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구절양장(九折羊腸) 개혁신당' 편지 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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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구절양장(九折羊腸) 개혁신당' 편지 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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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의원, 개혁신당 문제에 대한 개인적 의견 긴 글에 담아

 
   
  ^^^▲ 유시민 국회의원
ⓒ 개혁당 홈페이지에서^^^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국회의원(경기도 고양시 덕양갑)이 개혁국민정당 당원들에게 엄청나게 긴 편지를 띄웠다.

말만 무성하고 진도는 나가지 않는 개혁신당 문제에 대하여 개인적 소회를 밝힌 것 이다.

얼마 안 있으면 개혁국민정당의 진로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해야하는 시점에서 나온 유의원의 편지이기에 관심을 끈다.

유의원은 이미 개혁당의 진로는 작년 12월28일 츙남도고에서 열린 전국당원 위크숍에서의 '개혁당의 진로와 과제'에서 정하였고 그대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편지의 요점은 신당의 최고의 방법은 개혁당과 개혁세력 그리고 한나라당의 탈당파와 민주당의 신당추진세력이 합하여 새로운 신당으로 묶어져 내년 총선에 진력하는 것이겠으나 이미 민주당 신당파의 움직임으로 볼때 '도로 민주당'으로 가려는 움직임 때문에 8월 하순이 지나면 독자의 길을 가야한다고 하고 있다.

개혁당이 추진한 '신당연대'에 8월 하순경 한나라당의 탈당연대가 합쳐지고 민주당이 도로 민주당으로 남을 경우,이미 신당연대에 참여한 일부인사들이 도로 민주당으로 가더라고 우리는 독자적인 우리의 길을 가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음의 내용은 유시민의원이 글 전문이다.


구절양장(九折羊腸) 개혁신당

- 신당문제와 관련하여 개혁당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편지

당원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시민입니다.

오늘 저는 말만 무성하고 진도는 나가지 않는 개혁신당 문제에 대한 저의 소회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리는 각자 이 문제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지니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끝장토론’에서 우리 당원들이 얼마나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상이한 견해들이 정서적인 불신이나 적대감과 결합할 경우 얼마나 험악하게 충돌할 수 있는지, 우리 모두 함께 체험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신당 추진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당원들의 주장을 듣고 읽으면서 여기에는 단지 논리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김원웅 대표님과 저를 비롯한 전국집행위원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머지 않아 개혁당의 진로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제가 오늘 편지를 쓰는 것은 이 결정을 내리는 데 혹시 저에 대한 인간적 불신이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다듬은 전국집행위의 견해를 내놓기 전에 신당문제에 대한 저 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당원들께서 어떤 평가를 하시든, 저는 당원 동지들에게 저의 심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우리 모두가 서로를 더 잘 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정치하는 사람은 내심을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를 많이 듣습니다만, 이번에는 그 충고를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국회의원의 염치없는 푸념

며칠 전 어느 모임에서 우리 당원이기도 한 대학 친구를 만났습니다. 저를 보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역시 사람은 즐거운 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해!” 서로 알고 지낸 지가 벌써 20년이 넘는 사이라 얼굴만 보고도 제 속을 다 아는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늦은 밤 욕실에서 거울을 볼 때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거울 속의 남자가 너무나 낯설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제가 아닌 다른 남자처럼 보입니다.

제가 범개혁세력 단일정당 또는 개혁신당 논란에 대해 입을 다문 지가 두 달이 다 되었습니다. 5월 한 달 전국을 돌면서 국민토론회와 당원간담회를 한 다음부터입니다. 다른 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도 말을 삼가면서 지내왔습니다. 국회 본회의와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 열심히 참가하거나 보건복지 관련 전문가들과 공부를 하고, 가까운 동지들의 후원회에서 축사를 하고, 덕양갑 재선거 때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뒤늦은 감사인사를 드리고, 몇 가지 지역의 중요한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국위 사무실에 들를 시간이 없어 예전에는 날마다 보던 사무총국 일꾼 동지들에게는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러고 싶어서 정치에 뛰어든 게 아닌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만 국회의원이 되어 버렸습니다.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정치는 역시 쉬운 일이 아니군요.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글을 쓰던 제가 흉중에 든 생각을 묻어둔 채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힘듭니다. 격정적인 면이 있는 데다 칼럼니스트로서 혼자 일하던 습관이 있는 터라 배짱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저의 약점입니다. 저는 원래 소심한 사람이라 쉽게 마음의 상처를 받습니다. 그런 사람이 정치를 하려니 하루 하루가 고단하기 짝이 없습니다.

