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김봉두> 들여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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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에게 부탁하는 바른 교육

^^^▲ 영화 <선생 김봉두>의 스틸^^^
영화를 보면서 '선생 김봉두'와 '김봉두 선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선은 글쓰기 편하게 '김봉두 선생'이라고 불러가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김봉두는 도저히 선생같지 않은 선생입니다. 우선은 돈봉투를 너무 좋아합니다. 하긴 정치인 떡값에 비하면 '새발의 피'입니다. 그건 그렇고 김봉두 선생은 체신머리도 없습니다. 술집에 가서 학부모들과 술을 마시는 건 그렇다 치고. 그들에게 형님, 형님 하면서 주책떠는 눈꼴 신 장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을 사랑하지도 않고, 교육자로서의 긍지도 없는 김봉두 선생의 좋았던 시절도 곧 사라지고 맙니다. 부정 교사로 낙인찍힌 채 굴러떨어진 곳은 시골의 작은 학교입니다.

10명도 안 되는 학생들 그리고 돈도 없게 생긴 학부모들이 살고 있는 시골에서도 김 선생은 실수를 연발합니다. 술먹고 놀다가 시골 아주머니를 호스티스로 착각한 것이죠. 남의 여자 가슴에 손 넣고 돈 집어 넣는 못난 선생님이지만, 착한 마을 분들은 다 이해하고 넘어가 주었습니다.

김봉두 선생이 하는 일이라곤 날마다 애들 자습이나 시키는 겁니다. 그리고 창 밖을 내다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한 곳을 빠져나갈까' 하고 궁리하는 게 일입니다.

마침내 김선생이 찾아낸 방법은 학교의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이죠. 학교 문을 닫게 하려면 학생들이 없어져야 합니다. 김선생은 학부모를 찾아다니면서 "보다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서는 전학을 가야 한다"고 설득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전학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다못해 나무도 옮겨 심으면 한 바탕 크게 앓고 심하면 말라죽기도 합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살던 곳을 떠나 어디로 가란 말인가요. 김선생을 힘들게 하는 것은 학부모들 만이 아닙니다. 도시에서 전학 온 학생 때문에 전교생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끝나가면서 김선생은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학생들을 전학 보내라고 설득하기 위해서 가정 방문을 하게되면서 김선생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시골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 밖에는 가져올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병들어 누워있는 부모를 돌보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김선생의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자신의 욕심과 교육자로서의 양심 부닥쳤습니다. "선생한테 돈 봉투 줬는데, 내가 왜 맞아야 하느냐"고 대드는 싸가지 없는 '학생 놈'과 순진한 시골 학생들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잠시 동안 이지만 김선생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김선생의 아버지는 '학교 소사'였습니다. 그런데 수업 시간에 담임선생은 학생들에게 "너희들도 공부 안 하면, 저기 밖에서 일하는 소사처럼 된다"고 야단을 쳤습니다. 선생의 말을 듣는 학생들 중에는 소사 아빠를 바라보다가 고개 숙이는 학생 김봉두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학생 김봉두'를 '선생 김봉두'로 바꿔 놓는 유일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영화는 왜 김봉두가 그렇게 나쁜 선생이 되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하긴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남의 일생을 가지고 함부로 단정짓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명이 있으려면 당연히 반론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보는 관점이 있고, 당사자가 처해 있는 미묘한 입장이 있을테니까요.

분명한 것은 김 선생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가 도시에 계속 살았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시골은 영화 <집으로..>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영화에서는 도시에서 내려운 철부지 손자를 감싸 주었고, 여기서는 김봉두 선생을 훌륭하게 바꿔놓았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선생의 이름도 참 촌스럽습니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김봉두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뒤로 하고 '선생' 이란 호칭이 먼저 붙었는지 모릅니다. 김봉두는 분명 촌스럽고 웃기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앞에 '선생'이라는 호칭이 있어서 함부로 웃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분들에 대한 환상이 있을 겁니다. 제 자신도 선생님들은 소변도 안보는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이 소변 누는 것을 처음 본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영화 제목을 <김봉두 선생>이라고 했다면 김봉두 개인의 이야기로 끝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 김봉두>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선생은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을 바르고 착한 사람으로 가르쳐야 할 막중한 사명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들의 타락은 웃기는 영화일 수 없습니다. 교육자의 타락은 우리의 미래가 암담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타락한 천사가 마귀가 되는 것처럼, 타락한 교육현장에서 부패한 사회가 나옵니다.

<선생 김봉두>는 '바른 교육'과 '바른 사회'를 기다리는 감독과 관객들의 소망을 그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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