는 그 때부터 사업성을 두고 말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계획은 민간사업자 콘소시움으로 하는 것이라서 사업성을 두고 논쟁을 벌일 소지는 크기 않았다. 경인운하를 건설하고 난지도의 쓰레기를 바지로 실어서 수도권 매립지로 보내고 난지도 지역을 개발한다는 청사진이 있었다. 그러나 1997년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민자사업이 어려워졌고, 이에 김대중 정부는 사업을 사실상 백지화해 버렸다.

그러다가 현 정부 들어서 경인운하 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어차피 굴포천 방수로 공사를 하기 때문에 추가로 운하 공사를 하면 된다는 논리에서이다. 이번 공사는 수자원공사가 자체 예산 2조원 이상을 들여서 하는 것이다. 민간기업 같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공사지만, 공기업이니까 정부 방침에 따라서 사업을 하는 것이다. 만일에 운하가 완성되어도 수익성이 나지 않으면 그 부담은 수자원공사의 몫이다. 운하 사업은 법에 의해 수자원공사가 할 수 있는 사업이지만, 물 기업인 수자원공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본업과 가장 거리가 먼 파생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만의 장관은 “원래 산업기지 건설공사로 출발한 수자원공사가 이후 댐 건설에 뛰어 들고 이후엔 다시 광역상수도로 뛰어 든 게 그것 아니냐”고 했다. 수자원공사는 ‘용도가 끝난 문어발 기업’이라고 몰아붙인 셈인데, 기왕에 그렇게 몰아 붙이려면 경인운하를 언급해야 한다. 수자원공사가 경인운하 사업을 하는 것을 몰라서 그런지, 알더라도 경인운하는 대통령 관심사항이라 모른 척 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경인운하에 대해 말을 하지 못하면 다른 사업에 대해서도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6. 기초적 사실도 모르는 장관

이만의 장관은 “원래 산업기지 건설공사로 출발한 수자원공사가 이후 댐 건설에 뛰어 들고 이후엔 다시 광역상수도로 뛰어 든 게 그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이는 기초적 사실도 모르는 이야기이다.

수자원공사는 1966년에 한국수자원개발공사법이 제정되어서 한국수자원개발공사로 출범했다. 설립취지는 법 조항이 분명히 했듯이 소양댐 등 다목적댐을 건설하기 위함이다. 1973년에 산업기지개발공사법이 제정됨에 따라 수자원개발공사는 산업기지개발공사로 통합되었다. 이 법에도 댐 관련 조항은 그대로 존치되었다. 1988년 2월에 한국수자원공사법이 발효함에 따라 오늘날의 수자원공사가 되었다. 명색이 장관이라는 사람이 이런 기초적인 역사를 모르니 한심한 일이다. 그런 ‘허위사실’을 그대로 받아 적는 기자도 한심하기는 매일반이다.

이만의 장관은 또한 “농촌공사나 수공의 수리권을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에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수리권(水利權)이 무엇이고, 저수지와 다목적 댐의 권리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니까 이런 황당한 말을 하는 것이다. ‘돌려주기’ 위해선 그것이 원래에 갖고 있었던 것이어야 하는데, 그랬던 적이 없다. 이 장관의 논리에 의하면 발전 댐을 다 지은 한국수력원자력도 그들이 생산하는 전기를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주고 자진 해산해야 할 판국이다.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이 장관은 환경부 산하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부터 되돌아 보아야 한다.

7. 맺는 말

현직 장관의 이 같은 ‘언어의 폭거’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또한 이 같은 ‘고의성 허위기사’가 ‘일등신문’인 조선일보 지면에 등장하는데 대해선, “착잡하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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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2009-03-24 00:02:26
치산치수는 인루생존을 위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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