정치신인들이 제일 많이 듣는 충고가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인데, 저는 지역주의 정치지형을 깨뜨리기 위해 개혁신당론을 펼치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적’을 만들었습니다. 네티즌의 정치인 호감도를 조사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저는 베스트와 워스트 양쪽에서 동시에 최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혐오하는 한나라당 사람들에게 욕먹는 거야 기쁜 일입니다. 그런데 저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 더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을 해체해야 할 정당으로 규정한 탓에 이른바 민주당 구주류와 그 지지자들은 저를 영남패권주의자라고 욕합니다. 새로운 영남신당을 만든다고 저를 비난합니다.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지식인들 중에도 제가 호남을 희생양으로 삼아 정치개혁을 추진한다고 비판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저를 ‘사이비 개혁세력’이며 ‘노무현 빠돌이’라고 공격합니다. 심지어는 개혁당 안에서조차 제가 보따리를 싸서 민주당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당원의 뜻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다고 비난하는 당원들이 있습니다. 어떤 여성당원과 페미니스트들은 저를 저열한 성차별 의식을 가진 마초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정치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고달픕니다. 개혁당의 전국집행위원이며 국회의원인 사람이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저는 괜한 허세를 부리기보다는 고달플 때는 고달프다고 말하는 것이 스트레스 때문에 암에 걸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우리 당의 진로

죄송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다시 밝히지만 오늘 드릴 말씀은 개혁당 전국집행위원회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제가 느끼는 주관적인 소회일 뿐입니다. 이 점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저의 주관적 소회를 말씀드리기로 한 것은 공식적인 발제문이나 보고서에 담는 건조한 논리만으로는 신당과 관련한 저의 문제의식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8월 9일 개최하는 개혁당 일꾼 워크샵 발제문은 따로 작성해서 미리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가지 억측과 논란이 있지만 개혁당은 창당 직후부터 예정했던 경로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대선 승리 직후인 12월 28일 충남 도고에서 연 전국당원워크숍에서 저는 ‘개혁당의 향후 진로와 과제’라는 제목의 기조발제를 했고 참석자들은 여기에 전폭적인 동의를 보낸 바 있습니다. 이 발제문의 부제는 ‘최악의 환경을 무릅쓰고 우리의 길을 가자’였습니다. 아마도 개혁당원들께서는 그 발제문을 한 번쯤 읽어보셨으리라 믿습니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몇 대목을 발췌해 다시 소개합니다. 조금 길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개혁세력이 의회권력을 차지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모든 개혁세력이 하나의 정당으로 결집하는 방안입니다. 전국 각계각층의 개혁세력이 정책정당, 전국정당, 그리고 참여민주주의 정당을 새로 건설함으로써 지역으로 나누어진 여야의 대결구도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둘째는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변경하여 다당제 구조를 만들고 복수의 정당이 하나의 원내 개혁연합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 선거구에서 셋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거나 독일식 1인2표제를 도입하는 경우 한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럴 경우 민주당 개혁파와 개혁당이 하나의 정당으로 결합할 필요가 없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제1당이 될지는 모르지만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면 연정 파트너를 구해야 하는데, 확실한 파트너를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이 두 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sl다. 그런데 두 번째 방안은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변경할 때만 유효한 선택인데, 지금으로서는 그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할래야 할 수도 없습니다. 국회 의석이 하나뿐인 우리 당이 이를 주도할 수도 없습니다.

남들이 환경을 변화시켜야 비로소 이 방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당은 이 문제에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정치공학이 아니라 국민운동 방식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대선에서 표출된 젊은 유권자들의 개혁의지와 참여 분위기를 정당혁명으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민주당이라는 낡은 틀로는 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인물과 세력을 아무리 많이 수혈한다고 해도 호남에 편중된 민주당의 인적 구성을 변경할 수 없으며 돈정치와 계파정치에 젖은 당의 풍토를 개혁할 수도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개혁세력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정당이 필요합니다. 정당혁명, 이것 말고는 달리 길이 없습니다.

