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취임식(2022.5.10.)과 함께 74년의 영욕의 역사를 가진 청와대가 정치의 핵심에서 사라지게 됐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라는 청와대 자리는 조선 태조 4년(1395년) 경복궁이 창건되면서 그 궁궐의 후원으로 사용되었던 곳이 오늘날 한국 권력의 핵심자리가 됐다.
특히 일제 강점기 시절, 악명 높은 조선총독부는 경복궁을 청사 건물로 이용하면서, 청와대 부지를 공원부지로 조성하기도 했다. 조선왕조의 궁의 후원을 격하시킨 것이다.
1939년(지금부터 83년 전)에 조선총독부는 이 자리에 건물을 서양식 석조 건물로 짓고, 총독관저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조선의 임금의 자리를 일개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짓밟고 자리하게 된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일제강점기 시절이 끝난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이른바 ‘경무대’라는 이름을 붙이고, 과저로,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오늘날 청와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靑瓦臺), 즉 푸른 기와집(Blue House)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으로 맨 먼저 사용한 인물이 윤보선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1960년 4.19혁명 분위기 속에서 ‘경무대(景武臺)’가 지난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고 청와대로 이름을 바꿔지었다. 경무대는 조선시대의 지명에 따라 경무대(景武臺)라는 이름을 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 4대 윤보선 전 대통령이 경무대 본관의 청기와 “지붕에 착안”하여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했고, 제 13대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익숙한 현재의 본관을 신축해 2022년 5월 9일까지 사용되어 왔다. 지금까지 청와대 근무 대통령은 제 19대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윤보선 전 대통령 이후 청와대는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염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권부의 상징으로 일부에서는 ‘구중궁궐’이라며 한국 정치의 모든 부정부패, 권위주의 등이 청와대라는 장소가 지목되기도 했다. 사실 장소보다는 지도자의 능력이 중요하지만, 청와대 자체로서는 오욕의 세월을 견디어 오다 이제 일반 국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한국 권력의 난투극장’이었던 곳이 아늑하고 역사성을 지난 국민들의 공원으로 완전 탈바꿈하게 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청와대의 영욕의 무대를 되돌아보면 곡절이 참으로 많았다고 볼 수 있다.
- 1968년 1월 21일 북한 특수부대요원 출신 김신조를 비롯 북한 무장대원 31명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부요인을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 뒷산으로 침투한 이른바 “1.21사태”가 발생했다. 이른바 ‘김신조 루트’라고 불리는 북악산 개방 결정으로 일반시민들이 이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오랫동안 통제가 됐던 곳으로 한 번 걸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1968년 청와대를 습격한 김신조 일당, 무장공비와 총격전이 벌어진 이 곳에는 바위와 나무에 총알 자국 수십 개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그날의 긴박한 상황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와대 부지 내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에 숨을 거둔 이른바 “10.26사태”가 일어났다. 역사적 비극 중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거기에다 과거에는 통치세력의 위압적이고 권위주의가 널리 퍼져 있던 사회여서, 국민들에게는 구중궁궐이라는 청와대 내에서 내밀하고도 위압감 있는 이미지로 다가왔다. 그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역대 여러 대통령 후보들은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이번 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단 하루 밤도 청와대에서 자지 않겠다며, 어찌보면 고집스러운 주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자리로 옮기게 돼, 74년의 우여곡절, 영욕의 시대가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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