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학교가 20년 이상 교정에 세워져 있던 톈안먼 민주화 시위 기념 조각상을 철거했다. 철거 작업은 학생들이 없는 22일 밤에 사전 고지 없이 이뤄졌다.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이라는 이 조각상은 덴마크 작가 옌스 갤치옷 씨가 제작해 1997년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연합회(지련회)’에 기증한 것이다.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세워져 있다가 홍콩대로 옮겨졌다.
홍콩대학생연합회 회원들은 매년 6월 4일 톈안먼 기념일이 되면 추모식의 일환으로 조각상을 청소해왔다.
홍콩대는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외부의 법률 자문과 대학의 이익을 위한 위험 평가에 따른 거라고 설명했다. 대학 측은 몇 달 전부터 지련회 측에 조각상 철거를 요구해왔는데 지련회 측이 불응하자 22일 조각상 철거를 공식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거된 조각상은 두 조각으로 분리돼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철거된 현장에는 바리케이드가 쳐진 가운데 학교 당국이 가져다 놓은 포인세티아 화분들이 놓여져 있다.
한편 해당 조각상을 기증한 덴마크 작가 갤치옷 씨는 성명을 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갤치옷 씨는 수치의 기둥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며, 철거 행위는 죽은 사람의 무덤에 가서 묘비를 부순 격이라며 소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1990년부터 매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촛불 기념 집회를 해왔지만 홍콩 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념 집회를 불법으로 간주해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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