정당혁명을 국민운동 방식으로 전개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유력한 방안은 민주당내 개혁세력, 개혁당, 기타 개혁인사들이 손잡고 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방안에서 열쇠를 쥔 것은 당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선 민주당 개혁파 국회의원들입니다. 이들이 민주당을 탈당해서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개혁당과 여타 개혁인사들이 모두 합류해 우리 당이 창당한 것과 똑같은 과정을 밟아 새로운 참여민주주의 정당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단순명료한 방안으로서 국민 대중의 참여를 유발하는 동시에 낡은 민주당을 실질적 해체시킬 수 있습니다.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기존의 여야 지역 대립구도를 단번에 붕괴시키는 강력한 전략입니다. 개혁당원과 노사모, 민주당에 비판적이면서 노무현을 지지한 모든 집단과 개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민주당 개혁파 국회의원들의 의지입니다. 우리 당은 이 방안을 공개적으로 민주당 개혁파에 제안할 수 있으며 또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이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우리 당으로서는 우리가 밟았던 창당 프로그램을 더 큰 규모로 대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반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민주당을 적당히 고쳐서 다시 쓰겠다고 할 경우 우리 당은 여기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지역주의 세력과 후단협 등 기회주의 반칙세력을 지도부에서 밀어내고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소위 ‘친노 정치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 당명을 바꾸어 사람을 수혈하는, 소위 ‘신장개업형 신당’으로는 국민들이 원하는 새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당의 토대인 당원의 인적 구성이 극도의 호남 편중 상태를 유지하는 한 아무리 지도부를 교체하고 체제를 바꾼다고 한들 그 무엇이 달라질 수 있겠습니까. 우리 당은 우리의 길을 가야 합니다. 다른 누구에게도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개혁당은 개혁당의 길을 갑니다.

최악의 조건과 환경을 각오하고 갑니다. 현재의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진성당원이 없으며 향우회와 별로 다르지 않은 당의 구조를 손대지 않고, 당원의 참여를 배제하는 조직 운영원리를 바꾸지 않은 채, 지도부와 주도세력만 교체하고 당명을 바꾸는 신장개업형 민주당과의 통합도 우리는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정당개혁을 통한 정치혁명입니다. 우리는 반부패, 국민통합, 참여민주주의, 인터넷정당이라는 우리 당의 창당정신을 높이 들고, 어떤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나아갈 것입니다.

이것이 일곱 달 전에 세웠던 우리 당의 진로에 대한 전망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정치정세는 우리 당이 말 그대로 어려운 길을 갈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당개혁 정치혁명의 기치를 들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것입니다. 우리 당은 지난 3월 민주당과 선거공조를 하기로 결의했고, 그 정신에 따라 4.24 재보궐 선거에 임했으며, 민주당 후보의 전멸과 개혁당 후보의 당선으로 귀결된 선거 결과를 지렛대 삼아 범개혁세력 단일정당(이하 개혁신당이라 함) 건설을 제안하고 전국을 돌면서 국민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당원 워크숍 발제에서 제안한 바, “정당혁명을 국민운동 방식으로 전개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유력한 방안”으로 우리 당의 창당정신이 관철되는 범개혁세력
단일정당 건설 전략을 밀어붙인 것입니다.

신당연대, 통합연대, 그리고 민주당 신당파

이 전략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분위기는 ‘분당 없는 신당’, 다시 말해서 민주당이 주체가 되는 신장개업형 신당을 추진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당원명부를 그대로 껴안고 가면서 외부의 명망가와 정치세력을 영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정당, 정책정당, 국민참여형 정당 건설이라는 우리 당의 방침과는 조화하기 어려운 방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동안 몇 가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우선 신당연대 출범이 중요합니다. 우리 당 전국집행위원회는 개혁신당 결성을 위해 범개혁신당추진운동본부(범추본) 결성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했고 온라인 전당원대회에서 인준을 받았습니다. 같은 취지에서 지금 우리 당 일꾼들은 범추본과 지역의 정치개혁추진위원회(정개추)를 통합한 신당연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8월 하순까지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의 신당연대를 조직하고 회원을 모집하는 일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 신당연대는 아직은 출마의사를 가진 신진 정치인들의 상층연대에 머물러 있지만 우리 당과 비교할 때 인물의 참여 폭이 크게 넓어졌습니다. 개혁당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40대와 50대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신당연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당원이 될 회원들을 모집함으로써 신당연대는 지역기반을 가진 대중정치조직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한나라당 탈당 의원들이 만든 ‘통합연대’도 중요합니다. 통합연대는 아직 신당연대에 참여하지 않은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통합연대는 독자적으로 신당을 만들만한 기반과 동력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원내 역량을 형성하고 신당의 국민통합적 성격을 강화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민주당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늦어도 8월 하순에는 통합연대가 신당연대에 사실상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일곱 달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민주당 신당추진모임입니다. 민주당 신당파는 민주당의 뿌리를 크게 남겨둘 경우 수도권 선거에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분열됨으로써 한나라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낙선을 염려하는 측면도 있지만 수도권 선거의 기본틀이 1야 2여 구도로 잡힐 경우 그러한 선거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무시해 버릴 수는 없는 문제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을 리모델링하는 선에서 한나라당과 맞대결한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질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신당 논란으로 1년을 소모하고서도 겨우 내놓은 것이 소위 ‘도로민주당’이라면 내년 총선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의 재판이 될 것으로 저는 전망합니다. 개혁을 바라는 젊은 유권자들은 대거 투표를 포기하거나 마지못해 투표장에 나갈 것입니다. 현재 여론조사 지지도는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서고 있지만 50% 내외의 낮은 투표율을 전제로 보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이 탈당해서 신당을 만드는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민주당 신당추진모임의 핵심인사들이 7월 중순 이후 이른바 ‘통합신당’에 참여할 외부인사 영입에 나선 것을 보면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민주당의 신당은 신장개업형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하지만 신장개업형 신당이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선 민주당의 리모델링 신당이 명분이 부족해 매력이 적습니다. 게다가 상향식 후보 공천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내부 경선 기반이 없는 영입 대상자들로서는 선뜻 응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신당연대와 통합연대는 민주당 신당파가 민주당을 나와서 신당에 합류하는 방식을 원하지만 리모델링을 위한 외부인사 영입작업이 완전한 실패로 판명되기 전에는 민주당 신당파가 탈당을 선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언제까지 민주당 신당파를 기다릴 것인가

