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앞 나들이, 당신 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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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앞 나들이, 당신 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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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와 설거지?

1945년 7월 24일 애국 청년 조문기(趙文紀), 류만수(柳萬秀), 강윤국(康潤國)이 친일파 박춘금(朴春琴)의 부민관 친일 연설 도중 연단을 폭파했던 그 날 이후 58년이 지난 오늘 저는 뜻밖의 생일을 치루었습니다.

평소 직장 동료들과 탄생의 의미를 즐기던 제가 새로운 일들을 하겠다고 동분서주 할 때 밖으로 나가던 저에게 재선이가 '오늘 저녁은 가족과 함께 아파트 앞 개울가에서 고기나 구워먹자'고 제안했습니다.

하루를 정신 없이 보내다 집으로 돌아와 재선이의 제안대로 집 앞 개울가에서 고기를 구워먹던 저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지나간 추억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나누었습니다.

평소 첫째 아이 석환이가 "요 앞 개울가에서 고기 구워먹는 것이 소원"이라고 재선이에게 졸랐던 모양입니다. 뒤돌아보니 6년여를 한 곳에 살면서 한번도 개울 앞 냇가에서 고기를 구워먹은 적이 없더군요.

참고로 저희 집은 15층 아파트로 창문을 열면 좌측편으로 치악산의 웅장한 모습이 아침이슬을 머금고 문안인사를 청하며 지그시 내려다보는 그곳엔 맑은 흥양천 냇물에 아이들이 멱을 감고 즐거워하는 청정 강원의 축복 받은 조그마한 고향마을입니다.

뿐만아니라 무더운 여름 밤. 시원한 바람 부는 느즈막이면 개울가 주변에 조망조망 모여앉아 고기굽는 냄새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하루가 저물고 있음을 느끼는 소도 같은 아름다운 곳입니다.

저는 평소 '아내'라는 표현보다는. '아이엄마'라는 표현보다는. '누구누구엄마'라는 표현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이름을 지켜주고자 그 이름을 불러줍니다.

우리 재선이는 요즘 고된 가사노동이 누적되어 왼쪽 팔 저림 증상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를 못합니다.

해서 이참에 함께 하던 후배들을 불러모아 아이들과 함께 개울 앞 나들이를 즐겼습니다. 그러나 삶의 농도와 알콜의 농도가 짙어가는 즈음에 재선이와 아이들은 들어갔습니다. 한 여름밤의 꿈을 아쉬워하면서 말이죠.

한참을 지나 오늘이 아닌 내일의 시간에 화학적 산술반응에 흐믓해 하며 후배들과의 정겨운 시간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온 저는 늦은 시간 피곤해하며 아이들과 먼저 잠든 재선이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오늘 사용한 그릇들을 정리하려던 순간 제 가슴속을 뭉클하게 하는 무엇인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환경운동'이라는 것을 접한 지 10여년. 하지만 고백하건 데 담배를 피우다 아무 곳에나 버렸던 것하며 그야말로 입따로 손따로인 형식적 가식에 둘러싸인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말로 하는 것보다 실천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 것이 있으니 바로 내 아내 재선이의 모습. 아니 위대한 주부의 실천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환경사랑 최일선의 모습은 우리 주부들의 실천임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설거지를 하며 지켜본 오늘 재선이의 '개울 앞 나들이'에는 일회용이라는 것이 전혀 없는 주방가구 이동 그 자체였습니다. 집에서 쓰던 사기 밥그릇. 쇠젓가락과 숟가락. 유리컵 등. 여느 주부들이라면. 혹여 저라면. 귀찮아서라도 나무젓가락과 일회용 그릇을 사용했던 것을 말입니다.

뿐만아니라 그동안 무심한 터에 아파트 작은 베란다에 나가보니 검은 비닐봉투 몇 개가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고 그 속에는 깨끗하게 정리된 재활용쓰레기들이 세수까지 완벽하게 마친 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재선이는 본인의 몸이 불편함을 알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물려받을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였던 것이며 재활용쓰레기의 분류가 보다 빠르게 하기 위해 구분해 놓았던 것입니다.

오늘 재선이의 환경사랑에 대한 평소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아름다운 삶에 가치에 대한 평가가 어떤 것인가를 새롭게 느꼈으며 앞으로도 참된 가정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가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짚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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