우리 당의 고민은 다음 총선의 전략적 목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느냐는 데 있습니다. 우리 당은 장기적으로 전국적 기반을 가진 국민참여형 정책정당을 건설함으로써 지역주의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혁파하려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2004년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냉전수구세력의 손에서 개혁세력의 품으로 찾아오려 합니다. 이 두 장단기 과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는 바로 범개혁세력 단일정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당 신당파가 민주당의 당원명부를 그대로 껴안고 가는 리모델링 신당에 집착하는 한 이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 당이 도대체 언제까지 민주당 신당파가 합류하는 범개혁세력 단일정당 건설에 매달려야 하는가, 그리고 민주당 신당파가 민주당을 나와서 만드는 범개혁세력 단일정당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판단할 경우 우리 당은 어떻게 진로를 설정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민주당 신당파를 기다릴 것인가? 저는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이미 거의 다 흘러갔다고 봅니다. 우리는 과거의 거대정당과는 종(種)이 다른 정당을 만들려고 합니다. 스스로 당비를 부담하는 진성당원 중심의 참여형 정당,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통해 공직후보를 선출하는 상향식 정당, 전국 모든 지역에서 지지자를 획득하는 전국정당,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권한을 최대화하는 양성평등 정당, 정책과 노선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사람을 모으고 활동하는 정책정당, 정보통신혁명이 몰고 온 기술적 조건의 변화를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온라인 기반 정당이 우리가 원하는 정당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이러한 정당을 권력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실제적 대안으로 국민 앞에 제시하려면 최소한의 준비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여덟 달에 불과합니다. 더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만약 여름 휴가기간이 끝나는 8월 하순까지도 민주당 신당파가 낡은 틀에서 벗어나기를 거부한다면 우리 당은 새로운 종(種)의 범개혁세력 단일정당 건설이라는 꿈을 접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 정당을 통해 2004년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냉전수구세력의 손에서 건져내려는 단기적 과제에 대한 집착 역시 접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애써서 세웠던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적대적 의회권력과 싸우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당의 진로는 어떻게 되는가? 답은 우리가 창당할 때부터 이미 가지고 있었습니다. 앞서 인용한 12월 28일의 발제문에 나온 그대로 개혁당은 개혁당의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개혁당이 원내 제1당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상대로 생사를 건 혈전을 벌이는 ‘제3의 새로운 정당’을 세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4년 총선 결과 어느 세력이 의회권력을 장악하느냐는 문제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것입니다. 우선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최소한의 단기 목표로 잡고 내년 총선에서 두 거대정당의 아성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우리 당은 의석이 둘 뿐인 작은 정당입니다.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를 경우 잃을 것은 없습니다. 의석도 늘어날 것이요 당의 존재도 널리 알릴 수 있습니다. 반면 현재 백여 개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파멸적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수도권 선거는 보통 2천 표 안팎의 차이로 승패가 갈립니다. 약 10만 명이 투표하는 선거구라면 유효투표의 2% 안팎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합니다. 우리 당 후보들은 지역구의 성격과 후보의 경쟁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도권에서 그보다는 훨씬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며, 한나라당보다는 잠재적 민주당 지지표를 훨씬 많이 빼앗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준다는 비난이 일겠지만 상관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민주당이 리모델링 신당으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음을 분명하게 경고했고 민주당 의원들이 정당개혁의 흐름에 합류할 것을 끈질기게 요청했지만 그들은 그것을 거부했습니다. 개혁세력의 통합에 실패한 죄로 우리 당도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지만 민주당 역시 그 책임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가시밭길을 걸어도 ‘즐거운 당’으로

그러면 신당연대의 진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신당연대에 참여하는 개인과 집단 가운데 일부는 민주당의 리모델링 신당에 영입되어 들어갈지 모릅니다. 우리 당은 남은 세력과 함께 현재의 개혁당보다 역량이 한층 강화된 개혁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번거로운 창당 절차를 생략하기 위해 그분들이 개혁당에 입당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상 개혁당 입당이지만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고 당명을 변경하는 등 새로 합류하는 세력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조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신당연대와 통합연대 등 함께 길을 가야 할 세력에게 개혁당 전국집행위원이나 지구당위원장들이 기득권을 주장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서로 믿고 격려하면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가 ‘제3의 정당’ 노선을 가지만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과 제휴 협력하는 것까지 배제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당이 그들과 우호적 경쟁관계에 있다고 믿습니다. 내년 총선 이전에, 총선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경쟁하면서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만 오늘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오늘 이 편지는 순전히 제 개인의 생각을 담은 것입니다. 기왕 개인적 소회를 밝히는 글이니 조금만 더 나가 보겠습니다. 이 편지를 써놓고 보니 앞길이 아득해 보입니다. 대선 승리를 거두고 나서 며칠, 그리고 4.24 재선거를 이기고 나서 며칠은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정치가 원래 그런 것인가요? 행복한 시간은 짧고, 번민과 망설임의 시간은 깁니다. 솔직하게 터놓고 말씀드립니다.

한국정치를 개혁하려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저는 ‘국민후보 지키기 운동’을 시작했고, 후보만 지킨다고 해서 만사형통인 건 아니라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저의 제안이 130개의 지구당을 가진 정당으로 이렇게 짧은 기간에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들판에 불을 지르는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정작 그 불길이 넓게 번지고 나니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4.24 재선거 출마는 창당의 최초 주체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제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결심한 일이었습니다. 수많은 당원들이 말못할 고초를 겪으면서 유권자들에게 호소해서 만들어준 국회의원 자리입니다. 저는 지금 개혁당의 신당추진위원장이기도 합니다. 범개혁세력 단일정당! 정말 되면 좋겠습니다. 되기만 한다면 제가 거기 없어도, 아무 일 하지 않고 그냥 거기 머물러 있기만 해도, 내년 총선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3의 정당’ 노선, 말은 쉽지만 험악한 가시밭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좀 쉽게 편하게 가고 싶은데, 역사는 그걸 허용해 주지 않는군요. 원망스럽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한 말에 대해 책임지기 위해서 그대로 가겠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인생이 불행해지는 느낌이지만, 이젠 도망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원하는 개혁신당이 이루어진다면 신당의 내부경선을 치르게 됩니다. 저는 거기 출전합니다. 경선에서 탈락하면 당선된 분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뛸 생각입니다. 개혁신당이 불발로 끝나 우리 당이 ‘제3의 정당’ 건설로 나아갈 경우, 저는 덕양갑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후보와 3파전을 치러야 합니다. 그 상황을 이미 각오하고 준비태세를 다지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을 보면 참 갖가지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그런 말씀들에 대한 저의 대답은 단순합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합시다. 동지를 시험하지 맙시다. 저는 지난 해 8월 창당주체들의 첫 모임에서부터 오늘까지,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현실로 만들었던 개혁당의 수많은 동지들을 압니다. 고비 고비마다 불같은 투혼과 얼음장같은 지혜를 발휘했던 동지들을 기억합니다. 그 기억이 없다면 하루도 더 지금 선 자리에서 버텨낼 수 없습니다. 저는 개혁당이 ‘즐거운 당’이 되기를 바랍니다. 동지를 의심하지 말고, 가시밭길을 걷더라도 함께 가서 ‘즐거운 당’을 만듭시다.

개혁당 당원 동지 여러분.
삼복 더위에도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2003년 7월 28일
개혁당 전국집행위원/ 고양시 덕양갑 지구당위원장 유시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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